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피 Sep 23. 2021

검찰 수습 일지, 갑자기 부산이요?(6)

마약수사, 기다림의 미학

 추적조는 우리 부산팀 11명 모두가 있는 단체 메신방을 만들어 그곳에 피의자의 동태를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피의자의 인상착의부터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는지, 심지어 무엇을 먹으러 어디로 가는지 등등 피의자의 상황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그러나 우리가 예상하던 상황은 좀처럼 발생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카페에서 기다리다가, 피의자가 있는 인근으로 옮겨 식사도 하고, 또 무한 대기를 하다가 시간은 흘러 흘러 어느덧 저녁 9시가 되었다. 피의자가 누군가와 저녁을 먹고 헤어진 뒤, 어제 머물렀던 호텔 방향으로 택시를 타고 이동 중이라는 소식이 단체 메신방에 올라왔다. 우리는 곧장 자리를 옮겨 다시 어제 우리가 널브러져 있었던 그 호텔 로비로 이동했다. 나를 비롯한 동기들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





 "도연이랑 진웅이 두 명은 오늘 스타렉스 조 하자"





 최계장 님은 나와 진웅이에게 피의자를 추적하기 위해 호텔 앞에 주차해 둔 스타렉스 안에서 대기할 것을 지시하셨고, 나랑 진웅이는 스타렉스에 담겨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고자 했다. 그렇게 스타렉스에서 대기하기를 두 시간쯤 지났을까, 하루 종일 부산 시내의 카페를 돌아다니며 잠복 아닌 잠복을 한 나는 화장실을 참고 참다가 결국 스타렉스에서 잠시 내려 급하게 화장실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지이이--- 지이이잉----





 호텔 내부의 화장실을 향해 달려가던 중 전화가 왔다. 막 호텔 회전문을 밀고 들어갈 때였다. 진웅이었다. 아주 불길했다.





 "누나!! 어디 가요?"




 "어 나 화장실 좀 다녀올라고"






 "누나!! 우리 지금 출발해요 빨리 와요!!"

 




 진웅이는 지금 출발한다는 말 한마디만 남기고 무심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나는 이미 끊겨버린 전화기를 손에 든 채로 화장실은 구경도 못해보고 다시 회전문을 통해 나오게 됐다. 순간 눈앞이 노래졌다.




 

 나는 그대로 황급히 다시 스타렉스에 탔다. 화장실을 간다고 자리를 비운 지 2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어디선가 나타난 부산팀 사람들이 스타렉스에 아주 꽉꽉 들어찼다. 그렇게 스타렉스에는 나까지 총 9명이 탑승하게 됐고, 나와 진웅이는 막내 중에 막내답게 화끈하게 스타렉스 맨 뒷자리를 자리하게 됐다. 나는 그렇다 쳐도 키가 180cm에 육박하는 진웅이는 건조기에 너무 오래 돌린 수건처럼 비틀어져버렸다. 나는 나대로, 진웅이는 진웅이대로 눈앞이 아득해져 갔다.





 "얘들아! 저 앞에 택시 보이지? 택시에 그놈이 탔어! 저거 택시 잘 봐야 돼!"




 "넵!"





  저 앞에 택시 보이지...? 아니요 사실 안보였다... 시간은 오후 11시 반을 향해 달려갔고, 내 앞에는 장정 7명이 구겨져 있어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세상천지가 온통 암흑이었다. 그래도 안 보인다고 할 수는 없었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나는 나대로 허리를 꼿꼿이 펴고 최대한 앞을 보고자 했으며, 최대 수용 인원까지 가득 담긴 우리의 가여운 스타렉스는 엉덩이를 추욱 늘어뜨린 채 그놈이 탔다고 하는 택시를 힘겹게 쫓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쫓아가기를 10분 정도 되었을까 어느 좁은 골목길로 들어가서 우회전하는 택시, 그리고 그 택시의 뒤를 쫓아 골목길로 들어간 뒤 우회전하는 순간






 거짓말 조금 보태, 왕복 10차선을 가득 메운 은색 택시 백 여대의 화려한 후미등이 빠알간 눈을 쉴 새 없이 깜빡이며 우리를 반겼다.






 택시가 우리를 인도한 그곳은 부산 시내 최대의 번화가, 서면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검찰 수습 일지, 갑자기 부산이요?(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