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작은 순간의 반짝임
사실 나는 그리 거창한 것들에 감동받는 편은 아니다. 오히려 현실감이 없는 상황이나 선물에는 마음이 크게 움직이지 않는다. 대신 불현듯 마주하는 순간들 앞에서 늘 멈춰 서곤 한다.
갑작스레 그림처럼 펼쳐진 하늘, 주말 아침 햇살이 가득한 침대 속으로 아이들이 뛰어드는 순간, 처음 아기가 내 손을 꼭 잡아주던 작은 손길, 그리고 “엄마”라는 첫 부름. 그 앞에서 나는 말없이 무너지고, 동시에 단단해졌다.
혼자 마음에 드는 책을 읽다가 문장 한 줄이 내 마음 깊이 스며든 순간도 마찬가지였다. 세상과 나를 연결해 주는 조용한 울림 속에서, 나는 알았다. 행복은 거창한 사건이나 선물이 아닌, 바로 이런 사소한 순간에서 느껴지는 것임을.
20대 중반, 가장 친했던 친구를 먼저 떠나보낸 뒤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오늘이 아니면 어때?”에서 “오늘이 아니면 안 돼.”로. 그렇게 바뀐 태도는 나로 하여금 작은 순간들을 더욱 귀하게 바라보게 했다. 그때부터 살아 있다는 감각은 크고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아주 소박한 순간에서 자주 반짝였다.
물가에 반짝이며 일렁이는 윤슬, 계절마다 피고 지는 꽃들, 웃으며 자주 왕래하는 이웃들. 그 모든 것이 내 마음을 흔들고, 지금 여기 견고하게 서 있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렇게 살아 숨 쉬는 것만으로도 감사했고, 그 감사가 내 하루를 다채롭게 물들였다.
돌아보면, 삶의 반짝임은 언제나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환경이나 상황이 나를 빛나게 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순간을 보고 느끼고 담아낼 때, 비로소 나의 빛이 시작되었다. 내가 그 빛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소중했다.
이제 나는 바란다. 내가 발견한 이 작은 빛처럼, 나 역시 누군가의 하루 속에서 반짝임을 발견하고, 그 빛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머물게 해주는 사람이 되기를.
사소하지만 확실한 순간, 잠시 멈춰 숨 고를 여유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작지만 선명한 반짝임이 되어주기를.
물가에 비친 윤슬을 본다.
반짝임은 멀리 있지 않고, 그 일렁이는 빛을 마주할 때 마음이 조금 더 선명해진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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