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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택 Dec 02. 2022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 효율로 찾는 자유

  [니어 오토마타]]의 디렉터 요코 타로는 인터뷰 중 이런 말을 했습니다. '게임의 자유는 높은 자유도가 아니라 틀에서 벗어나는 순간에서 온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주인공은 보통 네모난 화면 안에서만 움직입니다. 하지만 가끔 의외성을 발휘하여 화면 위 보이지 않는 공간으로 올라가 지름길을 개척하곤 했습니다. 이때 유저 머리 속에 있던 편견과 규칙이 깨지면서 게임의 세상이 넓어집니다. 모든 게임의 자유를 이렇게 해석할 순 없지만,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개발자는 모니터 속 자유를 어떠한 형태로든 해석할 수 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이하 오디세이)는 반면 교사격인 게임입니다. 자유를 표방하지만 개발자는 규칙에 얽매여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오디세이]에서 자유를 어떻게 구현했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전투

  우선 콘텐츠만 좀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오디세이]의 전투는 실시간으로 진행되므로 유저와 적은 언제든지 서로를 공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때 적과 주고받는 피해가 다르기 때문에 유저는 방어에 더 신경 써서 전투에 임해야 합니다. [오디세이]에선 적의 일반 공격을 카운터로 맞받아칠 수 있지만 강한 공격엔 회피로만 대응하게 하여 전투가 단순해지지 않게 했습니다. 그리고 적을 해치울 때는 암살이나 강력한 스킬로 제압할 수 있습니다. 결국 [오디세이]의 전투는 적의 행동을 무력하게 만든 후 강하게 휘몰아치듯 공격하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회피와 스킬


  길게 얘기했지만, 사실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한 구성입니다. 다만 [오디세이]에선 전투할 상황을 계속 바꿔서 다채롭게 합니다. 정복 전쟁에선 다수를 한번에 상대하지만 특정 인물에만 집중하는 게 더 효율적입니다. 성채를 함락할 땐 특정 목표 달성, 봉화에 함정 설치, 암살이나 사냥으로 몰래 처리하는 등 자기만의 계획을 즉석에서 세우고 실현할 수 있습니다. 해상전에서 적의 배에 승선하여 싸울 때 상대를 바다로 떨어트려서 빠르게 처치할 수 있습니다. 거기서 용병이나 코스모스 교단, 동물 등이 변수로 끼어들 수 있습니다.


교단원을 죽이는 동안 주인공은 무방비해진다


  이렇듯 [오디세이]는 다양한 상황의 공략법을 유저 스스로 찾게 하여 질리지 않게끔 하고 있습니다. 그걸 위해 이번 작품의 전투는 다른 게임에서 볼 수 있을 만큼 흔하고, 숙련되기 쉽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마치 손에 익은 무기로 온갖 역경을 헤쳐 나가는 싸움꾼이 되는 기분입니다.


전투 자체는 처음부터 끝까지 튜토리얼과 거의 다르지 않다




  퀘스트

  게임에서 선택지는 가끔 2가지 방향성을 가집니다. 첫 번째는 유저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결과를 보여줄 수 있도록 여러 엔딩을 만든 개연성 위주, 두 번째는 유저의 성향을 존중하여 마음껏 선택하도록 하지만 엔딩이 하나인 자유성 위주입니다. 언뜻 첫 번째가 좋아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해보면 불만도 자주 나옵니다. 예를 들어 그때그때 기분에 맞춰 선택지를 고르다가 개연성이 어긋나는 상황이 벌어지거나, 결과를 예측하여 자기 성향에 안 맞는 방향으로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몇몇 작품에서 두 가지 방향성을 다 섞곤 했습니다. 멀티 엔딩을 선택지로 나누되, 모든 선택이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 형태입니다. [오디세이]도 그걸 채택한 케이스이며, 중요한 갈림길에 설 때는 아이콘으로 넌지시 앞일을 암시합니다.


선택지 옆에 아이콘이 있다


  서브 퀘스트에선 이게 잘 작동하는 편인데 메인 퀘스트에선 가끔 삐그덕거립니다. 한번은 포이베라는 여자아이가 걱정되지 않는다는 선택지를 골랐는데 갑자기 주인공이 그녀가 걱정된다며 찾아 나서기도 했습니다.


