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뮤즈 Apr 29. 2021

클래식 음악은 정말 인간의 감정을 자극할까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일들로 인해, 기쁨, 좌절과 분노, 슬픔, 실망, 열광, 기대, 즐거움과 같은 사소한 감정을 느낍니다. 때로는 아주 격렬한 감정의 변화를 겪기도 합니다. 비록 이러한 감정들이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돌이켜보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이었을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자신의 마음을 가장 진실하게 표현한 감정들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그리고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음악이 우리의 이러한 감정을 자극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음악이 인간의 감정에 영향을 끼치는 이유는 대체 뭘까요? 음악은 단지 조화를 이룬 소리의 연속에 불과한데 어떤 메카니즘으로 인간의 감정에 영향을 끼치고 더 나아가서 감동을 시킬까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듣는 소리 때문에 감정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데 대해 과연 논리적인 설명이 가능할까요?


18세기 영국의 신학자 토마스 비스는 음악이 인간을 감동시키는 것은 음악이 인간과 신 사이의 신성한 중재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음악은 악기에 있는 것도 아니요. 우리 귀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악기란 나무나 금속, 현을 이용해 기술자가 만들어낸 물건입니다. 느낄 수도 볼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저 혼자서는 움직이지도 소리를 내지도 못하는 한낱 사물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귀를 보십시오.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것은 성스러운 창조주께서 만들어주신 것으로, 악기가 아닙니다. 악기보다 더 섬세하게 창조되긴 했지만, 역시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자연의 것이든 인간이 만든 것이든, 그 모든 악기와 창조주께서 만드신 귀가 함께하면 우리는 음악을 듣고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음악 그 자체로부터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는 비스의 시대를 앞선 주장은 20세기 최고의 작곡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이론을 약 2세기 정도 앞지른 것이었습니다. 스트라빈스키도 음악이 아무것도 표현할 수 없다고 말하여 상당히 논란을 불러 일으킨 바 있습니다.


▲ 현대 예술에 신고전주의라는 위대한 지평을 연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음악이란 문학보다는 차라리 수학에 더 가깝다. 물론, 수학 그 자체와 같다는 뜻은 아니지만, 수학적인 사과와 수학적 연관성과 유사한 것이다."


스트라빈스키는 음악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은 '현실이 아닌 환상'일 뿐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사실, 논리적으로는 스트라빈스키의 말이 옳습니다. 음악은 너무나 추상적인 것이기 때문에 음악으로는 아무 것도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음악은 단지 인간의 뇌의 반응 영역을 자극해서 감정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처럼 느끼게 만들 뿐입니다. 간단한 착시현상 실험만으로도 인간의 뇌가 쉽게 착각을 일으킨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이는 그리 이상한 현상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어떤 음악을 듣고 과거에 머물렀던 특정한 장소를 떠올리며 추억에 잠기거나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리며 입가에 미소를 짓는 것은 음악 그 자체 때문에 아니라 음악과 관련된 우리 삶 속의 갖가지 사건과 경험들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음악을 들었을 때 우리의 뇌가 감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애석하게도 이에 대해서는 아직도 확실히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인간의 뇌에 대해서는 아직도 과학자들이 풀지 못한 신비가 많이 쌓여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찌 보면 차라리 모르고 있는 편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제 아무리 신비한 마술이라도 마술사의 트릭을 알고 나면 시시해지듯이, 음악도 뇌가 자유롭게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내버려 두었을 때 충분히 즐길 수 있지, 대체 어디서 그 감정을 받아들이는가를 시시콜콜히 따지고 들면 그만큼 즐거움이 반감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 아름다운 바이올린 소리에 맞춰 춤추는 돌고래들(출처: 페이스북)


그런데 음악은 오로지 인간만 반응하고 즐기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 과학 실험에 따르면 물고기나 돌고래도 음악에 반응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위의 사진은 이탈리아 세계 최대 규모의 아쿠아리움입니다. 여기서 한 여성 바이올리니스트가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의 OST를 연주했는데,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을 들은 돌고래들은 연주에 맞춰 마치 춤을 추듯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음악에 맞춰 자유롭게 움직이는 돌고래들의 아름답고 경이로운 유영을 바로 눈 앞에서 바라본 관객들은 모두 감탄사를 연발했답니다.


식물 중에도 본능적으로 음악을 좋아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인도의 안나말라이 대학에서는 발삼 나무에 류트 연주를 들려주는 실험을 한 적이 있는데, 음악을 들려준 식물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더 크고 풍성하게 자랐습니다. 이런 현상은 벼에서도 발견됩니다. 음악을 들은 벼는 수확량이 평균치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게다가 1980년 초 미국의 덴버 대학에서 실시한 실험에 따르면, 식물들이 시끄러운 록 음악보다는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더 좋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합니다. 그 실험에서 록과 헤비메탈을 듣고 자란 식물은 크기가 비정상적으로 커지거나 아예 성장을 멈추고 2주 안에 죽어 버렸지만, 똑같은 조건 하에서 바흐나 헨델 같은 바로크 음악을 듣고 자란 식물은 아주 풍성하게 잘 자랐을 뿐만 아니라, 음악이 들리는 방향으로 몸체가 기울어졌다고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클래식 음악을 들으라고 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