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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다보면 보인다 Oct 24. 2024

마주 보다

시선을 마주치며 바라본다는 것

마치 내 다리가 아닌 것처럼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후들거렸다. 박자를 맞추듯 심장도 세차게 뛰었다. 나를 향한 시선들이 따갑게만 느껴졌다. 짐짓 여유로움을 가장한 채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수업을 맡은 ***입니다.''
스마트폰 활용 지도사 자격증을 딴 후, 내 생애 첫 수업이었다.



처음엔 그저 공부하는 김에 자격증까지 따는 게 좋지 않나 싶었다. 강사를 따라다니며 옆에서 보조나 봉사만 해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강사가 된다는 건 상상조차 해본 적 없었기에.

모임에 가서도 한구석에 자리 잡고 되도록 눈에 띄지 않도록 몸을 사리던 나였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면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오는 듯했다.
말할 거리를 생각하느라 다른 사람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막상 차례가 되어 내게 시선이 집중되면 머릿속이 하얘져서 버벅거리다가 얼굴이 빨개지기 일쑤였다. 그러던 내가 사람들 앞에서 수업을 하다니.

인사한 뒤 첫 번째 수업을 시작했다.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입안이 바짝 마르고 목소리까지 갈라졌다. 목을 축이려고 생수병을 드는 손이 덜덜 떨렸다. 뒤돌아서 심호흡한 후 되뇌었다.
'몇십 번을 연습했잖아. 연습 한대로만 하자!'
몸의 떨림이 조금 잦아들긴 했지만 스스로 듣기에도 목소리 톤이 높고 불안정하기 짝이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조금씩 긴장이 가라앉으면서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 얼굴이 비로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여 주는 사람, ''아하!''하며 감탄사를 내뱉는 사람, 그냥 빤히 바라보고만 있는 사람도 보였다. 따라오려는 의지가 보이는 사람은 물론이고, 아는지 모르는지 시큰둥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은 그 사람대로 더 잘 알려주고 싶은 의욕이 생겼다.

50분이라는 시간이 어찌 그리 짧은지. 첫 번째 시간이 순식간에 끝났다. 두 번째 시간부터는 한 사람 한 사람씩 마주 보려고 용기 내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치는 사람들의 눈이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잘 듣고 있으니 염려 말고 수업하세요.'
사람들과 시선을 주고받을수록 내 목소리는 커지고 여유까지 생겼다. 자신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오늘 수업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사와 함께 두 시간의 수업이 모두 끝났다.
''수고 많으셨어요.''
내게 인사를 건네며 강의실을 나가는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그 후련함과 짜릿함이란!



난 지금 다음 수업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많은 시선 앞에서의 불안감과 두려움이 조금도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이 따갑고 싫게만 느껴졌던 과거의 나로부터 조금은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시선을 마주치며 바라본다는 것은 상대의 말을 집중해서 듣겠다는 무언의 표시이고 상대의 기분까지도 살피겠다고 하는 배려의 표시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서로 시선을 주고받으며 느꼈던 희열을 떠올리면서 다음 수업 시간에는 보다 더 용기 내어 마주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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