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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eyan Jan 04. 2024

흘러가는 모든 것에 감사해

조금 더 단단해진 그런 이야기

2023년을 회고하며.


2022년 나와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하루로 버킷리스트를 작성했었다. 대다수의 버킷리스트를 이루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회고를 위해 그동안 있었던 일을 정리하다 보니 프리랜서로 외주를 받기도 하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고 헤어졌던 한 해였다.


2022년 12월, 버킷리스트 만들기

상반기에는 그동안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개인 100%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었고, 이직을 위해 여러 면접을 봤다. 콘텐츠 디자이너로 헤드헌팅을 받은 적도 있었고, 주변 지인들의 추천자리도 연이어졌다. 그렇지만오랫동안 다니고 싶은 회사를 찾기는 쉽지 않았고, 다시 준비하자.'라는 생각이 들어 사이드프로젝트와 팀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초반기에는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자만심에 가득 찼고, 중반기에는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울감과 불안감의 하루를 보냈다. 때로는 누구도 만나기 싫어 침대에 내내 누워있기도 했다. 그런 힘든 시기에도 계속해서 연락해 주는 친구들이 있었고, 진로에 대한 생각부터 디자이너로서의 조언까지 다양한 피드백을 해주던 언니와 동생들도 있었다.


항상 ‘이건 이렇게 될 거야'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면 직접 행동으로 부딪히려 노력했다. 나에 대해 객관적으로 살펴보며 모르는 지식과 부족한 역량을 인정했고, 몇 달간의 방황을 무시하기보단 받아들렸다. 다양한 직군의 경험을 하며 사람의 고생과 고민을 알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는 시각을 키우려 노력했던 것 같다. 좋은 사람들이 내 곁에 있고, 경험할 수 있는 일이 많았던 2023년에 감사하며 회고를 시작한다.


회고의 준비물 : 수많은 기록장이 된 노션과 월별로 정리된 카카오 드라이브.





://Book

나의 책 읽기는 세 가지의 타입으로 나누어진다.

지식을 습득할 때, 누군가와 의견을 나눠야 할 때, 그리고 힐링할 때.


기록의 순간

디자인 또는 전문적인 지식을 얻을 때는 손과 형광팬을 사용해 메모를 하는 편이다. 눈으로 읽을 때보다 기억에 오래 남고, 종이에 펜으로 글자를 끄적이다 보면 여러 생각들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휘날리는 글자들은 그동안 해왔던 일에 대한 반성일 때도 많고, 논리적인 프로젝트를 만들기 위한 구상일 때도 많다.


제일 도움이 많이 되었던 책은 '일 잘하는 디자이너_2023_시부야료이치'였다. 클라이언트와 이야기하는 방법, 메일을 주고받는 방향 등 디자인과 관련된 여러 실무적인 조언들이 가득했다. 이 책은 프리랜서로 일하던 나에게 선배의 역할을 해주었고, 덕분에 여러 개의 작업들을 성공적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아쉬웠던 건 '큇(QUIT)_2022_애니듀크'라는 책이 아닐까. 선택의 중요성과 그만두는 지혜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사례와 함께 전달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좋은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후반부에 갈수록 비슷한 내용이 많아 자기 계발서의 한계를 크게 느꼈다.


손으로 적고, 문장을 입으로 중얼거리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옆에서 친구는 공부하듯 책을 읽는다고 말하곤 하는데 모르는 지식과 경험들을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서 적는 일이 많으니 다른 사람의 경험을 공부한다고 치자. 힐링을 할 때는 북스테이를 하기도 하고, 도서관 또는 카페에서 책을 읽을 때도 많다. 아무것도 적지 않은 채 그저 읽고, 좋은 문장은 촬영한다. 이번 도서 회고의 슬픈 점은, 읽은 책들의 소감을 정리한 메모들이 없다는 것. 2024년에는 읽은 책들을 SNS 또는 메모장이라도 적는 습관을 들여봐야겠다.


감사했던 2023년의 독서모임

독서모임과 같이 누군가와 의견을 나눌 때는 아이패드를 사용하여 글을 작성하고, 눈에 잘 보이는 페이지는 사진으로 촬영한다. 꼭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부분은 형광팬으로 표시하고, 핵심적인 내용은 색깔 있는 펜으로 적는다. 모임이 시작되었을 때, 말하고 싶은 부분을 빠르게 찾기 위해 1-2페이지 내에서 적으려고 하는 편이다. 2023년의 첫 독서모임은 '라이프 트렌드'를 주제로 진행되었다. 2022년의 토픽을 정리하고 새로운 문을 여는 일은 꽤 즐거웠다.


