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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지우아빠 Jul 19. 2021

7. Series A 투자를 받기까지

협상력? 주도권?

투자업무를 하던 당시에 한 신약개발 업체를 만나 IR을 들은 적이 있었다. 대표님은 굴지의 제약사에서의 경험도 있고, 전문분야를 살려 신약 파이프라인을 개발해오고 있었지만 약간 아쉬운 점은 사업 아이템이 그다지 매력적인 타겟이나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새로운 플랫폼 기술이 아니라는 것과 대표님의 고집이었다. 나도 사업계획서를 검토하다가 결국 내부 논의를 거쳐 투자를 못하겠다고 정중히 말씀드리고 논의를 중단하게 되었다. 그런데 4년여가 지나 한창 사업을 진행하던 와중에 그 신약개발 업체의 근황을 다시 듣게 되었다. 투자업계에 있던 지인이 그 업체에 대한 직접 투자와 유치 활동을 전담하면서 A에서 Z까지 일일이 다 챙겨주며 새롭게 탈바꿈시키고 있었던 것이었다. 연구개발 전략도 수정하고, 집중하던 분야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쳐내고, 심지어 사업계획서까지 재정비하면서 디자인 업체에 맡겨 깔끔하게 수정하기까지 했고, 내게 추가로 조언을 구했다. 당연히 내가 알던 업체라서 전략적인 면에서 도움을 주려고 지인으로부터 그 대표님과의 미팅에 응했지만 왠일인지 그 대표님은 나랑 만나지 않고 지금껏 해놓은 걸로 그냥 투자를 받아보겠다며 얘기를 끝내 버렸다. 아마도 자기 기술이나 사업에 대한 자부심 혹은 자존심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사업에서 자존심의 위험성>


사업을 하면서 회사 내의 구성원이든, 회사 외부의 파트너 업체든 서로 얘기를 나누면서 의견이 맞지 않거나 내 성격에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며 내 자존심을 내세워 관철시키려는 유혹에 끌리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이든 목적을 달성시키기 위해 최대한 감정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깨달은 사실이다.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인 투자유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투자기관은 최대한 낮은 회사가치에 투자를 하고, 나중에 높은 가치로 exit를 하는 것이 사업의 목적이며, 이와 더불어 risk를 없애기 위해 여러가지 안전장치를 요구하는 것이 당연한 생리이므로 이를 이해해주고 냉정하게 협상에 응해야 한다. 참고로 투자심사역은 투자기관 내부에서 자신의 투자 당위성에 대해 보고서를 쓰고 이를 승인받는 절차를 아래와 같이 거치게 된다.


<투자심사보고서>


따라서 이러한 투자기관과 협상을 하면서 유리하게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본인의 회사가 우월한 협상력을 가져야 한다. 그렇다면 바이오벤처 입장에서 어떤 것들이 우월한 협상력을 가능하게 만들까? 나의 경험으로는 아래와 같은 사항을 고려하면서 진행했다.


첫번째로 현금흐름이 소진되어 쫓기는 상황에 처하기 전에 투자유치를 진행했다. 결국 급한 쪽이 지는 싸움이기 때문에, 창업 초기 자본금을 충분히 많이 하거나, 엔젤 투자유치에서 상당한 금액의 투자유치를 해놓는 등 여유롭게 자금을 운용하는 상황으로 만드는 것이 좋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창업 초기 자본금을 꽤 큰 규모, 예를 들어 10억원 가까이 출자한다면 투자기관에게 본 사업에 창업주가 올인하고 그만큼 기대한다는 시그널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기업가치 협상에서 가점을 부여할 수 있다. 반대로 창업 초기 자본금이 5천만원에 불과하고, 교수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창업자를 만나게 되면 투자기관은 이 사람이 언제라도 사업을 접고 대학교로 돌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색안경을 끼는 것도 사실이다.


두번째로 사업계획서에서 매력적인 요소를 보여주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글로벌 트렌드에서 매력적인 disruptive platform 기술을 보유했을 경우에는 그 잠재성 만으로도 Series A 투자유치가 가능한 반면, 기존 기술과 유사하거나 차별성이 보이지 않고 단지 매력적인 타겟의 파이프라인 위주로 사업을 진행할 경우에는 좋은 데이터와 함께 개발진도가 최소한 전임상 후기, 임상 진입을 요구받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사업계획서를 계속 업데이트하면서 치밀하게 준비했고, 디자인 관련 지인에게 도식화를 포함한 전체 디자인을 깔끔하게 손보는 것을 맡기기도 했다.


<투자 유치 전략 (협상력의 확보)>


세번째로 투자기관이 집행할 펀드의 목적, 투자 대상, 기한, 소진할 자금 등을 파악했다. 신기술금융사는 덜하지만 벤처캐피탈의 경우 그 펀드의 투자목적과 대상이 아주 세밀하게 규정된 경우가 많으며, 적합한 투자대상이 별로 없고 시한은 다가오는데 자금이 많이 남아 있으면 공격적으로 투자할 가능성이 많다.


네번째로 투자조건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한데, 기업가치 뿐만 아니라 주식의 형태, 경영사항 동의권, Refixing 등등 여러가지 조건에 대해 CFO 만이 아니라 대표이사도 그 조건들이 의미하는 바가 뭔지 알고 있어야 하며, 어떤 조건을 포기하고 다른 조건을 받아낼 것인지 의사결정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었다.


<투자 유치 전략 (협상력의 확보)>


예전에 지인이 내게 물었던 적이 있다. 사업을 하면서 퇴근도 늦게 할거고 잠도 못이루지 않냐고. 그에 대해 나는 여태까지 잠을 못이루면서 걱정했던 적이 거의 없었지만, 유일하게 Series B 투자유치 단계에서 1주일 정도 그랬던 적이 있었다고 답했다. 그만큼 투자유치는 회사의 유지, 사업의 전개, 성과 창출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활동이다. 투자기관에 대해 우월한 협상력을 발휘하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 하고, 기업가치에 대한 쓸데없는 자존심을 내세우지 말고 순리에 따라서 진행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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