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자가 구성요건적 결과의 발생을 인식하였지만 그 결과를 의욕하지는 않고 행위한 경우이다.
형법은 고의범을 원칙적으로 처벌하고 과실범을 예외적으로 처벌하므로, 형사책임의 한계를 명백히 하기 위하여 양자의 구별이 필요하다.
양자는 지적요소가 존재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나, 미필적 고의에는 의지적 요소가 존재하고 인식 있는 과실은 의지적 요소가 없다는 것에서 구별된다.
따라서 미필적 고의의 의지적 요소의 구체적 내용을 둘러싸고 견해가 대립한다.
가) 용인설: 행위자가 결과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한 경우는 미필적 고의이고, 용인하지 않은 경우는 인식 있는 과실이 된다는 견해이다.
나) 가능성설: 행위자가 결과발생의 구체적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행위하였을 경우에는 미필적 고의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인식 있는 과실이 된다는 견해이다. 결과발생에 대한 의지적 요소를 요하지 않으므로 인식 있는 과실의 존재를 부인한다.
다) 개연성설: 행위자가 결과발생의 개연성을 인식한 경우에는 미필적 고의이고, 단순한 가능성을 인식한 경우에는 인식 있는 과실이라는 견해이다.
라) 감수설: 행위자가 결과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그 점을 진지하게 고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행위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구성요건실현의 위험을 감수한 떄에는 미필적 고의가 되고, 결과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신뢰한 때에는 인식 있는 과실이 된다는 견해이다.
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증거인멸·산업안전보건법위반]
[1]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라 함은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을 불확실한 것으로 표상하면서 이를 용인하고 있는 경우를 말하고,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며, 그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의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아니하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하여 일반인이라면 당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경우에도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주관적 요소인 미필적 고의의 존재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며, 한편,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2] 대구지하철화재 사고 현장을 수습하기 위한 청소 작업이 한참 진행되고 있는 시간 중에 실종자 유족들로부터 이의제기가 있었음에도 대구지하철공사 A이 즉각 청소 작업을 중단하도록 지시하지 아니하였고 수사기관과 협의하거나 확인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위 A에게 그러한 청소 작업으로 인하여 증거인멸의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까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한 사례.
*허위진단서작성·업무상과실치사[대법원 2024. 4. 4. 선고 2021도15080 판결]*
형법 제233조의 허위진단서작성죄가 성립하기 위하여서는 진단서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진실에 반할 뿐 아니라 작성자가 진단서 작성 당시 그 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어야 하고, 주관적으로 진찰을 소홀히 한다든가 착오를 일으켜 오진한 결과로 진실에 반한 진단서를 작성하였다면 허위진단서 작성에 대한 인식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허위진단서작성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1976. 2. 10. 선고 75도1888 판결, 대법원 2006. 3. 23. 선고 2004도3360 판결 등 참조).
고의의 일종인 미필적 고의는 중대한 과실과는 달리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않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일반인이라면 해당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6도15470 판결 등 참조).
*청소년보호법위반[대법원 2011. 1. 13. 선고 2010도10029 판결]*
또한, 공소외 1이 면접 당시 지배인 공소외 2로부터 주민등록증을 보여달라는 요구를 받고도 이를 제시하지 않고 자신의 나이를 속였음에도(공판기록 제50면) 피고인이 채용을 보류하거나 거부하지 아니하였고, 그 후 공소외 1이 2주 동안 위 유흥주점에서 일하였는데도 그의 신분과 연령을 확인하지 아니한 이상 피고인에게는 청소년임에도 불구하고 공소외 1을 고용한다는 점에 관하여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대법원 2002. 10. 8. 선고 2002도4282 판결 [청소년보호법위반]
여관업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이성혼숙을 하려는 사람들의 겉모습이나 차림새 등에서 청소년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신분증이나 다른 확실한 방법으로 청소년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청소년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경우에만 이성혼숙을 허용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3295 판결 참조). 그런데 공소외 1과 공소외 2는 이 사건 당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었고, 공소외 2는 특히 나이가 어려 보였다는 것이므로, 공소외 3으로서는 공소외 1과 공소외 2가 함께 여관에 들어가려고 하는 경우 신분증이나 다른 확실한 방법으로 청소년인지 여부를 확인하였어야 하였다. 따라서 공소외 3이 이러한 확인을 전혀 하지 아니하고 공소외 1과 공소외 2의 혼숙을 허용하였다면, 적어도 청소년 이성혼숙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강도살인[대법원 1989. 12. 26. 선고 89도2087 판결]*
피고인이 자신의 허리띠를 잡으며 욕설하는 피해자를 과도를 오른손에 들고 찔러서 피해자가 좌흉부에서 심장을 관통하는 자창에 의한 실혈로 사망하였고, 피고인이 그 직후 과도를 소지한 채 현장을 도망쳐 나왔다면, 상해의 부위, 정도로 볼 때 단순히 피해자를 위협하기 위하여 서로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고 피고인이 과도로 피해자의 왼쪽 가슴을 힘껏 깊숙이 찌른 것으로 보여지고 그 범행이 우발적이라 할지라도 살인의 결과발생을 인식하고 저지른 소행으로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여진다.
*살인미수[대법원 1994. 12. 22. 선고 94도2511 판결]*
나. 살인죄의 범의는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예견하는 것으로 족하고 피해자의 사망을 희망하거나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고, 또 확정적인 고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로도 족한 것이다.
다. 피고인이 9세의 여자 어린이에 불과하여 항거를 쉽게 제압할 수 있는 피해자의 목을 감아서 졸라 실신시킨 후 그곳을 떠나버린 이상 그와 같은 자신의 가해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적어도 그 범행 당시에는 피고인에게 살인의 범의가 있었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01. 3. 9. 선고 2000도5590 판결 [살인]
[1] 살인죄에 있어서의 범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고 그 인식이나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소위 미필적 고의로 인정되는 것인바,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살인의 범의는 없었고 단지 상해 또는 폭행의 범의만 있었을 뿐이라고 다투는 경우에 피고인에게 범행 당시 살인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동기, 준비된 흉기의 유무·종류·용법, 공격의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발생가능성 정도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2] 건장한 체격의 군인이 왜소한 체격의 피해자를 폭행하고 특히 급소인 목을 설골이 부러질 정도로 세게 졸라 사망케 한 행위에 살인의 범의가 있다고 본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