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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피 Sep 17. 2021

검찰 수습 일지, 갑자기 부산이요?(2)

그럼 도연이도 같이 가자

 진웅아 같이 못가서 미안해... 갑자기 부산까지... 고생하겠





  나는 진웅이한테 미안한 마음을 전달했고, 어린 나이에도 속이 깊은 진웅이는 자기는 괜찮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





  “도연이 너도 부산 가고 싶어?”





 사무관님께서는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보고 내게 물어봐 주셨다.





 “네...? 네... 사무관님...





 사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진웅이에게 미안한 감정과는 별개로, 별로 가고 싶지 않았다... 난 아직 첫 출근 때 입었던 풀세트 정장 차림 그대로라고... 하지만 아직 일주일 차 밖에 되지 않은 신입사원이 벌써부터 일하기 싫어한다는 이미지를 만들긴 싫었다.





 “그래? 푸흐흡... 그럼 너도 가~ 내가 1호실에 말해놓을게”




  “네?




 "가~ 가고 싶음 가야지 최계장! 여기 임 수사관도 데려가자고"

 




 사무관님은 우리 방 최계장 님께 나도 데려가라고 하셨고, 최계장님께서는 

'그래 그럼 도연이도 가자 짐 챙겨'라고 하셨다.

 



 우이씨... 이게 아닌데...




 아니야아니 차라리 잘됐어. 고생하더라도 동기하고 같이 가서 고생하고 맘이 편한 게 낫지. 사무관님께서는 내가 느낄 소외감을 배려해주셨고, 직접 1호실에 가셔서 도연이도 데려가 달라는 말을 해주셨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1호실 부산팀이 2호실로 왔다. 1호실 팀은 이미 부산에 내려갈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얘들아 근데 오늘 내려가면 자고 올지도 몰라”




 1호실의 이계장님께서 말씀하셨다.





 “네? 계장님 그러면 저 관사에서 세면도구라도 챙겨 오면 안 될까요?”




 “지금? 지금 시간이 없는데... KTX를 3시 20분 꺼를 예매해놔서 지금 가야 돼”





 시간은 오후 1시 40분 남짓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그냥 가는 수밖에...  

 내심 내 마음속에는 '그래도 설마 자고 오진 않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멍청했다)





 부산팀은, 1호실 네 과 내 동기인 김별희와 김대훈, 그리고 2호실 세 과 나, 정진웅 이렇게 총 11명이었다. 부랴부랴 1층으로 내려간 우리는 택시를 3대로 나눠 타고 광명역으로 떠났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때의 나는 8월 말 날씨에 두꺼운 정장 재킷을 입고, 정장 차림에 구두를 신고 있었으며, 손에는 스몰 사이즈의 핸드백 하나만이 들려있었다. 그나마 바지 정장이라 다행이었다.





 광명역에 도착하고 나서, 부산행 KTX가 출발하기까지는 한 30분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그때까지도 나는, 내가 부산으로 가기 위해 광명역에 와있다는 사실이 믿기질 않았고, 지금 꿈인지 생시인지 싶었다. 닭갈비 맛있게 먹고 배 두드리면서 졸다가 말이다. 그렇게 한참을 멍때리던 중, KTX가 플랫폼에 도착해 우리는 KTX에 탑승했고, 내 옆자리는 동기 진웅이가 앉았다. 그날은 내가 부산행 KTX를 처음 타본 날이었다.





 부산까지 가는 여정에서 내내 나는 진웅이와 나는 이게... 이게 진짜 무슨 일이냐...’라는 말을 연신 내뱉었고, KTX는 내가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체념할 시간 조차 주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부산을 향해 달려갔다. 본가가 대구인 진웅이는 KTX가 동대구역에 도착했을 즈음에 '나는 여기서 이제 내려야 할 거 같은데...'라는 말을 연신 중얼댔다. 우리는 이때까지도 부산에 간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았다.





 KTX는 빠르게 부산역에 도착했고, 마약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곳은 부산 중심가에 위치한 호텔이었다. 우리는 부산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곧장 호텔로 향했고, 도착한 호텔 로비에는 국정원과 인천세관 직원먼저 도착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로 간단하게 인사를 주고받은 뒤, 계장님들세관 직원들과 호텔 로비 한켠에서 검거 계획 등을 회의하셨고, 선배님 두 분께서는 근처에 저녁 먹을 만한 곳을 찾고 계셨다. 나랑 동기들은 구석진 곳에 멀뚱하게 서서 지금 이 상황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어쩐지 동기 김대훈 안보였다.





"언니, 대훈이 오빠는 어딨어?"




 김대훈과 같은 방에서 근하는 김별희에게 물었다.





 “대훈이? 대훈이 지금 장계장 님하고 인천에서 스타렉스 운전해서 오고 있어”





 “뭐? 인천에서 스타렉스로 오고 있다고?”





 “응... 대훈이 진짜... 불쌍...”





 그녀는 인천에서 스타렉스를 운전해서 달려오고 있는 김대훈을 생각하니 눈앞이 아찔해졌는지, 그가 불쌍하다는 말을 하고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인천에서부터 스타렉스를 타고 오고 있을 그를 생각하니, 우리가 KTX를 타고 부산에 온 건 차라리 행운이었다. 어쩐지 광명역에서부터 보이지 않던 김대훈은 스타렉스 운전을 할 줄 안다는 이유로 검거를 대비하여 수사차량인 스타렉스를 몰고 인천에서 부산까지 오고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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