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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그린 May 03. 2022

아이가 깨물린 사실보다 중요한 건


“저희 아이는 물건을 입에 넣는 시기는 지났고 말로 의사 표현하기 시작했어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했다. 입소 전, 상담하면서 내가 알고 있는 우리 아이에 대해 말씀드렸다. 내가 학부모가 되었다는 건 엄마로 불리는 것과 다른 느낌이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고 나서는 크게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키즈 앱에 질문을 남기거나 전화하지 않았다. 그냥 그러려니 했다. 왜냐하면 내가 이 직업을 10년 가까이 해 온 장본인이었으며, 아이가 적응 기간 내내 즐겁게 등원하여 믿고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닌 지 두 달이 되어갈 때쯤, 아이는 친구에게 깨물려 왔다. 예상하던 일이 벌어졌다. 그나마 마스크로 인해 늦게 물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 1세, 즉 3살 아이들은 말로 감정과 상황을 표현하기 어려워 몸이 먼저 움직인다. 나도 1년간 담임교사로 근무했을 때 물고 때리는 일이 빈번해 항상 신경이 곤두서있었다. 친구 어머님은 미안하다며 과일 한 꾸러미를 보내시면서 우리 아이와 잘 지내기를 바라셨다. 나 또한 같은 마음이었다.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다행히 상처가 깊지 않았다.      




아이가 24개월이 되었을 무렵, 친구들처럼 노래 부르고 춤 추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씰룩씰룩 몸을 흔드는 모습은 어른들의 배꼽을 잡기 충분했다. 어른과 지내는 것이 익숙했던 아이는 또래가 다가오면 내 뒤로 숨거나 도망가곤 했다. 그와 상관없이 친구들은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현했다. 옷을 잡아당겨 꽉 안으려 하거나 반짝이는 머리핀을 만져보기도 했다. 반면 컨디션이 좋지 않은 친구는 앞서 걸어가던 우리 아이를 확 밀거나, 꼬집기도 했다.


가만히 있다가 아파서 “으앙”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를 보니 갑갑한 마음이었다. 그럼에도 여러 아이를 봐온 내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무언가 불편함의 이유가 있을 거고, 우리 아이 또한 무조건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안타깝게도,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다치게 되었는데 친구와 싸운 것도 혼자 유난을 떨었던 것도 아니었다. 단지 아이를 잡아당긴 손길에 속절없이 넘어지고 말았다. 아스팔트에서 고꾸라지기도 하고, 팔꿈치가 어긋나서 엑스레이를 찍기도 했다.


원장님께서는 연신 나에게 죄송하다고 하셨다. 그때, 문득 내가 놓치고 있던 사실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 아, 나는 내 마음이 수용 받지 못 해서 억울했구나. 속상했구나.'

내가 우려하던 부분을 경청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상담 때 들은 말은 여전히 흔적으로 남았고 수면의 파동이 커질 때마다 더 또렷이 보였다. “그 부분을 잘 살펴볼게요”라는 말을 해온 나처럼 다른 사람도 똑같이 해주길 바라는 건 큰 욕심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상처도 자연스럽게 아물었다. 코로나 확진자 증가로 인해 몇 달을 쉬면서 시끄러운 마음도 잔잔해졌다. 아이의 첫 독립에 대해 많은 고민했다. 마스크와 씨름하는 아이 얼굴이 맴돌아 죄책감이 커졌다. 나만 편하기 위한 이기적인 결정은 아닐까 고민했지만 변하지 않을 결론이었다.


어린이집은 계속 가야 한다. 이곳은 엄마들의 육아 파트너이자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곳이다.아이 없이 청소 하고, 병원 가고, 업무를 볼 수 있다. 우리 아이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또래도 만날 수 있다.     


정작 아이는 엄마와 떨어진 시간을 담담하게 잘 헤쳐 나가고 있었다. 나와 닮은 아이에게 많은 것을 투영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아이는 나와 분명히 다르다. 내 배에서 나왔지만 다른 인격체이고 삶의 방향도 다를 것이다. 내가 염려하는 부분을 아이는 힘들지 않게 이겨낼 수도 있다. 지나가는 과정이라고 여기며 조금 더 차분히 바라보려 한다. 아무리 애써도 벌어질 일은 벌어진다고 생각하며 오늘도 엄마보다 씩씩하게 지내는 아이를 응원한다.



- 아이는 벌써 4살이 되어 어린이집 다닌지 2년차랍니다. 그 때를 회상하며 쓴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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