모임에는 다양한 직군의 개발자, PM , 디자이너 등이 참여했기에 다양한 직군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시각과 견해를 넓힐 수 있었다. 내가 재미있게 생각한 문장이 다른 사람에게는 부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었고, 어떤 이에게는 큰 영감을 주기도 했다. 한 주제에 대해 여러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서술하는 것을 듣는다는 건 책의 비하인드를 적어 내려가는 것과 같았다. 중 후반기에 클라이언트들과의 미팅이 주말에 잡히는 일이 많아 아쉽게도 모임을 떠나게 되었지만, 책에 대한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나눈 순간들을 아직도 소중히 기억하고 있다.



://Listen

누군가의 경험을, 친구 또는 가족과의 대화를, 그리고 나.


'다시 준비해 보자'라는 마음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생각은 나에 대해 직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콘텐츠가 마련되어 있었고, 홀린 듯이 나를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모르는 사람과 나의 인생과 나다움을 주고받았고,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보았다. 나를 표현하는 색깔, 도형, 그리고 앞으로의 선택들... 즐겁게 대화를 이어갔음에도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했다.


다양한 질문지 카드

인터뷰에 답하는 것이 솔직함보다 포장됨이 많았던 것이 그 이유다. 포장되지 않은 진실을 찾기 위해 새로운 시도가 필요했다. 나를 알 수 없다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러나 다른 사람도 이와 같은 방황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생각의 흐름은 경험을 체험해 보자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다른 이의 이야기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었기에 그들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Listen/고객의_소리

CS업무를 처음 선택하게 된 것은 직접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마침 집 주변에 렌터카 회사의 CS 공고가 올라왔고, 한 달 동안 여러 차종과 대여 프로세스와 같은 교육을 받은 뒤 업무를 시작했다.


N명의 지원자들과 함께 시작했으나 교육을 완료한 사람은 나 혼자였다. 동기가 없이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고, '나 환불해 줘!'라는 강성 고객보다는 예약, 로그인, 이벤트 등 버튼의 위치나 세부사항에 대해 문의하는 사람이 많았다.


CS업무는 배움의 연속이었다. 버튼을 찾지 못해 예약확인을 하지 못하시는 분께 '고객님, 화면 상단의 00과 00이 보이시나요? 그 하단에 버튼이 있어요'라고 설명하며 정보 그룹핑에 대한 중요함을 배웠고, 외국 사이트로 전환하는 아이콘을 찾지 못하는 고객들이 수십 명이 나왔을 때, 아이콘의 직관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생각보다 재미있었던 하루들.

재미있었던 일화 중 하나는 회원가입 시 00 쿠폰을 증정한다는 이벤트였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해당 이벤트 배너가 팝업으로 뜨기 때문에 신규고객이 파격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이 이벤트는 성수기에 사용할 수 없는 조건이 있었고, 이벤트의 주의사항을 확인하려면 [이벤트]-[세부]-[콘텐츠클릭]과 같은 3단계의 플로우가 존재했다. 또한, 팝업에는 해당 조건이 명시되어 있지 않았기에 쿠폰 사용에 대한 문의가 계속 들어왔다.


이러한 고객의 불편함을 며칠간 들으면서 내가 디자인을 담당한다면 고객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적용해야 하는지, 주의 사항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조금 유쾌한 점은 이러한 문의율이 계속 쌓이자 해당 이벤트가 성수기에도 사용 가능하도록 변경되었다는 점이다.


어떤 일이든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지만, 고객의 혼란이 많다는 것은 설계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신호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해당 서비스를 리디자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불편사항을 데이터화한 후 고객이 원활하게 렌털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어떤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하는지 파고들었다. 기존 사용자의 편의성을 극대화시킬 것이라는 것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마무리했다. 업무에 스트레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해당 프로젝트를 보여주며 팀원과 논의하는 일은 즐거웠고, 잘못된 기획이 고객을 잘못된 방향으로 안내할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Listen/관점의_차이

콘텐츠 디자이너와 가장 가까운 직무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영업과 물류다. 회사는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전시회를 개최하고, 디자이너는 카탈로그와 간판 등을 제작하여 제품을 홍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인쇄물은 직접 만들 때도 있지만, 공장 또는 거래처에 제작을 의뢰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오타를 잡거나 퀄리티의 싸움이 연이어 이어지며 기간 내에 제작하기 위해 당일 또는 퀵 배송으로 신청할 때가 많다.

