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와 로마의 음악

그리스 사람들의 음악은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분명 음악이 매우 신비로운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항상 듣는 음악(Music)의 어원은 그리스어 무시케(Musike)입니다. 무시케는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의 우두머리 제우스(Zeus)와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Mnemosyne) 사이에서 태어난 여신들인 무사(Musa)가 관장하는 기예를 말합니다. 이 무사를 영어식으로 하면 뮤즈(Muse)가 됩니다.

뮤즈는 모두 9명이며, 아폴론 밑에서 각자의 역할을 맡고 있었습니다. 뮤즈는 모두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클리오(Clio)는 역사, 우라니아(Urania)는 점성술, 멜포메네(Melpomene)는 비극, 탈리아(Thalia)는 희극, 테르프시코레(Terpsichore)는 무용, 에라토(Erato)는 연애시, 칼리오페(Caliope)는 음악, 에우테르페(Euterpe)는 서정시, 폴리힘니아(Polyhymnia)는 찬가를 관장했습니다. 뮤즈의 여신 중 음악에 해당하는 역할은 칼리오페가 맡았는데,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것으로 유명했으며 그리스 신화에서 최고의 음악가로 등장하는 오르페우스(Orpheus)의 어머니기도 합니다.

오늘날 뮤즈가 음악을 뜻하는 뮤직의 어원이 된 것은 옛날에는 음악이 시와 연극, 미술, 역사, 춤 등을 포함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음악 속에서 시와 춤, 연극과 역사 같은 걸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음악이 뮤즈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아폴론과 무사이(무사의 복수형)

아폴론(Apollon)과 디오니소스(Dionysos)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우스의 아들 아폴론은 건장한 미남 청년의 이미지로 묘사됩니다. 또한 지적이고 냉철한 정신과 함께 시와 음악에 능했습니다. 아울러 예언자이자, 의술의 신이기도 했습니다. 아폴론은 언제나 리라(Lyra)를 지니고 다녔는데, 이 악기는 모든 현악기의 시초가 되는 것으로 하프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오르페우스에게 리라를 준 것도 바로 아폴론입니다.

반면 술과 춤의 신 디오니소스를 따라다니며 그 추종자들과 광란의 축제를 즐기기로 유명했던 사티로스(Satyros)는 아울로스(Aulos)라고 하는 오보에와 비슷한 관악기를 잘 불었습니다. 그런데 아울로스는 위험한 악기로 취급받았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어 정서상 좋지 않고 도덕을 파괴한다고 여겨졌던 것입니다.

한편, 고대 그리스의 젊은이들은 튼튼한 체력과 섬세한 감성을 겸비하는 것을 이상적인 모습으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그리스에서 음악은 성인으로 성장할 때 감각이나 사고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남자들은 반드시 음악을 배웠다고 합니다.

그리스의 철학자들도 음악을 중시했습니다. 플라톤은 예술이 자연을 모방하는 일종의 기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예술 형식들 사이에 서열을 두었는데, 외형적인 것을 모방하고 표현하는 회화는 가장 낮은 것이고, 조화와 균형을 중시한 연극, 조각, 건축 등은 중간 정도, 그리고 질서와 조화를 표현하는 음악과 시는 가장 창의적인 예술로 평가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플라톤과 마찬가지로 음악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이유로 <정치학>이라는 저술에서 음악의 교육적 효과와 카타르시스적 효과를 들었는데, 그에 따르면 카타르시스는 모든 예술에 수반되는 중요한 미적 효과라고 합니다. 특히, 음악은 우리의 정신을 정서의 압박에서 해방시키는 동시에 일종의 쾌락도 주기 때문에 모든 예술 형태 가운데서도 카타르시스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여겼습니다.

반면, 로마 사람들은 대체로 그리스 음악을 베껴다 썼을 뿐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생활이 풍족했으므로 술 마시고 노는 데 열중하여 음악이 점차 속되고 천한 것으로 변해 갔습니다. 다만 군대는 강했으므로 군악과 금관 악기가 발전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리스 음악이 오늘날 서양음악이 기원이 된 것은 전 세계를 점령했던 바로 이 로마제국이라는 매개체가 있어서 가능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