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한다. 아인이가 하루 종일 자기에게 뽀뽀를 해서 힘들다는 이야기, 나은이에게 장난감을 빌려줬다가 가져왔는데 잉잉 우는 바람에 다시 줬다는 이야기, 자기는 재이를 여전히 좋아하지만 재이는 다른 친구도 많다는 이야기. 주훈이는 다른데로 이사를 가서 이제는 어린이집에 오지 않는다는 이야기. 조잘 조잘 조잘 조잘. 언제까지 이렇게 이야기해 주려나.아이의 꼬물거리는 입술은 너무나사랑스럽고 여전히 잘 되지 않는 리을 발음은 아이의 매력에 더욱 빠져들게 만든다.
"새요 온 친구도 있어. 장윤석. 그연데 장윤석이는 자기가 만든 걸 다른 친구가 망가뜨리면 이, 옇게 때여!"
"그래? 그럼 친구들이 어떻게 해?"
"그염 선생님한테 가서 일러. 근데 나는 이으지 않았어."
"하이한테도 그랬어? 속상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친구를 때리면 안되잖아."
"응. 그연데 장윤석이는 아직 모으나봐."
아직 모르나봐.
아.
아직. 모르나봐.
어떻게 이렇게 고울까. 나쁜 친구라고 하지 않고, 그 친구 때문에 화가 난 것도 아니고, 그런 친구가 싫고 미운게 아니라 그 친구는 아직 모르나보다 하는 하이의 생각이 어떻게 맑은지 그 순수 앞에 나에게 붙어 있는 온갖 세상 살이의 때가 고스란히 드러나버리는 것 같았다.
행동거지, 말본새 하나를 가지고 열을 판단할 권리를 도대체 누구에게 받았나. 어른이라는 이유로,엄마라는 자격으로, 게다가 선생이기까지. 거저 얻어진 이름과 역할을 가지고서 지적하고 평가하고 잘잘못을 들춰내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진 않았나. 나이가 지워준 책임감으로 내 위치에서 해주어야 할 의무도 있지만 그 안에 '모를 수도 있지', '그래 백번 이고 천번이고 알려주어야지' 하는 돕는 마음이 있었느냐 이 말이다. 왜인지 부끄럽고 여섯 살 하이 앞에 한참 작아진다.
맞아. 몰라서 그러는 건데. 안다고 잘되는 것도 아닌데. 마흔이 넘어도 모르는 것 투성에 알면서도 안 되는 것이 얼마나 많은데. 아휴. 깊은 숨이 몰아 나온다.
하이야, 하이가 엄마보다 낫다. 선생님은 엄마 말고 하이야 해야겠어. 그런데 엄마도 몰랐어. 몰라서 그럴 수 있다는 걸 몰랐어. 아니다. 알고 있는데 자꾸 까먹고 알고 있으면서 아는대로 하지 못했어. 이제 명심할게. 하이같은 마음으로 하이를 이해하고 형아, 누나들한테도 앞으로 잘 알려줄게. 가르쳐줘서 고마워. 하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