감사한 편지와 노동의 흔적


늘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업무를 해왔기에 영업 또는 물류팀의 관점에서의 이해도가 필요했고, 짧게 업무를 할 수 있는 곳을 찾던 중 한 달여의 기간동안 할 수 있는 업무를 찾게 되었다. 내가 맡은 일은 고객사의 DB를 정리하고, 일자별 배송 리스트를 추려 간단한 포장과 함께 물류팀에 내려주는 것이었다. 이카운트를 통해 새벽배송과 일반배송을 확인하고, 송장을 출력하며 영업팀과 물류팀 사이의 중간 다리 역할을 맡았다.


일이 바빴을 때에는 하루에 150가지가 넘는 배송지와 리스트를 처리해야 했기 때문에 영업팀은 곤란해했고, 물류팀은 영업팀으로부터 리스트를 받지 않으면 업무를 진행할 수 없어 긴장이 높아졌다. '언제까지 되는 거예요?' 또는 '오늘 보낼 건 이게 마지막인가요?' 하며 날카로운 질문을 주고받기도 했다. 서로 업무를 원활히 진행하고자 리스트를 구체적으로 수정하거나, 긴급건의 주문 건은 별도로 분류하는 등의 방안을 모색했다. 엑셀에 있던 표의 문장들이 점점 더 구체화되면서 업무 프로세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N억의 매출을 달성하는 일에 내 손이 직접 투입되었기에 신기했고, 최대한 많은 수의 주문을 받아야 하는 영업팀과 많은 주문 건을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는 물류팀의 관점을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었다. 영업보조 업무를 마친 뒤 물류업무를 직접 경험해보기도 했는데, 새벽 5시에 일어나 물건을 지고 나르며 어떤 일이든 쉽지 않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급한 일정은 어쩔 수 없지만 일정을 잘 조율하며 생산과 배송 과정을 고려한 디자이너가 돼 보자. 집에 가는 버스를 타고 돌아오면서 흔들거리는 내 다리에 웃었고, 내 주변의 편리함을 도와주는 모든 분께 감사했다.



://STUDY

디자인, 영어, UX, 팀프로젝트 Let's Go

크고 작은 참여들

DD'23과 같은 디자인 콘퍼런스에 참여하고, 새벽에 일어나 스터디 카페에 가서 프로젝트를 설계하거나 공부를 하는 등 외/내부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했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유저 경험 설계와 건강한 리더십 마인드 등의 견문을 넓혀갔다.


새벽의 스터디카페는 아무도 없거나 가끔 한 두 사람이 있는 조용한 공간이었기에 잠이 덜 땐 상태로 설계서를 읽거나 와이어프레임을 그리곤 했다. 무언가를 몰입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어피니티 다이어그램 분류와 와이어프레임 회의


그리고 팀 프로젝트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몇 개월 동안 A-Z까지 기획하고 제작하는 일은 힘들었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당시 나는 불안감에 가득 차 있었다. 설계가 여러 차례 수정되면서 진행 속도가 느려지고, 때로는 울음을 터트릴 정도로 힘겨웠다. 팀원들은 급하게 모든 것을 처리하려 하는 나를 어려워했고, 나는 프로젝트를 완벽히 해내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


몇 번의 회의 끝에 내가 팀원들을 잘 배려하지 못함을 깨닫고, 서로 이해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맞춰나갔다. 팀원들과 몇 시간 동안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상황과 사적인 이야기들을 공유하하기도 했다. 진행속도의 빠름도 좋지만, 약간의 느슨함은 전체적인 활력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촉박한 시간 내에 모든 것을 해내길 원했고, 홀로 달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것은 개인 프로젝트가 아닌 팀 작업이기에 서로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야 했고, 각자 가지고 있는 스킬을 이해해야 했다. 이번 일을 통해 내가 취해야 할 행동과 생각들을 차분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나는 반성했고, 팀원들과 앞으로 해결방안과 구성안에 솔직하게 나눴다. 이후, 팀원들의 사기력은 높아졌고, 몇 주 동안 멈췄던 진행속도는 2배로 빨라져 QA까지 빠른 시간 내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


몇 달 동안 함께 해준 팀원들께 너무나 감사하다.



