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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 Jan 29. 2024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후기

보편적인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주인공 캐시와 제이미의 5년간의 사랑과 이별의 시간을 보여주는 뮤지컬이다. 단 2명의 배우가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송스루 뮤지컬이며 특이하게 주인공의 시간이 서로 반대로 흘러간다. 캐시의 시간은 이별에서 만남으로 흘러가고, 제이미의 시간은 만남에서 이별로 순차적으로 흘러간다.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특별하거나 뭔가 큰 사건이 있고 어떤 장치가 있는 이야기가 아닌 보편적인 사랑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이다. 제이미는 성공의 가도를 달리는 작가이고, 캐시는 배우를 꿈꾸나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 배우지망생이다. 이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하고 엇갈리는 감정과 시간 속에서 이별을 맞이한 평범한 이야기이다. 자극적이지 않고 지루하지도 않고 그저 담백하게 캐시와 제이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본격적인 후기]

제이미의 시간과 캐시의 시간은 다르지만 둘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제이미의 입장과 캐시의 입장이 이해가 갔다. 제이미와 캐시는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제이미와 캐시 둘 다 자신에 대한 확신, 꿈에 대한 확신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에 비슷하지만 달랐던 점은 제이미의 속도는 빨랐고 캐시의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이미는 자신의 재능을 출판사로부터 인정받고 자신이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하지만 캐시와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캐시와 헤어지게 된다. 제이미의 속도는 빨랐고 이별도 빨랐다. 반면 캐시는 오디션을 보지만 매번 떨어지니 확신에 가득 찼던 것들이 불안으로 바뀌고 의문으로 바뀌게 되는 불안정한 속도였다. 서로의 속도가 다름으로 인해 제이미와 캐시는 오해와 서운함들이 쌓이고 결국 지쳐버려 끝을 맞이하게 된다.


제이미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내 생각으로는 제이미는 자기 확신,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제이미는 자신을 믿기에 캐시를 믿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에서 캐시의 꿈을 바라보고 자신을 믿는 믿음으로 캐시의 꿈을 응원하고 믿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렇기에 캐시의 꿈을 늘 응원하고 지지해 주고 잘될 거라고 캐시보다 더 확신하며 말해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캐시를 위한 동화책을 써서 무한한 시간을 선물해 주겠다고 시계를 선물해 주니 말이다. 

하지만 제이미는 자신이 캐시에게 그랬던 것처럼 캐시는 자신에게 그렇게 해주지 못하는 모습에 실망했을 것이다. 자신의 성공을 누구보다 기뻐해주기를 바라는 상대가 온전히 자신을 축하해주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이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이 들고 서운함이 쌓여 화가 나고 자신을 사랑한다면서 자신을 축하해주지 못하는 캐시를 보며 괴롭고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다 나중에 다른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는 몹쓸 짓을 저지른다. 제이미의 비사회적 행동에 대해 굳이 말을 덧붙이면 캐시와의 관계가 틀어지고 캐시는 자신의 책을 위한 파티를 가지 않았고, 캐시와의 관계를 위해 노력하지만 아무리 해도 안되고 지쳐있는 상태에서 하룻밤을 보낸 그 여자는 자신의 재능을 추켜세워주고 자신의 능력과 자신이 일궈낸 모든 것들을 인정해주지 않았을까라는 전후 관계에 대해 상상력을 더해본다. 아마도 자신이 인정받는다는 느낌이 들었기에 결국 그런 몹쓸 짓, 해서는 안될 일을 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뭔가 캐시에게서 받지 못한 것들을 잠시 그 여자에게서 받았기에 그런 일을 저지른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이해한다는 것은 아니다. 옳지 못한 건 옳지 못한 것이다. 결국 일로 자신이 캐시에게 맹세했었던 것들을 자신이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캐시에게 이별을 고하고 떠나버린다. 제이미는 다정하지만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다. 


캐시의 입장에서 따라가 보면 캐시는 밝고 사랑스러운 사람이다. 자신도, 꿈도, 사랑도 확신하는 사랑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제이미를 정말 사랑하고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사고를 놓지 않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그런 캐시가 주눅 들고 작아지는 모습으로 바뀌어갈 때는 많은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을 거라 생각한다. 캐시의 복잡한 감정들을 감히 유추해 본다면 제이미의 성공을 보며 자신도 언젠가는 배우로서 성공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인터뷰하는 멋진 날이 올 거라 희망을 가지면서도 불안했을 것 같다. 자꾸만 오디션에 떨어지고 오디션장에는 자기보다 젊고 예쁜 사람들이 많은 것 같고.. 자신의 존재가 자꾸만 희미하게 제이미의 그림자로만 여겨지는 것 같아 불안했을 것이다. 제이미 삶에 자신이 한 부분이 있을 거라고 확신의 말을 하지만 아마도 있을 거라고 불안을 담고 있다. 그 불안은 예민함이 되었을 것이다. 매번 오디션에 떨어지고 절대 안 간다는 오하이요에 다시 가게 되고 점점 자신에 대한 확신을 할 수 없게 되는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제이미에게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는 부분이 있는데 거기서 캐시의 솔직한 심경을 느낄 수 있었다. 출판사와 자신 중에 언제나 출판사를 선택하고 온통 자기 자신 뿐인 제이미를 향해 서운함을 드러내는 장면은 정말 짠했다. 캐시는 아마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이미가 자신의 곁에 있어주기를 바랐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좋은 모습이든 모난 모습이든 떠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제자리에 있어주기를 바랐을지도 모르겠다. 제이미에게 있어 자신은 그저 삶의 한 부분이 아니라 삶의 우선순위에 있는 사람이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제이미는 떠나버렸고 캐시는 슬퍼했다. 캐시의 이야기를 역순이 아니라 시계방향으로 돌려놓고 보면 캐시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캐시는 아직 아프다고 말하지만 내가 느꼈던 캐시는 단단한 사람이다. 이별했기에 슬프지만 그럼에도 잘 이겨내고 결국엔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자신으로 당당하게 있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갈 수 있는 캐시라는 느낌을 받았다. 캐시는 단단하고 밝고 꿈이 있는 사랑스러운 여자이다.


마지막으로 제이미와 캐시는 내 개인적 견해지만 서로를 사랑했지만 결국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한 사람들이지 않았을까 싶다. 나까지 망칠 수는 없다고 말하는 제이미와 보통의 평범한 주부처럼 남편 뒷바라지하면서 사는 그런 여자는 되지 않을 거라는 캐시를 보면 말이다. 상대보다는 자신이 중요한 사람들이기에 맞이할 수 있는 결말이었던 것 같다. 제이미와 캐시의 사랑은 누구나 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사랑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지만 제이미와 캐시의 각자의 삶 속에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감정적 교류가 있는 뮤지컬이라고 생각한다. 


평범하고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는 언제나 씁쓸하다. 씁쓸하기에 슬프지 않고, 아득한 기억의 잔상으로 남아 그랬었지 라는 마음으로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볼 수 있었다. 어디에나 있고,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그런 이야기이다. 


연출과 음악 연주가 정말 좋고 배우들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이 좋았다. 의외로 집중도가 좋아서 나 스스로도 놀랐다. 기회가 되면 또 보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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