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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덕질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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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 Feb 03. 2024

4화 - 꽤 괜찮은 취미예요.

덕질 인연

코로나가 한창 번지기 시작할 때쯤 나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코로나 때는 한 달 정도 본업을 쉰 적이 있는데, 그때 ‘미스터트롯’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봤다. 아무 생각 없이 봤다가 훅 자석처럼 마음을 끌어당긴 덕질 대상을 만났다.     


“누나, 아직이가?” 남동생은 한 번씩 내게 이렇게 묻고 한다.

“아직이라니? 점점 더 좋아지고 있는데...”     


남동생도 몇 년 전에 내가 덕질하는 가수를 실제로 본 적이 있다. 친청 4남매가 미스터트롯 서울 공연을 1박 2일로 같이 보러 갔기 때문이다. 공연이 다 끝나고 남동생은 “누나, 나 울컥했데이. 울뻔했잖아”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노래를 듣는데 찡하더라며, 안 울려고 애썼다고 한다. 짜슥, 울고 싶으면 울면 되지 경상도 남자라 그런가? 눈물을 꾹 참았던 모양이다. 그날 좋은 이미지가 각인됐는지 남동생은 줄곧 내 덕질에 호의적이다. 어제 그 덕질로 인해 몇 년째 친분을 쌓고 있는 임영웅 덕질 인연들을 만났다.    

 

 한 언니는 나보다 열한 살이나 많지만 얼마나 동안인지 나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주변에서 왜 그렇게 동안이냐고 물어보면 “나처럼 덕질해 봐. 그럼 안 늙어.” 농담처럼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이 언니는 동물 애호가다. 특히 고양이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처음에 고양이들을 키우고 집 근처 길고양이 밥을 준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캣맘도 많으니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버려진 고양이를 60여 마리나 데려다 키우는 아줌마를 만난 일화를 듣고선 '오 , 이 언니지 뭐지? 대단한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아줌마는 형편이 열악하면서도 이 많은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고 한다. 또 불편한 몸으로 매일 이 동네, 저 동네 다니면서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준다고 했다. 고양이를 키우는 데 있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고, 이 언니가 도와주기로 한 것이다.     


고양이를 좋아한다 해도 친분이 없는 사람인데, 고양이 사료 값에 보태라고 선뜻 50만 원을 건네주고, 고양이 사료도 몇 포씩 매달 보내준다고 한다.  딸이 “엄마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제일 부지런한 사람이야.”라고 할 정도로 근면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다. 부자는 아닌데,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잘 나누어 주는 걸로 봐서는 마음이 상당한 부자로 보인다. 헤어진 뒤 “언니는 진짜 마음이 큰 사람이네요. 충분히 자부심 가지고 사셔도 되겠어요.”라고 카톡을 보냈다. 정 주고 베푸는 삶. 내가 늘 꿈꾸는 삶인데, 나는 얼마나 실천하며 살고 있나 돌아보게 됐다.     


또 한 언니는 디저트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 올해 호텔 조리학과에 진학한다고 했다. 몇 년 후 딸과 함께 디저트 카페를 조그마하게 열고 싶다는 계획까지 귀띔해 주었다. 17년 키우고 떠난 강아지들 얘기며 쓰러진 뒤 한쪽 눈 시력을 잃은 남편분 개인사까지 귀 기울여 들었다. 사실 나는 몇 년 전부터 대학원 진학을 생각했다가 접기를 반복하고 있는데, 이 언니의 실행력에 엄지 척 박수를 보낸다.      


업무로 바빠 카페에 뒤늦게 도착한 또 다른 인연은 나보다 한 살 아래에 장애인 분들 복지에 심혈을 기울이는 일을 하고 있다. 이런 일을 하면서 진심을 다하지 않는 사람도 더러 봤는데, 이리저리 발품 팔며 애쓰는 모습을 보니 찐으로 사회복지 일에 제격인 사람이구나 싶었다.  

   

우리는 ‘임영웅’으로 인해 만난 인연들이라 만나면 늘 기승전결 임영웅이지만, 이렇게 중간중간 사는 이야기가 진하게 녹아 있어 돌아오는 길은 항상 충만함으로 가득하다.


같은 것을 좋아하고, 같이 공감을 나누며 삶에 생기를 팍팍 불어넣는 덕질.


몇 년 해 보니 꽤 괜찮은 취미다.      


임영웅이 팬들에게 항상 강조한다. 나의 건강은 내가 챙기는 ‘나건내챙’ 을 늘 실천하라고. 나건내챙해서 임영웅뿐만 아니라 이 좋은 인연들과도 오래오래 함께 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올해 1월 초에 열린 임영웅 전국투어 광주콘서트에서 98세 할머니 팬이 오셔서 화제가 됐다. 임영웅은 그 특별한 팬에게 100세 때 다시 만나자고 했다. 함께 콘서트를 직관했던 따님이 공식 팬카페에 “이렇게 소중한 울 엄마가 다음날 거뜬히 일어나셔서 영웅이가 100살 때 만나자고 했으니까 그때까지 건강관리 해야 한다. ” 고  말씀하셨는데, 참 감사한 일이라고 글을 남겼다.


나도 그 나이까지 콘서트 다니려면 건강관리를 어떻게 한담?

당장 스트레칭부터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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