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학생 시절부터 콘솔 게임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집에 게임기가 없어서 포기하고 있었고, 성인이 되고부터는 최신 게임을 조금씩 사 모으며 어릴 적 욕망을 채워갔습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하고 싶었던 게임은 이미 시대를 지나버린 작품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스팀에서 옛날 게임이 할인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샀던 게 이번에 다룰 [앨런 웨이크]입니다. 당시엔 좋은 작품으로 평가받았지만 현재로서는 이보다 더 훌륭한 게임도 많이 나온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옛날 작품이 가치 없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때이기에 했었던, 다양한 시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앨런 웨이크]의 각 요소를 전반적으로 다뤄보고자 합니다.
리마스터 버전은 아니다
전투 구성
[앨런 웨이크]는 빛과 어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품임입니다. 레벨 디자인이나 연출 등등에 자주 사용했으며, 그중 가장 먼저 언급할 건 전투입니다. [앨런 웨이크]에선 테이큰이란 적이 등장합니다. 그림자를 몸에 두른 그 적은 빛에 쪼일 때 순간 경직되고, 일정량 이상 받으면 맨몸이 드러납니다.
대부분 적은 다 테이큰이다
주인공의 공격은 그때부터 통합니다. 그래서 이번 작품의 전투는 손전등으로 적을 무력화하는 첫 번째 단계, 이후 총으로 공격한다는 두 번째 단계로 구성됩니다. 이 게임의 장르가 호러물이 아니라 심리학적 스릴러인 이유가 여기서 나옵니다. 갑자기 등장한 적이 근거리 무기를 든 채 주인공을 에워싸듯 다가오는 동안 유저는 손전등으로 공격할 준비를 매번 거쳐야 합니다. 빛에 닿는다면 적이 몇 명이든 전부 무력화할 수 있지만 공격은 한 명에게만 가능합니다. 전투의 과정을 압축시키지 않고, 일정한 순서를 꼭 지키게 만들어서 공포보다 스릴을 더 유발하는 겁니다.
안 보이는 곳에도 적이 오고있다
의도는 좋았습니다. 다만 적이 다양하지 않고, 공략법도 다 똑같아서 긴장감보다 답답함을 느끼는 유저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진행이 빨라지는 요즘 추세를 거스르는 전투 시스템이라서 아마 안 좋아하시는 유저가 더 늘어났을 거라고 예상됩니다.
조명총과 섬광탄은 한방에 적을 처치할 정도로 강력하지만 많이 지급해주지 않음
소모품 지급
전투에서의 긴장감은 아이템 수급으로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앨런 웨이크]는 낮과 밤이 바뀌면서 진행되는 게임입니다. 주변이 환하면 테이큰은 나타나지 않지만, 주인공이 모은 장비도 전부 사라질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밤이 될 때마다 손전등마저 없이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오른쪽 위를 보면 알 수 있듯 아무것도 없다
필자는 [바이오하자드2](이하 바하2)처럼 아이템 수급을 필요한 만큼만 지급하여 긴장감을 유발하려는 의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바하2]만큼 정교하지 않으며, 오히려 거칠어졌습니다. [앨런 웨이크]에선 주인공이 아무것도 없이 시작한 후 필요해지기 직전에 아이템을 지급합니다. 이때 가로등 밑 보급함이나 책상 위 등 눈에 띄는 곳에 탄환이나 배터리를 배치해서 소모품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손전등 배터리에 자동 충전기능을 부여하여 배터리 교체를 덜 하도록 만들고, 총은 어딜 맞추든 같은 데미지이며, 필자 예상이지만 에임 보정도 들어간 듯 합니다. 그래서 소모품이 원활히 수급되는 동시에 낭비하지 않도록 전투가 짜여있습니다. 필요한 만큼의 양에서 살짝 더 많은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언제나 다음 전투에 걱정될 긴장감이 올 때 쯤 탄환을 얻기도 합니다.
저것까지 얻으면 나름 넉넉한 상태다
게다가 만약 아이템이 다 떨어진다면 가로등을 향해 뛰어가면 됩니다. 힘겹긴 하지만 빛이 있는 장소에 도착하면 테이큰도 사라집니다.
