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먹는 거 건강하게 먹자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가장 고민했던 건 역시 식단이었다. 생활 습관과 운동도 물론 중요하지만, 다이어트 성공은 식단이 80%를 차지할 만큼 어떻게, 무엇을 먹느냐가 중요하다. 나는 여태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간이 되지 않은 닭가슴살과 샐러드 야채로 냉장고를 먼저 채웠다. 그러고는 칼로리를 극단적으로 제한했는데, 이 식단은 내 다이어트를 길면 일주일이고 보통 3일 안에 포기하게 했다. 극단적인 식사는 체중이 조금 빠지긴 했지만, 소중한 머리카락도 함께 빠졌고 굉장히 예민해지기도 했다. 내가 어떤 식으로 다이어트를 했는지, 왜 실패했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이번만큼은 식단을 극단적으로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수면 습관처럼 식습관도 하나씩, 천천히 바꾸기로 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나는 배고파서 먹는 사람이 아니었다. 심심하거나 할 게 없으면 먹었다. 이거부터 고쳐야 했다. 나는 우선 배가 고프면 먹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그래서 식사 시간을 정하지도, 식사 횟수를 정하지도 않았다. 단, 하루 중 먹을 수 있는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정해 이 시간 동안 배가 고프면, 유아용 식판을 이용해 먹는 양을 조절해 먹기로 규칙을 정했다. 그리고 절대 배달 음식은 먹지 않겠노라, 고 다짐했다. 온갖 조미료에서 벗어나 이왕 먹는 거 건강하게 먹고 싶었다. 돈은 돈대로 쓰고 살은 살대로 찌는 최악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했고.
나름의 규칙을 정하고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기 위해서 어떻게 먹으면 좋을지 곰곰이 생각했다. 당시 나는 퇴사 후 1년째 백수로 지내고 있었기에 식단에 투자할 만큼 통장이 여유롭지 못했다. 그래서 다이어트 식품으로 불리는 것을 마구 살 수 없었고, 냉장고 안에 있는 걸로 건강히 먹어야 했다. 당장 냉장고를 열었더니 있는지도 몰랐던 밑반찬들이 줄을 서 있다. 멸치 볶음, 콩나물 무침, 고등어 등등. 적당한 양만 먹는다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만한 많은 반찬이 눈에 들어온다. 음-, 그래. 다이어트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장을 새로 봐야 하는 건 아니었구나. 처음으로 장을 보지 않고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유아용 식판을 하나 사서 냉장고에 있는 반찬으로 식단을 시작했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밥과 고등어구이를 먹은 건 처음이라 이게 맞나, 하는 의구심이 계속 들었다. 다이어트에 관한 제대로 된 지식 없이 닭가슴살과 샐러드만 고집했던 탓이다. 배고프지 않으면 먹지 않는 습관과 닭가슴살과 샐러드가 답이야, 라는 생각을 바꾸는 건 쉽지 않았다. 바꿔야 하는 걸 알면서도 바꾸기 어려웠던 건, 내가 너무 오랫동안 갖고 있어서였다.
오랫동안 갖고 있던 걸 바꾸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배가 고플 때만 밥을 먹는 습관은 한두 달 정도 걸린 것 같고, 냉장고 속 음식으로 밥을 먹을 때마다 갖고 있던 불안함이 사라지는 것도 몇 개월이 걸렸다. 몇 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나는 마침내 변했다. 체중 앞자리가 바뀌었고 걸을 때마다 차오르던 숨은 잠잠해졌다. 몇 개월 동안 습관과 생각을 바꾸려 노력했더니 비로소 변화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 사진: Unsplash의 무료 이미지 / 직접 찍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