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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택 Oct 14. 2022

[용과 같이 극] 시리즈를 관통하는 전통성

  역사가 긴 IP에는 전통적인 무언가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기동전사 건담」에선 전쟁에 휘말린 소년병이 주인공이며, [그란 투 리스모 시리즈]는 실제 레이서에게 도움이 될 정도로 현실성을 잘 구현했고,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에겐 압도적인 속도감을 살렸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 외에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다양한 변화를 거쳐오기 마련입니다. 2005년부터 시작한 [용과 같이 시리즈](이하 용 시리즈)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인공을 교체한 [용과 같이7](이하 용7)에선 아예 턴제 전투로 전환하고 RPG 요소를 대거 추가했지만,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처럼 각 작품마다 변화가 극심한 정도가 아니라면 각 작품을 관통하는 공통점이 최소 하나씩은 존재합니다. 그래서 이번엔 [용과 같이 극](이하 용 극)을 중심으로 각 [용 시리즈]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용과 같이](2005년)과 [용과 같이 유신! 극](2023년 예정)




  메인 스토리

  [용 시리즈]의 정사는 총 8편이나 될 정도로 많으며, 각 메인 스토리는 몇몇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주인공, 특히 키류 카즈마와 카스가 이치반이 카무로쵸로 돌아온 인물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는 그곳에 처음부터 있었단 설정과 처음 방문했다는 설정의 장점을 전부 취할 수 있습니다.


10년간 수감 생활을 하고 복귀한 모습


  우선 그들은 카무로쵸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거기서 이미 구축해둔 과거와 인간 관계로 자기 자신을 드러냅니다. 키류 카즈마는 도지마의 용으로 이름을 알리며 자기 조직을 만들기 직전이었고, 카스가 이치반은 도원향 욕실에서 태어나 버려졌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둘 다 고아에 야쿠자 출신이다 보니 대다수의 유저가 공감하기 힘들 정도로 특별한 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옜날엔 나름 잘 나가던 주인공


  하지만 그런 그들은 새로워진 카무로쵸에 다시 방문하여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나면서 유저와 비슷한 시선을 가지게 됩니다. 이건 서브 스토리에만 해당하는 사항이 아닙니다. 메인 스토리의 발단은 주인공과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일어났고, 새로운 도시에 도착한 그들은 그 사건에 필연적으로 휘말립니다. 그 이유는 그들만의 특별한 개성 때문입니다. 전직 야쿠자라는 출신이나 끊을 수 없는 인간관계가 마치 저주처럼 주인공에게 붙어있습니다.


친구 찾다가 인생의 전환점을 만남


  그리고 유저는 그런 과거에 이입하긴 힘들지만 그들의 욕망과 성격엔 공감할 수 있습니다. 키류 카즈마와 카스가 이치반이라는 주인공은 야쿠자 출신이지만 인정이 많고 의리를 중요시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카무로쵸로 돌아온 인물이란 설정을 계속 고집하는 이유는 캐릭터의 특별한 개성과 유저의 몰입도를 동시에 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사라진 100억보다 친구를 더 우선시한다




  야쿠자 미화

  앞서 언급했듯 [용 시리즈]는 야쿠자 물입니다. 그리고 그런 장르에 자주 붙어있는 논란이 바로 야쿠자 미화입니다. 주인공 주변 인물이 야쿠자인 경우도 많고, 각자 자기만의 신념과 뜻을 품고있습니다. 이를 풀어가는 과정도 낭만있게 묘사하다보니 깡패가 마냥 악인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협객 키류가 처음 등장해서 한 일은 사람 때려서 채권 회수하기


  하지만 야쿠자 미화가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이유도 있고, 이를 타파하려고 노력하기도 합니다. [용 시리즈]는 다양한 등장인물의 욕망이 한 곳으로 뒤섞이는 드라마입니다. 그래서 캐릭터의 성격이 단순히 직업으로만 결정되지 않습니다. 주·조연 중에서 정의를 철저히 지키는 경찰이나 악행 자체에 즐기는 깡패가 손에 꼽힐 정도로 적습니다. 그저 다양한 인간 군상을 표현하다보니 야쿠자 미화로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포 주의


  그리고 주인공이 착하게 보이는 건 유저 때문이기도 합니다. 가끔 게임이 폭력을 유발한다고 하지만, 사실 플레이어가 게임 내에서 악행을 저지르는 건 주인공에게 몰입이 잘 안되거나 사건 진행을 의도적으로 뒤틀려고 할 때입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게임 내 인물과 유저가 일체화되기 시작하면 오히려 양심적인 행동을 하곤 합니다. [콜 오브 듀티 : 모던 워페어2]에서 민간인에게 테러를 가할 때, 혹은 [스펙옵스 : 더 라인]에서 피난민에게 백린탄을 쏠 때 거부감을 느낀 유저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용 시리즈] 어느 주인공이든 폭력을 수단으로 자주 사용하지만 플레이어도 공감할 수 있는, 최소한의 마지노선은 최대한 지키고 있습니다.


