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다이어트를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고 확신한다. 타고난 체질이 마른 체질이라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몇몇 선택 받은 사람(정말 부럽다)을 제외한 대부분 사람은 다이어트 경험이 최소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예상했겠지만 나는 여러 번의 다이어트 경험이 있다. 다이어트 이력서 같은 게 있다면, 모든 칸을 채워 그 누구보다 화려한 경력을 자랑할 자신이 있다. 나의 다이어트는 청소년 때부터 시작됐는데, 무작정 굶기부터 원 푸드 다이어트, 토마토 다이어트, 단백질 쉐이크 다이어트, 1일 1식 등 유명한 다이어트는 모두 해 봤다. 그렇지만 늘 처참히 실패했다. 건강하지 않은 방법으로 진행한 다이어트는 나의 머리숱을 뽑아 갔고 역시 나는 그냥 이렇게 뚱뚱하게 살아야 하나 봐, 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안겨 줬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먹었다. 청소년 때는 하교 후 친구들과 먹으러 가는 떡볶이가 삶의 낙이었고 대학생 때는 친구들과 마시는 술을 사랑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었을 때도, 퇴사 후 백수였을 때도 나의 음식 사랑은 대단했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입이 심심하면 먹었고 뭔가 할 게 없고 따분하면 먹었다. 이러면서도 다이어트라는 말은 입에 달고 살았다. 흔히들 말하는 말로 다이어트하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내내 먹으면서도 아주 가끔 다이어트를 시도했는데, 역시나 며칠 못 가고 포기하는 패턴의 반복이었다. 나는 먹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맘껏 즐기지는 못하는, 살을 빼고 싶지만 빼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살을 뺐다. 1~2킬로도 아니고 무려 30킬로를 뺐다. 목표하는 체중까지는 조금 더 감량이 필요하지만, 이미 30킬로를 감량한 나는 날씬하다는 말도 제법 듣는다. 약한 의지로 매번 실패만 하던 다이어트였는데 절반으로 줄어든 내 몸이 그저 신기할 뿐이다(감량 후 몇 년째 유지어터로 살고 있지만 여전히 가족, 친척들에게 나의 다이어트는 최고의 이야깃거리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건 제일 예쁜 시기인 20대에 빼지 못한 것. 이 글을 쓰는데 20대 때 이렇게 뺐으면 첫사랑도 성공했을 텐데, 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 풉-, 하고 웃었다.
살을 뺀 후 지인들은 내게 살을 뺀 방법을 묻곤 한다. 그럼 나는 웃으며 말한다. 평소 먹던 것보다 적게 먹고 운동을 하면 당연히 살이 빠진다, 고. 그러면 지인들은 그런 거 말고 어서 비법을 알려 달라고 야단이다. 내 다이어트에 특별한 건 없다. 다시 생각해 봐도 없다. 하지만 많은 다이어터가 간과하는 걸 나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바로 마음 관리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다이어트의 성공 키워드는 마음 관리뿐이다.
다이어트가 절실했던 어느 날. 이제 정말 마지막이다, 라고 굳게 마음을 먹고서 생각했다. 실패한 수많은 내 다이어트 경험에서 잘못된 게 무엇일까, 하고. 식단 조절 실패, 많은 술 약속, 잦은 야식, 패스트푸드 과다 섭취 등 다양한 이유가 있었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내 마음을 돌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이어트는 몸으로 하는 거 아니야?
다이어트하는데 마음도 돌봐야 해?
내 말을 듣고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어쩌면 이런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실패한 경험들 속에서 찾아낸 공통점이 이게 맞나, 하고 여러 번 의심했으니까. 하지만 맞았다. 수많은 다이어트 실패의 원인은 마음 돌보기 실패였다. 마음을 돌보지 않는다는 건 곧 나를 돌보지 않는 것이었다. 나를 돌보지 않으면서 성공하기란 무척 어렵다. 이는 다이어트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 삶의 진리일지 모른다.
나는 이 글을 시작으로 내 다이어트 이야기를 써 보려 한다. 식단이나 제품을 소개하거나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정보성 글을 쓰고자 하는 게 아니다. 수많은 실패 속에서 찾아낸, 다이어트에 꼭 필요한 마음 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줄줄-, 써 내려갈 예정이다. 몇 년 전의 나처럼 다이어트가 절실한 누군가에게 따스한 응원이 되길 바라면서 말이다. 나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당신도 충분히 할 수 있다.
* 사진: Unsplash의Diana Polekh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