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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 May 23. 2021

비움의 즐거움

남편을 만나기 전 나는 maximalist였다.

혼자 살던 25평 아파트에는 많은 것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세탁기, 냉장고, 공기청정기, 가습기, 스피커..

그중 일부는 자주 쓰였지만 일부는 아니었고

소유 그 자체로 내게 즐거움을 주었었다.


남편은 신발이 두 개밖에 없는 사람이다.

스니커즈 하나와 크록스 하나.

그 외에 정장을 입을 때 신는 구두가 하나,

축구를 할 때 신는 축구화가 하나.

남편이 안쓰러워 신발을 사주고자 했으나

떨어지면 새로 사겠다며 한사코 거절했다.


그런 남편을 만난 지 1년 반.

어느새 나도 maximalist에서 minimalist로 변모하고 있었다.

소유가 주는 즐거움을 누리기보다는

비움에서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다.

쟁여둠에서 느껴지는 넉넉함보다는

부족함에서 얻는 편안함을 좋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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