1년간 포트폴리오 리뷰 모임, HCI논문 스터디, 디자이너 연말 모임 등에 참여해 꾸준히 인사이트를 얻기도 했다. 다른 동료와 솔직한 고민을 나누고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모두가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원동력을 얻었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논문 스터디는 항상 참관하기만 했는데, 이번에는 또 하나의 도전을 외치며 발표를 하게 되었다. 해외 논문은 처음 접한 터라 어려움이 많았지만 첫 OT에서 논문을 분석하고 발표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배울 수 있어서 감사했다. 이번 발표 주제는 '무음 음성 상호작용과 AI 모델 투명성'에 대한 내용이었으며 처음 접하는 기능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몇 주간 분석하고, 번역하는 과정은 흥미로웠다.


또 다른 모임으로 BX, UXUI, 콘텐츠 디자이너들을 만나 서로의 포트폴리오를 공유하고 앞으로 있을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대다수의 모임이 강남, 홍대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경기도권에 사는 나로서는 꾸준히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일은 늘 어렵지만 만남 이후에 가슴이 콩닥콩닥 뛰며 빛나는 미래를 상상하게 되는 중독적인 매력이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늘 즐거워!


2023 HCI 논문스터디는 여기에서 진행했다. https://uxacademia.oopy.io/chi-study


여름부터 함께했던 앤드류쌤

여러 모임에 참여하면서 영어의 필요성을 알았다. 어릴 때부터 영어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은 터라 초등학교 수준의 영어 실력에 답답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지인들을 보면서 나는 단지 "Umm.. Oh!"와 같은 추임새로 표현할 뿐이었고, 한 마디라도 하기 위해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고민을 털어놓자 지인에게 화상 영어를 추천받았고, 주 1-2회 15분의 시간을 투자했다.


아직도 단어의 나열에 머무르고 있지만, 초반에 비해 가슴이 콩닥 이거나, 더듬거리는 것이 줄어들었다.


미래에는 기술의 발달로 외국어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니 아쉬움이 크다. 아직 프리토킹은 어려울 진 몰라도 2024년에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최소한 두 문장이라도 제대로 하고 싶다.



://ECT

다양한 활동들

그 밖에 그릇과 컵을 만들기도 하고, 조용한 공간에서 책을 읽기도 하고, 혼자 영화를 보기도 했다. 말 그대로 맛있는 것 먹기 투어도 진행했다. 직접 흙을 만지고, 물레를 돌려보기도 하는 등 다양한 체험을 하면서 새로운 즐거움을 알았다.


이번 해는 주변 사람을 챙기겠다고 다짐했는데 돌이켜보니 여러 사람들에게 챙김을 받았다. 디자인 커뮤니티 또는 행사, 취미생활 등을 통해 만난 지인들을 계속해서 만나다 보면 세상은 참 좁다는 것을 느낀다. 오프라인에서 만나 1년이 3년이 되고, 벌써 5년 넘게 연을 이어가고 있는 지인들도 있다.


업무적인 피드백을 서로 나누는 것도 좋지만 서로 어떻게 살아가는지, 요새 고민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다 보면 내가 했던 고민이 별거 아니라는 생각에 웃음을 짓기도 한다. 예전에 사람을 만나는 일에 계산적인 태도를 조금 가지고 있었는데, 여러 관계가 생기면서 새로운 사람이 내 옆에 생겨나는 것도, 누군가가 내 옆을 떠나가는 것도 흘러가는 일상이 되었다.


여행.ZIP

디자이너 모임에서 만난 언니들과 등산을 하기도 하고, 동생과 첫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는 강릉, 대구, 대전 등 국내 여행을 다니면서 살아있음을 느꼈다. 버킷리스트에 적힌 내용들을 잊고 있었는데, 친구들과 온천 사우나를 즐기거나 찐 맛집을 찾아가는 등의 소소한 소원들도 이뤘더라.


생산적인 하루에 집착하지 않아도 일상은 이어졌고, 꾸준히 발전하려 했다. 성장보다는 단단함에 집중했고, 적당한 휴식은 불안감을 내려놓을 수 있는 비결이었다.




새해가 밝아오며 감기에 걸렸고, 5일 내내 누워있으면서 드문드문 회고를 작성했다. 2023년을 겪으면서 조금 더 강해졌고, 주변사람들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 회고를 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자책하며 마음이 무거웠는데, 불안함 속에서 수많은 경험을 했고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깊게 고민해 볼 수 있던 1년이었다.





2021년은 성장을 외쳤고,

2022년은 반성과 뿌듯함을 느꼈다.


그리고, 2023년은 조금 단단해졌다.



2021년의 회고 : https://blog.naver.com/sae-yan/222614147005

2022년의 회고 : https://brunch.co.kr/@sae-ya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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