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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형법 총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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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영 변호사 Dec 23. 2024

과실범 2

객관적 주의의무의 제한원리

1. 허용된 위험의 이론

가. 의의

현대 산업사회에서 위험을 수반하는 여러 행태의 경우에 해위자가 결과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충분히 하였다면 이에 의하여 법익침해적 결과가 발생했을지라도 행위자에게 형사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이론이다.

나. 법적 성격

구성요건이란 위법한 행위 중에서 전형적인 불법만을 선별하여 기술한 것이므로 본래부터 사회적으로 상당한 허용된 위험은 구성요건에 해당할 수 없는 것이다(구성요건해당성배제사유설). 이에 의하면 허용된 위험은 사회생활상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한계를 제시함으로써 객관적 주의의무를 제한 수정하는 원리가 된다.


2. 신뢰의 원칙

가. 의의

교통규칙을 준수하는 운전자는 다른 관여자들도 교통규칙을 준수할 것을 신뢰해도 좋고, 다른 관여자들이 교통규칙을 위반하는 경우까지 예상하여 이에 대한 방어조치를 취할 의무는 없다는 원칙을 말한다.

신뢰의 원칙은 피해자의 적절한 행위를 신뢰하는 것이 타당한 때에는 법익침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이를 허용하는 원칙으로서 허용된 위험의 특별한 경우에 해당하며, 객관적 주의의무의 제한을 통하여 과실범의 성립범위를 축소시키는 기능을 한다.

나. 적용범위

1) 도로교통과 신뢰의 원칙

가) 자동차와 자동차의 충돌사고: 신뢰의 원칙 적용

나) 자동차와 자전거의 충돌사고: 신뢰의 원칙 적용

다) 자동차와 보행자의 충돌사고: 판례는 보행자에 대한 사고의 경우에는 신뢰의 원칙을 철저하게 적용하고 있지 않다.

2) 적용범위의 확대

가) 일반론: 신뢰의 원칙은 분업적 공동작업이 필요한 모든 경우에 그 동종작업의 능률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적용된다(외과수술, 공장의 작업과정). 그러나 이 경우 신뢰의 원칙을 확대적용하기 위해서는 신뢰를 기초지을 수 있는 분업관계가 확립되어 있어야 한다.


나) 분업적 의료행위와 신뢰의 원칙: 

(1) 수평적 분업관계: 공동으로 수술을 행한 의사들 상호간이나 한 병원의 독립된 각 과 사이, 의사와 약사 사이처럼 지휘감독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신뢰의 원칙이 적용된다.


*업무상과실치상[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1도3292 판결] *

내과의사가 신경과 전문의에 대한 협의진료 결과 피해자의 증세와 관련하여 신경과 영역에서 이상이 없다는 회신을 받았고, 그 회신 전후의 진료 경과에 비추어 그 회신 내용에 의문을 품을 만한 사정이 있다고 보이지 않자 그 회신을 신뢰하여 뇌혈관계통 질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내과 영역의 진료 행위를 계속하다가 피해자의 증세가 호전되기에 이르자 퇴원하도록 조치한 경우, 피해자의 지주막하출혈을 발견하지 못한 데 대하여 내과의사의 업무상과실을 부정한 사례.



*업무상과실치사[대법원 2022. 12. 1. 선고 2022도1499 판결]*

어떠한 의료행위가 의사들 사이의 분업적인 진료행위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그 의료행위 관련 임상의학 분야의 현실과 수준을 포함하여 구체적인 진료환경 및 조건, 해당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한 규범적인 기준에 따라 해당 의료행위에 필요한 주의의무의 준수 내지 위반이 있었는지 여부가 판단되어야 함은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의사가 환자에 대하여 주된 의사의 지위에서 진료하는 경우라도, 자신은 환자의 수술이나 시술에 전념하고 마취과 의사로 하여금 마취와 환자 감시 등을 담당토록 하거나, 특정 의료영역에 관한 진료 도중 환자에게 나타난 문제점이 자신이 맡은 의료영역 내지 전공과목에 관한 것이 아니라 그에 선행하거나 병행하여 이루어진 다른 의사의 의료영역 내지 전공과목에 속하는 등의 사유로 다른 의사에게 그 관련된 협의진료를 의뢰한 경우처럼 서로 대등한 지위에서 각자의 의료영역을 나누어 환자 진료의 일부를 분담하였다면, 진료를 분담받은 다른 의사의 전적인 과실로 환자에게 발생한 결과에 대하여는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


(2) 수직적 분업관계: 의사와 간호사 등 보조자 사이, 전문의와 수련의 사이, 주치의와 야간당직의사 사이처럼 지휘 감독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신뢰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하급자의 잘못된 행위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상급자에게 하급자를 지휘 감독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상급자는 그 피해에 대하여 위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과실책임을 면할 수 없다.