체크 포인트 저장, 소모품 수급 등을 해주는 안전지대
빛의 등대 역할
이번 작품에서 빛은 문제 해결의 도구로 자주 사용됩니다. 그걸 유저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튜토리얼에서 가장 먼저 지시하는 건 시야를 움직여 빛을 보게 하는 것, 그리고 목적지로 가는 길 중간중간에 가로등을 많이 설치하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걸 초반 튜토리얼 지시 사항으로 줄 때가 많다
사실 어떻게 보면 어두운 길에 가로등이 있는 당연한 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저가 그 과정에 익숙해지고, 어둠 속에서 밝은 걸 찾으려는 인간의 본능이 발휘되면 그들은 스스로 빛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앨런 웨이크]는 빛에 이정표라는 역할도 부여했습니다. 대비되는 색이나 본능을 이용해서 유저를 유도하는 건 다른 작품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풍경으로 지루함을 덜어내려는 방식이 많은 만큼 같은 대비를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사용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앨런 웨이크]는 낮과 밤을 번갈아 가며 사건을 진행하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한밤중 숲속일 때가 많습니다. [어 햇 인 타임]에도 언급했듯 시간과 공간을 한정하는 단점이 있지만 이 작품에선 분위기를 유지하는 역할로서 작용합니다.
다른 사진과 비슷해보이지만 사실 마지막 부분이다
그리고 같은 대비를 반대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에 쫓길 때는 손전등이나 사이렌을 피해야 하며, 가끔 바닥에 설치된 함정이 밫나기도 합니다. 유저를 끌어당기던 것들을 가끔 위험 요소로 바꾸어 반복적인 플레이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빛의 위험 요소가 더 다양하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빛의 의미를 변질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이겠지만 너무 단순해졌다
스토리
[앨런 웨이크]의 장점은 스토리입니다. 하지만 필자는 그 당시 게임들을 잘 못 해봐서 시나리오에 어떤 시도를 했는지는 솔직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각 챕터마다 끝맺음이 있고,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하기 전에 저번 스토리가 어떠했는지 요약은 해줍니다. 미국 드라마처럼 구성했다는 것 외에 새로움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앨런 웨이크]의 시나리오가 어떠했는지 그냥 파악만 해보겠습니다.
컨트롤러 놓을 지점을 만들어주는 꼴이라서 잘 안 쓰이는 연출이다
이번 작품의 이야기는 미스터리 스릴러를 잘 이해하고 만들었습니다. 행방불명된 아내, 잊혀진 7일간의 기억, 원고로 적어둔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는 등 수수께끼가 계속 등장합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납치범, 흑막, 빛의 여인 등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계속 쫒아가도록 하여 갈등과 해결을 반복했고, 유저에게 원동력을 부여하는 걸 성공했습니다. 거기다 최종 목적을 처음부터 계속 상기시키면서 내용이 산으로 가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필자는 이러한 스토리가 가장 게임과 잘 어울리면서 무난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부 설정을 수집 아이템이나 기타 미디어 믹스로 풀어가는 스토리텔링은 개인적으로 싫어합니다. 게임 플레이만 해도 대략적인 흐름은 파악할 수 있으나 자세히 이해하기는 힘들며, 2회차 이상을 하도록 요구하면서 정작 게임 플레이를 다르게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제대로 이해할 때까지 똑같은 걸 계속 되풀이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모으기도, 읽기도 귀찮다
추천
[앨런 웨이크]는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으로 남아있고, 개발사가 다른 게임에 언급할 정도로 큰 애착을 가진 게임입니다. 그리고 늦게나마 후속편이 나온다고 할 정도로 힘을 가진 작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좋은 게임은 많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이미 하신 분들이 추억을 회상하시는 게 아니라면 [앨런 웨이크]를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스토리를 중요시 하는 분들은 괜찮습니다. 한국에선 소설이 정발되기도 했으니 다양하게 즐기기에도 좋습니다.
엔딩도 인상깊었다
마무리
필자는 요즘 게임에서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옛날엔 만원당 2시간 정도면 적당하다고 생각했는데, 현재 유저는 그보다 더 많은 걸 원하고 있습니다. 필자도 [몬스터헌터 라이즈]에서 무료 DLC가 적다고, 오픈 월드 게임이 20시간밖에 안 걸린다고 불평한 적이 있습니다. 어쨌든 본업에 치이는 와중에 게임 컨텐츠는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 플레이할 시간이 점점 촉박해지는 게 현 상황입니다. 그래서 분석 글을 4주 간격으로 늘리되 규모가 큰 게임도 다루려고 합니다. 다음에 분석할 건 [용과같이] 시리즈입니다. [용과같이극1]과 [용과같이7]을 각각 따로 분석하고 비교하여 각자의 특징과 차이점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