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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탐험가 Dec 29. 2021

혹시, 하시는 일이?

직업 없는 나에게 직업을 묻다.

오랜 기간 가정 보육하며 내가 가장 중요시했던 교육은 딱 3가지였다. 누가 가르쳐 준 것은 아니었고, 나름의 기준을 세웠다.


첫 번째. 책 육아 

두 번째. 놀이

세 번째. 규칙과 사회성


이렇게 적고 지금 돌아보니 유아기 때 중요한 부분을 가정 보육하며 신경을 많이 썼다는 생각이 든다. 첫 아이를 임신 한 이후부터 책을 읽어 주기 시작했다. 뱃속에 있을 때는 신랑이 대교로 읽어 주고, 아이가 태어난 이후부터도 쭈욱 책 읽어 주기를 놓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활동 중 하나로 '책 읽어 주기'를 선택했다. 다른 어떤 학습적인 부분은 크게 하지 않았다.

한글 떼기, 숫자 가르치기, 영어... 등등 엄청난 배움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책 읽기'를 가장 중요시하며 가정보육의 시간을 보냈다. 사실상 책 읽어 주기 만큼 편한 것도 없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가정보육 중이라면 책 읽어 주기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길 추천한다. ^^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지 않아도 되고, 편안히 앉아 아이랑 두런두런 간식 먹으며 책 읽어 주기란 가장 재미있고 편안한 아이와의 놀이였다. 현재 초등학생인 아이를 보면 유아기 시절 책 읽어 주기의 힘 덕분에 학교 학습도 잘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사실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책 읽어 주기를 무리하게 하다가 목에 성대결절이 온 적도 있었다. 

의사는 나에게 직업이 '말하는 직업'이냐고 묻기까지 했다. 웃픈 일이다.


두 번째. 놀이

책 읽어 주기 만큼 중요하게 했던 활동은 놀이다. 놀이라고 하면 너무 방대하다.

'엄마표 놀이'가 아닌 '아이표 놀이'를 주로 했다. 엄마가 놀자~ 말 안 해도 아이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 이거 하고 놀자 저거 하고 놀자 이야기한다. 엄마가 뭐 하고 놀아주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그냥 아이가 놀자고 하는 것 같이 놀아주면 된다. 아이에겐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놀이다.

엄마가 청소를 해도 나도 청소 놀이할래, 엄마가 요리를 하면 같이 나도 이거 해 볼래~ 엄마가 손빨래를 하면 나도 이거 빨아 볼래~ 아이에겐 모든 것이 놀이고 새로운 경험이 되었다. 

가정 보육을 오래 하다 보면 주변에서 가장 많이 했던 질문 중에 하나가 "뭐하고 놀아 주세요?"이거였다. 

특별한 놀이가 있어서 잘 놀아 줬다기보다는 아이가 놀자고 하면 함께 하는 것이 내 가정보육의 핵심이었다. 

유아기 시절 그렇게 잘 놀아본 덕분에 무얼 해도 적극적이고, 집중력이 강하다고 믿고 있다.


세 번째. 규칙과 사회성 기르기

가정보육을 하다 보니, 가족 이외에는 사람을 만나는 기회가 적었다. 특히 또래 아이들과의 만남은 더욱더 그랬다. 집에서는 놀이를 통해 규칙과 배려, 책임감 등 배울 수 있었고, 기본 생활 습관도 무리 없이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또래 친구와의 관계에서 오는 경험은 적었기에 일부러 놀이터를 유치원 다니듯 규칙적으로 나갔다. 아이들이 하원하는 시간에 맞춰 동네 놀이터 및 각종 동네 투어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또래 친구를 만나게 되고 친구를 사귀고 사회성을 길러 주었다. 그런 덕분에 아이는 또래 아이들과 놀이할 있는 기회를 매일 갖게 되었고, 가정보육을 오래 하면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주위의 우려와는 반대로 친구를 사귀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육아에는 답이 없으면서도 답을 찾고 싶어 한다.

사랑하는 아이를 잘 키우고 싶고, 엄마라는 위치는 책임감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누군가 답을 준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누군가의 조언, 도움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내 아이는 누구보다 엄마인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 아이가 하는 행동이 문제로 보이면 '문제아이', 느리다고 생각하면 '느린 아이'...

내가 바라보는 그대로 우리 아이다. 세상에 유일한 아이.

기나긴 가정보육의 시간 어느 누구도 내게 답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냥 하루하루 그 시간 동안 아이와 즐기고 행복했던 시간들이다.

내게도 아이에게도. 


아이를 믿는다는 것은 뭐든 해도 괜찮다는 것은 아닙니다.

씨앗을 기름진 밭에 뿌린 다음 자라길 믿어야지,

가시덤불에 던지고 자라길 믿는다면

제대로 된 농부라고 할 수 없을 겁니다.


내버려 두려면 부모는 아이를 섬세하게 관찰해 아이를 잘 알아야 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적절한 환경을 제공해야 합니다.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 서천석-


가정 보육하며 자유로운 영혼의 아이로 키우겠다는 생각 아래에는 늘 이런 모토가 있었다.

자율성을 주고, 믿어주되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은 부모의 몫이라는 사실. 잊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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