다만, 전문의와 전공의의 관곅와 같은 수직적 분업의 경우에도 전문의가 전공의에 대해 특정 의료행위를 전적으로 위임하였고 그 위임에 합리성이 인정된다면 전공의에게 과실이 있어도 전문의에게는 과실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여 수직적 분업의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신뢰의 원칙을 적용한 판례가 있다(2022도1499).


다. 적용한계

1) 상대방의 규칙위반을 이미 인식한 경우

이 경우에는 신뢰관계를 기대할 수 없으므로 신뢰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필요한 방어조치를 강구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해양오염방지법위반·업무상과실선박파괴·선원법위반[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8도11921 판결]

해상교통안전법 등에 의하면, 선박은 주위의 상황 및 다른 선박과 충돌할 수 있는 위험성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도록 시각·청각 및 당시의 상황에 맞게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이용하여 적절한 경계를 하여야 하고, 원칙적으로 정박선이 항행선과의 충돌 위험을 회피하기 위하여 먼저 적극적으로 피항조치를 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충돌 위험이 발생한 상황에서 항행선이 스스로 피항할 수 없는 상태에 처해 있다면 정박선으로서도 충돌 위험을 회피하는 데 요구되는 적절한 피항조치를 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인정되는 것이다( 대법원 1984. 1. 17. 선고 83도2746 판결 등 참조). 또, 과실범에 관한 이른바 신뢰의 원칙상대방이 이미 비정상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경우에는 적용될 여지가 없는 것이고, 이는 행위자가 경계의무를 게을리하는 바람에 상대방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미리 인식하지 못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나아가, 결과 발생에 즈음한 구체적인 상황에서 요구되는 정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법규나 내부지침 등에 나열되어 있는 사항을 형식적으로 이행하였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체적인 상황에서 결과 발생을 회피하기 위하여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합리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대법원 1986. 2. 25. 선고 85도2651 판결]*

침범금지의 황색중앙선이 설치된 도로에서 자기차선을 따라 운행하는 자동차운전수는 반대방향에서 오는 차량도 그쪽 차선에 따라 운행하리라고 신뢰하는 것이 보통이고 중앙선을 침범하여 이쪽 차선에 돌입할 경우까지 예견하여 운전할 주의의무는 없으나, 다만 반대방향에서 오는 차량이 이미 중앙선을 침범하여 비정상적인 운행을 하고 있음을 목격한 경우에는 자기의 진행전방에 돌입할 가능성을 예견하여 그 차량의 동태를 주의깊게 살피면서 속도를 줄여 피행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사고발생을 미연에 방지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2) 상대방의 규칙준수를 신뢰할 수 없는 경우

상대방이 규칙을 알지 못하거나 규칙을 준수할 가능성이 없는 경우와 교통규칙의 위반이 빈번히 일어나는 장소이고 운전자가 이를 예상할 수 있는 특수한 사정이 존재할 경우에도 신뢰의 원칙이 배제된다.

예를 들어 유아, 노인, 불구자, 버스정류장, 초등학교, 유치원 앞 등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대법원 1984. 4. 10. 선고 84도79 판결]*

신뢰의 원칙은 상대방 교통관여자가 도로교통의 제반법규를 지켜 도로교통에 임하리라고 신뢰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적용이 배제된다고 할 것인바 본사건의 사고지점이 노폭 약 10미터의 편도 1차선 직선도로이며 진행방향 좌측으로 부락으로 들어가는 소로가 정(J)자형으로 이어져 있는 곳이고 당시 피해자는 자전거 짐받이에 생선상자를 적재하고 앞서서 진행하고 있었다면 피해자를 추월하고자 하는 자동차운전사는 자전거와 간격을 넓힌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경적을 울려서 자전거를 탄 피해자의 주의를 환기시키거나 속도를 줄이고 그의 동태를 주시하면서 추월하였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고 그같은 경우 피해자가 도로를 좌회전하거나 횡단하고자 할 때에는 도로교통법의 규정에 따른 조치를 취하리라고 신뢰하여도 좋다고 하여 위 사고발생에 대하여 운전사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함은 신뢰의 원칙을 오해한 위법이 있다.


