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 주부의 일상

- 돼지책

by 메이의정원

나는 전업 주부로 살며 소소하게 돈을 버는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주 업은 육아와 가사이다. 가족들이 일어나기 전에 일어나 자기 계발하며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깨워도 안 일어나는 첫째를 겨우 깨워 아침밥 먹이고 등교시키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 사이 둘째 챙기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그러다가 오후 2시가 조금 넘으면 첫째가 하원한다. 수시로 책 읽어달라 간식 달라고 보채는 아이들.. 간식 챙기고 틈만 나면 사고 치는 둘째 뒤치다꺼리하며 첫째 공부 봐주며 저녁 준비하고.. 남편이 퇴근하고 아이들 요구 사항 들어주다 보면 아이들보다 내가 먼저 지쳐 잠이 다.

내 인생의 시간과 바꾼 아이들은 새싹처럼 쑥쑥 잘 자라는데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나의 삶은 하루하루가 우울했고 힘들었다.


<돼지책>

둘째가 우연히 책장에서 읽어달라고 꺼내왔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 이 책은 전업주부인 나의 이야기였다. 피콧 씨의 부인, 페트릭과 사이먼 두 아이의 엄마.. 남편과 아이들은 소파에 앉아 티브이만 보며 밥 달라고 소리치고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피콧씨는 자신의 아내를 "아줌마"라고 부른다. 피콧씨의 부인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그저 평소처럼 하던 대로 묵묵히 밥 차리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침대를 정리한다.

피콧씨 부인은 자신의 이름도 없다. 집안에서 자신의 자리는 없고 피콧씨가 말한 대로 가사 도우미, 아줌마처럼 대우받는다.

해도 해도 티도 나지 않은 집안일, 끝이 없는 육아.. 피콧 부인과 같은 삶을 살며 나도 예전에 넋두리 같은 글을 쓴 적이 있다.

의미 없는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피콧씨 부인은 "너희들은 돼지야"라는 메모를 남기고 가출을 한다.

엄마와 아내가 없는 삶은 예상대로이다.

설거지는 쌓이고 집에 먹을 것은 없고 집은 엉망이고 옷도 빨아 입지 않는다. 피콧씨와 두 아이는 돼지처럼 산다.

엄마가 사라진 시간 동안 피콧씨와 아이들은 깨닫는다. 티도 나지 않아 만만하게 봤던 가사 노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엄마와 아내의 빈자리가 왜 크게 느껴지는지.. 피콧씨와 아이들은 엄마에게 아내에게 사죄하며 돌아와 달라고 한다.

피콧씨 부인은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가족들은 평온한 일상을 보낸다. 처음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피콧씨와 두 아이는 요리와 설거지, 집안일을 같이 한다. 엄마는 가족들이 다 함께 식사를 준비하며 독박 가사 노동에서 해방되어 행복하다.


육아와 가사 노동의 경제적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남편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당신이 밖에 나가 돈 버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내가 집과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고 있기 때문에 당신이 마음 편하게 바깥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피콧씨 부인처럼 가출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가기 전에 남편은 가사를 많이 도와주었다. 어린 두 아이를 돌보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남편 덕분에 육아의 시간이 그리 힘들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아내와 엄마가 행복해야 가정이 편안하다. 아이들은 안정적으로 자라고 남편들도 마음 편히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 그 시작점은 소소한 가사 노동을 분담하는 것부터라고 생각한다. 운명 공동체로 엮여있으니 내일 네일이라고 선 그을 필요도 없다. 운명 공동체 가정의 일은 우리의 일이다. 남편의 외벌이가 안타까워 나도 육아하며 잠을 줄여가며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며 돈 버는 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날마다 나의 인내심을 시험하며 육아 난이도를 였던 둘째>


힘든 육아의 시간 동안 주변에서 가사를 도와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힘든 육아의 시간이라도 견딜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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