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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다 May 15. 2023

소리 내어 책 읽기 : 낭독의 장점

<글쓰기 수업>

등학생들과 동화 수업을 하는 날은 고민스럽다. 이걸 내가 다 읽어줄까, 각자 묵독을 하라 할까, 돌아가며 소리 내어 읽을까? 독서 습관이 안 돼 있다면 묵독이든 낭독이든 집중하기 어렵다. 4학년 팀과 동화 수업을 하는 날, 아이들에게 물었더니 한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펭귄 리딩 해요.”

“응? 그게 뭔데?”

“한 문장 읽고 자기가 넘기고 싶은 아이에게 토스하는 거예요. ‘펭귄 태호’ 그러면서요”


영어 학원에서 배운 듯했다. 영어야 발음도 중요하고 익숙하지 않은 언어라 호기심 때문에라도 돌아가며 읽는 게 재미있을 수 있다. 한국어는 상황이 다르다. 어쩐다? 잠시 망설이다가 실험도 해볼 겸 그러자고 했다. 대신, 각자가 읽고 싶은 데까지 읽고 넘기기로 했다. 두 단락쯤 읽으면 대부분 넘겨주었고, 기다리는 아이들은 자기 차례가 언제 올지 몰라 책에 집중하고 있었다.


‘야호~ 이거 좋은 방법인데.’ 속으로 환호하는데, ‘펭귄 지민’이가 혼자 너무 많이 읽는 거다. A4 한 장이 넘어가고 또 한 장이 넘어가려 하자 아이들이 아우성쳤다.

“선생님, 반칙이에요. 지민이 혼자 너무 많이 읽어요.”

지민이에게 그만 넘기는 게 어떠냐고 물었더니 “더 읽고 싶어요.” 이러는 거다. 지민이는 왈라 불라 왈라 불라… 웅얼웅얼 웅얼웅얼… 계속 읽더니 마지막 페이지 한 단락을 남기고서야 바통을 넘겼다. 김이 빠진 아이들은 한숨을 쉬었다.


​지민이가 낭독을 잘했다면 달랐을 거다. ‘와, 지민이 잘 읽는다.’ 내지는 ‘나도 저렇게 읽어봐야지.’와 같은 느낌을 주었다면 말이다. 그러나 지민이는 집중하기 어려울 만큼 목소리가 작았고 반점과 온점이 있는 문장을 한숨도 쉬지 않고 급하게 이어 읽었다. 전달력이 떨어지니 듣는 입장에서는 답답하기만 했다.


하지만 지민이의 낭독은 새로운 발견이었다. 책 읽기, 하면 대부분 ‘묵독'을 떠올리는데, 《고백록》을 쓴 고대 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에 의하면 '그거, 참,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고대 로마의 그리스인 철학자였던 플루타르크도 이런 말을 했다. '알렉산더 대제도 B. C. 4세기에 자기 모친이 보낸 편지를 말없이 읽어 부하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던 적이 있다(《독서의 역사》/알베르토 망구엘/세종서적 67p)’. 묵독은 서구 10세기까지 보편적인 읽기 방법이 아니었던 것이다.


​묵독의 시작은 9세기경 유럽의 수도원 필사실이었다. 당시 필사는 누군가 불러 주는 것을 받아 적거나 필사자들 스스로 베끼고 있는 텍스트를 큰 소리로 읽으면서 했다. 얼마나 고된 작업이었던지 8세기에 한 필사자는 이런 말을 남겼다.

“얼마나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손가락 3개는 열심히 옮겨 적고, 두 눈은 끊임없이 보고, 혓바닥은 말을 하고, 온몸은 산고를 치른다.(앞의 책 79p)"


​묵독에 의한 독서의 개인화는 독서를 언제 어디서든 즐기는, 혼자만의 고요와 사색의 시간으로 만들었다. 묵독은 분명 시간 사용의 자유로움과 상시로 책을 펼치게 하는 장점이 있다. 낭독 또한 그 못지않은 의미와 가치가 상당히 크다. 다음과 같은 점이 특히 그렇다.

첫째, 눈과 귀를 동시에 사용함으로써 기억력을 향상한다. 신체 감각을 많이 활용할수록 뇌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둘째, 귀 기울여 들어야 하니 내용에 대한 주의력과 집중력이 높아진다.

셋째, 묵독할 때와는 와닿는 내용이 다르다. 내용에 골고루 집중하는 효과가 있다.

넷째, 듣다가 놓치는 부분은 다시 한번 책으로 돌아가 묵독하게 되므로 저절로 반복 읽기가 된다.


​낭독은 새로운 감각 체험이다. 발음과 호흡, 발성, 문장의 리듬을 생각하며 소리 내어 읽는 것은 읽기에 대한 또 다른 즐거움이다. 독해력 향상도 덤으로 따라온다. 혼자 있을 때 책을 낭독하고 그것을 녹음했다가 운동할 때 이어폰으로 들어보시라.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는 재미난 취미 하나 생길 것이다.

#낭독 #소리내어책읽기 #묵독과낭독  

#독서의역사_알베르토망구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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