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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eyan Oct 31. 2022

실패의 과정도 오롯이 나의 것이다.

실패와 성장 그 사이

인터넷에 올라가는 광고 여러 장. 카피라이팅을 다듬고,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광고 효율을 체크하는 일이 주 업무였다. 일주일마다 A/B 테스트를 하며 수많은 새로고침과 클릭을 눌렀다. 디자이너로 입사해 퍼포먼스 마케팅 업무에 집중했고, 4-5개의 광고를 관리하는 것에 자랑스러워했다.


그놈의 두려움이 뭔지. 광고는 재미있었지만 내가 만든 디자인 작업을 보여주는 것이 어려웠다. 시간이 흐르면서 메인 디자이너 분이 퇴사하게 되었고, 그 자리는 온전히 내 몫이되었다. 팀장님은 전 디자이너와 비교하며 내 디자인이 별로인 이유에 대해서 계속해서 설명하라고 말했다. 지금 생각하면 충격 요법을 시도했던 것 같지만.


'이 일이 맞지 않는 건가?' 자책을 했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 고개를 푹 숙이며 눈물을 훔치던 그 시절, 배우지 않으면 이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 생각했다. 오후6시 퇴근 지하철을 타고 서울에 도착해 밤 11시까지 수업을 들었다. 집에 가면 유튜브를 보면서 디자인을 공부했고, 출근길에는 퍼블리 아티클을 독파하며 상처받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다짐했다.


3개월이 흐르고 ‘괜찮네’라는 덤덤한 칭찬이 마음을 울렸다. 하지만 내 디자인이 잘못된 건 아니겠지? 라는 걱정에 작업물을 보여주는 일은 여전히 무서웠다.. 그 이후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정사각형의 SNS 디자인에서 더 다양한 업무를 하고 싶어졌고 처음 시작했던 광고 디자이너의 업무는 막을 내렸다.



실패는 또 하나의 도전이다


실패하거나 실수가 일어났을 때 제일 중요한 일은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어요"라는 이유는 없더라. 갑자기 밀려오는 업무에 마음이 조급해져서, 하나의 포인트에 매몰되어 집중하느라 큰 산을 살펴보지 못해서 등. 여러 이유를 파악했다면 어떻게 보안할 수 있을지 주변에 물어보거나, 방법을 찾아보자.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같은 실수를 반복했을 때 자책하는 것보다 '다음번에는 이렇게 다시 도전하자'라는 마인드였다.




업무를 하던 중 전시회에 들어가는 카탈로그 작업에서 미세한 오타가 발목을 잡았다. '시간이 없어서 놓쳤다'라는 변명을 2-3번 정도 반복했을 때 팀에서 자잘한 실수가 있는 디자이너라는 인식을 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작업 기간은 1-3일 정도로 빠듯했던 것도 맞지만 전문적이지 못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팀장님, 오픈 카톡, 친구에게 조언을 구하며 돌아다녔다. 작업물을 내기 전 체크리스트로 확실한 마무리를 한다던가 모니터에 주의할 사항이라고 적은 포스트잇을 붙여 논다던가.. 그렇게 여러가지의 조언들을 실천했다.


그렇게 하루는 체크리스트를 사용해 보고, 어떤 날은 포스트잇을 며칠 동안 붙여놓았다. 혼란 속에서 얻어낸 하나의 방법은 우선순위 잡기였다. 프로젝트에 들어가기 전 내가 봐야 할 콘셉트를 인지하고 중요한 포인트를 기록한다. 작업할 때 딱 그 포인트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급한 마감일이었을 때는 작업물의 깊이보다 오타나 그리드에 공을 들이는 편이다.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짧은 기간에 맞추는 것이 우선순위로 잡혀있기 때문에 조금 더 멋지게 디자인할 요소를 찾는 것보다는 가독성에 중심을 두며 작업을 진행했다.


내가 생각하는 불편함은 다른 팀원들도 가지고 있던 고민이었다. 너무나 소소해서 말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감정을 먼저 말하려고 노력했다. 어떻게 하면 더 좋게 개선할 수 있을까? 더 편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하고 계속해서 되뇌었다. 영업팀에서 같은 자료 요청을 2-3번 반복하면 해당 자료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엑셀 문서를 작성한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회고하는 습관을 기르고 내가 부족했던 부분,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에 대해 팀장님과 의논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불편함이 쌓이고 쌓여서 어느 순간 폭발하는 한계점에 도달할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감춰두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퇴근 후 'to-do-list'를 적는 일은 내가 내일 무슨 일을 할 것인지 마인드 셋을 갖춰놓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to-do-list에서 중요한 점은 우선순위다. 프로젝트를 빠르게 마감했을 때 중간중간에 할 수 있는 일들, 급한 마감 일정들에 내쳐진 업무들도 적어 논다. 목표한 일을 달성하지 못했다면 머리를 부여잡기보다는 다음 일정으로 미뤄두고, 왜 밀렸는지에 대해 상세히 기입해 놓으면 좋다. 이거 부탁했었는데, 왜 안된 거예요?라는 말에 설명할 수 있는 근거 자료가 될 수 있다.




월 말 보고서를 작성할 때마다 내가 이렇게 많은 프로젝트를 했구나 하고 뿌듯함을 느낀다. 요번 달도 열심히 일했구나, 내일도 힘내야지 하고. 2년의 회사 생활을 보내면서 많은 실수와 실패를 반복했다. 성공하기보단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주변에서 일을 잘한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실패를 했다면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장을 만들어보자. 그 과정도 오롯이 나의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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