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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 May 28. 2021

조건없는 마음을 준다는 것

어린 시절의 나는 노력을 해야만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늘 노력했었다. 늘 불안했었다.

노력이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사랑받지 못할까봐.


남편에게 첫눈에 반하고서는,

그랬듯 노력을 해보려고 했다.

어떻게 해야 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그런데 신기하게도 본격적으로 노력을 해보기도 전,

그 사람이 내게로 먼저 다가왔다.

남편은 나를 꼭 안아주며 얘기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항상 사랑해 주겠다고.

불안해할 필요 없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남편은 늘 나를 기다려 주었다.

어느 날은 피를 토하는 환자에 밀리고

어느 날은 가슴이 아픈 환자에 밀리고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4시간을 기다려 주었던

날에는 미안해 하는 나를 안쓰러워 했다.

그럼에도 단 한 번도, 생색 한번 낸 적 없었다.

집안일에는 손 끝 하나 못 대게 했던 지난날에도

그저 당연한 것이라 말했다.


우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어떻게 하면 남편이 그렇게 해줄 수 있나요?"

사람들은 무언가 비법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나는 끝내 말하지 못한다.

노력하지 않아도 사랑해 주었기에.

그는 무얼 바라고 나를 사랑해 준 것이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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