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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띵 Apr 08. 2024

17년 지기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

그래도 친구는 친구다.

 나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친구가 두 명 있다. 편의상 친구 A와 B로 전개한다. 친구 A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5학년까지는 한 번도 같은 반이 된 적 없었다. 그러다 6학년 때 같은 반이 됐다. 우린 서로 보자마자 알았다. "얘 나랑 잘 통할 것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우린 둘도 없는 절친이 됐다. 같은 중학교로 진학해 계속해서 친분을 쌓았다. 그러던 와중에 친구 B를 만나게 된다.


 친구 B는 A의 소개로 알게 됐다. 6학년 때 A를 보자마자 느꼈던 무언가는 달리, B의 첫인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1학년이 벌써 교복 재킷 위에 아디다스 패딩을 입고 다닌다고?


 교복 위에 사복 패딩을 입는 건 3학년 선배들이나 할 수 있는 특권이었다. 이제 막 입학한 1학년이 그러고 있으니 재수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A가 B와 친해졌다며 소개해주는 게 아닌가. "힙합 댄스부에 들어갔는데 B가 있더라고, 그래서 친해졌어!" 모자에 털 달린 아디다스 패딩이 너무 강렬해서였을까, 나는 못마땅한 속마음을 숨긴 채 인사했다. 하지만 B는 건방지고 허세 가득할 내 예상과 반대로 아주 밝고 순수한 친구였다.



 그렇게 셋은 친해졌고 똘똘 뭉쳤다. 서로 집도 자주 들락거리며 부모님들까지 다 아는 사이가 됐다. 주말에는 시내에서 롯데리아 데리버거를 먹고 노래방을 섭렵했다. 여름 방학이 되면 노란색으로 염색을 하고 바닷가에 놀러 갔다. 스마트폰도 없던 그 시절, 중학교 졸업여행으로 부산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우리는 지금도 계속 깊은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주 소중한 친구들과 대구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환경은 14년 전 중학교 졸업여행과 꽤나 달라져 있었다. 그 당시 셋이 나란히 누우면 발 디딜 틈도 없는 민박집을 구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무서운 이야기를 하다 잠들었다. 다음 날 일정이 기대돼 잠들기 직전까지 설렜다. 하루는 밤늦게 허기져 치킨 한 마리를 시켰다. 맥주 한 모금 없이도 맛있게 먹었다.


그나저나 야, 콜라 좀 아껴마셔.


 지금은 적당히 좋아 보이는 호텔을 잡았다. 3명이서 같이 잘 수 있는 방이 없었다. 결국 방을 2개 잡고 A는 따로 잤다. 하루 종일 돌아다닌 탓에 체력 소모가 상당했다. 벌써 잠들긴 아쉽지만 푹신한 침대가 자꾸 눈을 감겨준다. 자고 일어나면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벌써 스트레스다.

 


 대구 곱창이 유명하대서 먹으러 나가려다 서로 눈을 마주친다. 나가기 귀찮은 거다. 갑자기 '언제 이런 데서 먹어보겠냐'며 호텔 뷔페를 먹으러 갔다. 산해진미 육해공 가득한 음식 속에서도 각자 호불호라는 게 생겨 먹고 싶은 것만 골라 먹는다.


 졸업여행 가던 그 시절엔 '행복하다'는 감정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행복했다. '행복을 위해서 무얼 해야 할까?' 이런 게 없었다. 그냥 친구들과 있으면 행복했다. 그런데 지금은? 물론 행복하다. 단, '행복'이라는 감정에 도달하기까지 단계가 좀 많아졌다. '이건 이래서 별로고, 저건 저래서 싫어.' 따지는 것도 많다. 이제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도 친구는 친구다. 요즘 나를 감싸고 있던 걱정과 불안을 잊게 했다. 잠시나마 내쫓아줬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 아직도 유치하게 서로 놀리고 장난치느라 바빴다. 중학교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1박 2일 붙어 있기만 했는데도 즐겁고 계속 웃음이 났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았다. 어디에 쓰일 '용기'인지는 모르겠는데 그저 친구들과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속 깊은 한편에서 용기가 올라왔다. 


 오늘도 잘 살아볼게, 사랑한다! 친구들아. (우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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