3) 운전자가 스스로 교통규칙을 위반한 경우

스스로 야기한 위험에 대한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할 수는 없으므로 이 경우에는 신뢰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규칙위반이 사고발생의 결정적 원인이 아닌 때에는 적용될 수 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대법원 1998. 9. 22. 선고 98도1854 판결]*

이 사건 사고 장소는 선학사거리와 청학동을 잇는 폭 28m의 왕복 8차선 도로(이하 이 사건 8차선 도로라고 한다)와 연수주택 4단지 쪽에서 나오는 폭 10m의 왕복 2차선 도로(이하 이 사건 접속도로라고 한다)가 만나는 'ㅏ'자형 삼거리 교차로이고,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택시를 운전하여 이 사건 8차선 도로의 2차로를 따라 선학사거리 방면에서 청학동 방면으로 진행하던 중 직진신호에 따라 이 사건 교차로를 통과하게 되었는데, 피해자 피해자 운전의 이 사건 승용차가 피고인 진행 방향 오른쪽의 이 사건 접속도로에서 갑자기 피고인 운전의 이 사건 택시 앞을 가로질러 좌회전하려고 하였으며, 피고인은 피해자 운전의 이 사건 승용차를 약 5m 전방에서 발견하고 이를 피하려 하였으나 피하지 못하고 피해자 운전의 이 사건 승용차를 충돌하는 이 사건 사고에 이르게 되었고, 이 사건 교차로는 피해자의 진행 방향에서 보면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지 아니하고, 피고인 진행차선에는 황색 실선의 중앙선과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어서 이 사건 접속도로로부터 이 사건 8차선 도로에 진입하기 위한 좌회전이 허용되지 아니하고, 이 사건 8차선 도로로부터 이 사건 접속도로에 진입하기 위한 좌회전도 허용되지 아니하는 교차로이다. 이 사건 교차로에 설치된 신호등은 이 사건 접속도로로부터 좌회전하여 이 사건 8차선 도로로 진입하는 차량을 위하여 이 사건 8차선 도로에 진행하는 차량들을 정지시키거나 반대로 이 사건 8차선 도로로부터 좌회전하여 이 사건 접속도로로 진입하는 차량을 위하여 이 사건 8차선 도로에서 피고인 진행 방향으로 진행하는 차량들을 정지시키기 위하여 설치된 것이 아니라, 보행자가 이 사건 8차선 도로에 설치된 횡단보도를 횡단하는 동안 이 사건 8차선 도로에서 진행하는 차량들을 정지시키기 위하여 설치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도로 여건 하에서 피고인과 같이 녹색등화에 따라 왕복 8차선의 간선도로를 직진하는 차량의 운전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접속도로에서 진행하여 오는 다른 차량들도 교통법규를 준수하여 함부로 금지된 좌회전을 시도하지는 아니할 것으로 믿고 운전하면 족하고, 접속도로에서 진행하여 오던 차량이 아예 허용되지 아니하는 좌회전을 감행하여 직진하는 자기 차량의 앞을 가로질러 진행하여 올 경우까지 예상하여 그에 따른 사고발생을 미리 방지하기 위하여 특별한 조치까지 강구할 주의의무는 없다 할 것이고(대법원 1998. 6. 12. 선고 98다14252, 14269 판결, 1994. 6. 28. 선고 94도995 판결, 1993. 1. 15. 선고 92도2579 판결, 1990. 2. 9. 선고 89도1774 판결, 1985. 1. 22. 선고 84도1493 판결 등 참조), 또한 피고인이 제한속도를 지키며 진행하였더라면 피해자가 좌회전하여 진입하는 것을 발견한 후에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이 제한속도를 초과하여 과속으로 진행한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잘못과 교통사고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도로교통법위반[대법원 1996. 5. 28. 선고 95도1200 판결]

피고인이 좌회전 금지구역에서 좌회전한 것은 잘못이나 이러한 경우에도 피고인으로서는 50여 미터 후방에서 따라오던 후행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피고인 운전차량의 좌측으로 돌진하는 등 극히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진행할 것까지를 예상하여 사고발생 방지조치를 취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고, 따라서 좌회전 금지구역에서 좌회전한 행위와 사고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의 점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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