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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복치 Sep 29. 2022

신뢰가는 중고 럭셔리 거래, 시크(CHIC)의 UVP는

시크는 PMF를 달성했을까?

티셔츠가 쏘아올린 작은 공, 출처 이코노미스트



올해 초 포털을 크게 달궜던 두 플랫폼의 전쟁, 기억하시나요? 무신사를 통해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 해당 제품을 리셀하기 위해 크림에 상품을 등록하는 과정에서 해당 상품이 가품으로 판명되어 이슈가 되었죠. 다양한 브랜드를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리셀을 위해 제품을 꼼꼼하게 검증해야 하는 크림의 프로덕트 핵심 가치가 충돌했던 사건이었습니다. 결과가 궁금해서 찾아보았는데, 3개월 간의 공방 끝에 무신사가 가품 판매를 인정했다고 하네요...!


공방전이 이어지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만큼 크림은 '신뢰가는 리셀 플랫폼'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의문의 1승을 거뒀습니다.



그런 크림에서, 명품 거래 플랫폼 '시크먼스'운영사인 팹의 지분을 70% 취득해 빈티지 명품을 리셀하는 플랫폼 CHIC를 지난 6월 런칭했다고 합니다. KREAM이 한정판 거래 플랫폼이었다면, 시크는 빈티지 럭셔리 리셀 플랫폼으로 조금 더 넓은 카테고리, 고가의 상품군을 공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크림은 '시크먼트'를 시작으로 빈티지 패션 거래 플랫폼 '콜렉티브'를 인수하는 등 국내를 포함한 관련 기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방향으로 성장을 도모하고 있는 듯합니다.





시크는 고객의 문제를 어떻게 정의했을까요?  =  시크의 고객은 누구인가


올드셀린이 사랑받는 이유,
빈티지 샤넬이 사랑받는 이유는
'명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일까요?



시크의 주요 고객은 '빈티지 럭셔리로 스스로의 유니크한 스타일을 구축하려는 2030 여성'입니다. 동일한 '중고거래'라는 프로세스가 럭셔리 제품에는 어떻게 적용될까요? 사람들은 정말 합리적인 가격으로 명품을 구매하기 위해서 리셀 플랫폼을 이용할까요? 맥킨지애드컴퍼니에서 제공한 '중고 명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설문조사에 대한 응답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답변은 '지금은 살 수 없는 희소한 제품을 살 수 있어서'였습니다.







'빈티지 럭셔리'의 가장 큰 가치는 합리적인 가격이 아니라,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스타일, 유일무이한 제품이라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중고 명품 거래 시장에 뛰어든 번개장터, 중고나라, 그리고 기존의 럭셔리 제품 리셀 플랫폼에서는 럭셔리 제품을 꼼꼼하게 검수해 진가품을 판별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물론 고가의 물품을 중고로 거래할수록 구매자가 진가품 여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불안을 확실하게 잠재울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것도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정말 고객이 원하는 건 '안전하게 구매하는 것'이 전부일까요? 사람들이 더이상 발매되지 않는 럭셔리 제품에서 얻고자 하는 건 그를 착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스스로의 희소성있는 이미지와 스타일입니다. 그러나 번개장터, 중고나라, 필웨이 등 기존의 럭셔리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스타일의 탐색과 공유'를 용이하게 하는 기능이 구현되어있지 않습니다.


중고 럭셔리 커뮤니티에서 출발한 시크는 조금 다릅니다. 국내 최대 럭셔리 거래 커뮤니티인 시크먼스에서 출발한 시크는 스타일 탭을 메인 메뉴에 구현해 셀러들과 구매자들이 스스로의 빈티지 럭셔리 제품을 활용해 구축한 스타일을 이미지로 공유하도록 유도합니다. 오늘의집과 유사하게 시크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경우 태그를 달아 제품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도 있죠.



시크는 기존의 해결방식에 새로운 기술을 더해 어떻게 새로운 고객을 만족시키고 있을까요?  =  솔루션은 무엇인가


시크는 판매자/구매자 고객의 문제를 각각 아래와 같이 해결합니다.            




고객이 시크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솔루션을 사용한 후의 고객


앱스토어의 리뷰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n사 어플이라 믿을 수 있고 가품일 시 보장이라는 점이 믿을 수 있다.

디자인이 차분하고 예쁘다.

감정도 받을 수 있고 카드 결제도 돼서 좋다.

구매하려던 상품도 있고 가품일 시 환불도 해줘서 좋다. 카페 애용자였는데 어플이 나와서 너무 편하다.

거래하는데 절대 사기는 없겠다는 생각에 안심이 된다.