아이를 살리기 위해 다른 사람을 팬다


  그리고 야쿠자 미화에서 더욱 벗어나기 위해 주인공이 야쿠자가 아닐 때가 많습니다. 카스가 이치반은 야쿠자로 처음 등장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파문당하고, 마지마 고로는 처음부터 조직에 쫓겨난 상태로 시작합니다. 키류 카즈마와 사에지마 타이가는 시리즈에 따라 다르지만 결국 둘 다 해당합니다. 서양권으로 게임이 수출될 때 [Yakuza]로 제목이 바뀐 걸 생각하면 참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야쿠자는 행복해질 수 없다는 메시지도 시리즈 내내 전달한다




  서브 스토리

  [용 시리즈]의 메인 스토리에선 수많은 사람의 죽음과 배신이 난무해서 매우 암울하게 흘러갑니다. 그러나 서브 스토리는 그 어두운 분위기를 타파할 정도로 병맛이 강합니다. 2편 극에선 BL 게임의 성우가 되고, 7편에선 마조히스트 아저씨에게 사디스트 아가씨를 소개해주기도 합니다.


애꾸눈 야쿠자가 경찰복을 입고 주인공을 노리고 있다


  이렇게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지만 유저의 몰입을 방해하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어느 분위기로 사건이 진행되도 주인공은 언제나 진지한 태도를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지나가던 사람이 아무리 엉뚱한 제안을 하더라도 진지하게 들어주고, 그들의 사정에 공감해줍니다. 얼떨결에 승낙하더라도 주인공은 약속을 최대한 지키는 편입니다.


매우 진지하게 아이들과 즐기는 중


  [용과 같이 제로]에서 마지마 고로가 진지한 성격으로 나온 것도 이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측 불허한 성격을 가진 그에게 목줄을 채우면 어느 분위기에서든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유저가 이입하기 쉬워집니다.


평소 마지마 고로와 [용과 같이 제로] 시절 마지마 고로




  전투

  시리즈가 이어지면 전투에 변화를 꾀하기 마련입니다. [용 시리즈]에선 한 캐릭터에게 다양한 전투 스타일을 주거나 아예 주인공을 교체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참고로 2편과 3편, 6편은 다 해당하지 않습니다.


여기선 주인공이 5명이다


  어쨌든 시리즈마다 꽤 달라지는 편이었는데, 공통으로 극이라는 필살기는 다 가지고 있었습니다. 극은 히트게이지를 소모하는 필살기이며, 상황마다 다르게 발동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무기를 장비했는지, 적이 공격하는지, 주위에 상대가 얼마나 많은지, 뒤에 벽이 있는지 등에 따라 다릅니다.


상황에 따라 다른 기술이 나갈 뿐 커맨드는 똑같다


  이 모든 극을 처음부터 전부 제공하지 않습니다. 유저가 원하는 걸로 차례대로 해금하거나 서브 스토리를 진행하여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 게임을 오래 잡고 있어도 스스로 전투에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한 전투에서 같은 극을 2번 이상 쓰면 공격력이 대폭 감소하는 것도 지금껏 얻은 필살기를 다양하게 구사하라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배우면 써보고 싶어진다




  추천

  [용 극]은 최초로 발매한 [용과 같이]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며, 처음으로 한글화를 지원해준 게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용 시리즈]를 처음 접하기 괜찮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물론 [용과 같이 제로]도 입문작으로 훌륭합니다. 필자도 그 작품으로 [용 시리즈]를 처음 시작했지만, 서브 스토리 특유의 병맛에 길들여지면 [용 극]에선 심심하다고 느껴질 수 있으니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 아무래도 첫 작품이다 보니 서브 스토리가 정말 분위기 전환용으로 그칩니다. 그게 괜찮으신 분들은 입문작을 편하게 고르셔도 됩니다. 다만 [용 극]에선 하루카와 마지마 고로, 다테 형사 등 중요한 인물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스토리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한 번은 꼭 해보시길 권장합니다.


내 이름은 하루카




  다음 편 예고

  다음 글은 저번에 예고했던 [용7]입니다. 만우절 기념이라며 잠깐 보여줬을 정도로 변화가 큰 작품이며, 기존 몇몇 팬마저 외면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작품성 자체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언뜻 보기엔 비주얼이 다소 경박해지고 진중함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겠지만, 이 글에서 언급했던 공통점은 전부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주인공인 카스가 이치반은 엉뚱하지만 누구보다 진지할 때도 있으며, 풍성해진 미니 게임과 퀄리티 높은 메인 스토리 등이 장점이라서 심리적 허들 때문에 기피당하기엔 아쉬운 작품입니다. 그래서 다음엔 [용7]에선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로 인해 어떤 매력을 어필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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