기능적 오류(버벅임, 종료되는 현상 등)을 제외한 이용 후기를 살펴보면, 5단계 인증과 거래 대금 보관으로 사기를 당할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점, 가품일 시 보장이 된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구매하려는 상품이 있다, 서비스의 디자인이 차분하고 예쁘다 등 '매물이 많다', '브랜딩이 좋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최대 커뮤니티인 시크먼트에서 유입된 셀러들의 다양한 상품과 그를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들, 그리고 크림을 통해 한차례 확인한 검증 서비스에 대한 수요, 인수한 여러 빈티지 패션 거래 플랫폼에서 획득할 수 있는 인기 매물, 빈티지 트렌드 등의 데이터가 더해져 시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예측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시크의 핵심 기능인 '정품 감정 기능'의 사용 후기, 스타일 탭에 대한 후기를 찾아볼 수 없어 아직은 지난 6월 런칭 후 유저 Acquisition에 집중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크는 고객을 통해 어떻게 수익을 창출해내고 있나요?  =  비즈니스 모델


크림의 성장세는 무섭지만, 가장 큰 적자요소는 바로 '진가품 검증 서비스'였습니다. 진품 가품을 판명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적자로 쌓였던 것이 문제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시크에서는 일반거래와 유료 기능인 '정품인증거래'를 분리해 부분 유료화로 진가품 판정에 드는 비용을 충당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시크의 비즈니스 모델은 지금까지 확인되는 바로는 정품인증거래 수수료와 중개 수수료일 것으로 사료됩니다. 지금은 셀러 유치를 위해 모든 셀러 수수료 0%를 전면에 내걸고 있는데, 커뮤니티로서의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면 셀러의 수수료를 차근차근 올려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빈티지 럭셔리 제품을 리셀할 때 불편함을 느끼고 있고, 시크의 솔루션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고객이 얼마나 많을까요?  = 시장의 규모


중고명품 온라인거래 현황



온라인 중고 명품 시장은 '20년 기준 4670억에 달하며 누적 거래 건수는 890만 건에 달합니다. 명품을 소비하는 연령대가 갈수록 낮아지고, 최근 MZ 사이에서는 중고 명품을 이용해 스타일링을 하는 것이 '힙하고 합리적인' 소비 행위로 통하는 등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명품 시장에 뛰어들며 전체 명품 시장도, 리셀 시장도 함께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거래 제품의 가격이 높아짐에 따라 수수료가 높아지기 때문에, 번개장터와 중고나라 등 기존 중고거래 플랫폼도 중고 럭셔리 거래 시장에 뛰어들어 진가품을 판별하는 서비스를 론칭했습니다.




시크만의 차별적인 경쟁우위는 무엇일까요? = UVP


국내 1위 럭셔리 커뮤니티 시크먼트 X 국내 1위 한정판 거래 플랫폼 KREAM의 합작으로 탄생한 시크먼트의 독보적인 우위는 바로 '다양한 빈티지 럭셔리 제품 매물'입니다. 한정으로 발매되는 럭셔리 제품의 특성상 매물을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트렌드에 맞는 매물을 소싱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판매자를 모집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국내 최대 럭셔리 거래 커뮤니티 시크먼트를 이용하던 셀러, 커뮤니티를 운영하던 노하우가 그대로 시크먼트에 녹아들었습니다. 플랫폼인데, 런칭한지 겨우 2개월이 지났는데, 고객 리뷰에서 '살 만한 제품이 많아서 좋았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건, 시크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크는 PMF를 달성했을까요?


좌. 패션 인플루언서 박민주님 인스타그램, 우. 패션 유튜버 앨리스펑크님의 이벤트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PMF를 못 찾았고 찾는 중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크림에서 론칭한 빈티지 럭셔리 리셀 플랫폼이라는 기사 외에 포털에 검색했을 때 MAU, 몇달만에 가입자 00명 돌파와 같은 J커브를 암시하는 보도자료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어떤 광고들을 집행하고 있나 살펴봤는데, 인스타그램에서는 일반인 패션 인플루언서를 통한 포스팅 / 유튜브에서는 유료 광고 형태로 시크 이용자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보였습니다. 대규모 마케팅을 집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PMF를 달성했다기보다는 크림과 시크먼트 커뮤니티를 운영했던 노하우로 MVP를 만들고, 그것이 유효한지 확인하려는 단계인 것 같습니다.

앱 다운로드 수가 적습니다. 안드로이드 기준으로 1만회, 댓글은 30여 개 있는데 PMF를 달성한 프로덕트의 성과라고 보기는 어려운 듯합니다.

셀러의 수수료를 파격적으로 감면해주는 것을 전면에 내세워 낮은 가격으로 고객을 유치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역시 PMF를 찾아 가격을 조정하는 것이라 보기 어렵고, MVP를 검증하기 위해 고객을 유치할 목적이라 보는 편이 더욱 적합해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핵심 가치 중 하나이자 핵심 비즈니스 요소인 '유료 정품 감정 서비스'를 이용한 후 호평이나, 다음에도 사용하겠다, 비용을 지불해도 아깝지 않다 등의 후기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플랫폼이므로 매물이 많은 것도 중요하겠지만, 당장 시크먼트와 크림을 등에 업고 매물을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그에 앞서 고객이 시크를 사용해서 제품을 구매해야만 하는 lock-in요소를 구축하고, 유입된 고객이 이탈하지 않도록 해 수요를 만들고, 수요가 많은 곳에 셀러가 몰리는 선순환을 이루어 내는 것이 주요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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