순간 잘못 이해한 줄 알았다


  그리고 오픈 월드에 맞춰 서브 퀘스트에 최대한 많은 자유가 주어진 점도 좋았습니다. 메인 스토리는 완성도를 위해 시작하고 끝나기까지의 순서를 잘 지켜야 합니다. 그러나 [오디세이]에선 서브 스토리를 어떻게 시작하든 끝내든 유저 마음대로입니다. 기본적으로 서브 스토리를 한번 실패하면 그대로 실패로 종료합니다. 누군가 어떤 도적단을 처리해달라고 했을 때, 만약 그 도적단을 옛날에 끝장냈다면 그 자리에서 퀘스트를 바로 끝낼 수도 있고, 반대로 즉시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어느 서브 퀘스트가 다른 사건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제작 과정에선 수많은 경우의 수를 다 따져가며 대사문을 짜야 하고, 더빙 작업도 전부 다 필수라서 귀찮은 작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개발자가 이걸 해낸 이유는 유저가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스스로 창출한 이야기가 오픈 월드 장르에 걸맞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운 좋게도 이미 처리했다




  이게... 오픈 월드?

  [오디세이]는 개발진이 전투와 퀘스트, 역사 고증 등을 신경 써서 만든 게임입니다. 그렇다고 이번 작품이 오픈 월드 장르의 기대치를 충족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오픈 월드 게임은 맵을 현실처럼 만들었을 뿐 각자 추구하는 형태가 달랐습니다. 예를 들어 [GTA 시리즈]처럼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서브 콘텐츠를 다량으로 넣어서 동사를 늘리는 경우도 있고, [엘든 링]이나 [포르자 호라이즌]처럼 유저가 메인 콘텐츠에 의외성을 찾을 수 있도록 탐구심을 자극하는 경우,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처럼 탐험과 발견의 재미를 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디세이]는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전투 자체는 단순해서 오랫동안 파고들기 힘들고,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지도 않습니다.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익숙한 걸 반복하며 리스트를 하나씩 채워가는 희열이 대부분입니다.


어느 메인 스토리를 완료하려면 저 목록을 거의 다 채워야한다 


  심지어 그 콘텐츠에 간단한 퍼즐 기믹조차 없습니다. 사람이 무언가를 만들 때 계획을 세우지만, 창작 욕구가 들끓어서 작업이 추가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디세이]는 처음부터 취하고 버릴 것을 확실하게 구분하고 고집스럽게 나아간 것 같습니다. 그만큼 목표가 뚜렷했던 건지, PD나 윗사람의 힘이 강했던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필자는 50시간 정도 플레이했을 때 운명의 칼테라에 도착해서 퍼즐을 처음 발견했습니다. 빛과 거울을 이용한 기믹이었고, 드디어 새로운 걸 발견해서 감격도 했습니다. 하지만 곧 이걸 왜 지금껏 꼭꼭 숨겨뒀나 의문이 들었습니다. 게임 시작 지점은 지도에서 북서쪽 끝이며, 운명의 칼데라는 남동쪽 끝입니다. 그 외 퍼즐도 의도적으로 후반이나 DLC에 몰아넣은 것 같습니다. 왜 그랬는지 이유는 잘 알 수 없지만, 만약 퍼즐 기믹을 설계할 시간을 아끼기 위한 것이라면 다소 성급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드디어 만난 퍼즐




  책임

  이번에 할 얘기는 잠깐 다른 주제일 수 있습니다. 유저는 자유가 부여된 게임에서 새로운 자기 자신으로 행동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의외로 그걸 완전히 보장해주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마치 유저에게 착한 아이가 되라고 잔소리하는 듯한 시스템이 있곤 합니다. 바로 [레드 데드 리뎀션2](이하 레데리2)의 명예 시스템과 [오디세이]의 수배 시스템이 그 예시입니다.


주인공은 서부 개척 시대에 살고 있는 카우보이


  [레데리2]에선 자잘한 행동으로 주인공의 명예가 달라지며, 랭크가 마이너스나 플러스로 가면 혜택은 있지만 착한 일을 할 때의 이득이 더 큽니다. 이렇듯 [레데리2]는 이득을 주는 방식으로 유저의 행동을 유도하려고 했지만 나쁜 일을 했을 때의 페널티를 현상금이나 보안관 등 별개의 시스템이 따로 부여했기 때문에 유저를 착하게 만들려는 의도로 해석되곤 합니다.


명예에 따라 연출도 달라진다


  [오디세이]는 명백하게 페널티만 부여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남들 보는 앞에서 살인이나 도둑질 등을 하면 현상금이 붙고, 심해지면 용병이 주인공을 추격합니다. 이때 전투 상황이 벌어지면 일반 시민이나 동물도 유저를 공격합니다. 보통은 이럴 때 반발심이 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어쌔신 크리드]가 암살 게임으로 유명한 시리즈인 데다가 적을 일반 전투로 죽였을 때 경험치도 오르지 않다 보니 암살에 실패해서 생긴 해프닝이라고 스스로 납득하게 됩니다.


대놓고 사람 죽였다고 닭도 주인공을 공격한다


  우리는 이런 시스템을 개인과 사회의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표현한 것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게임은 그 상호작용을 무책임한 자유로 드러내지 않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GTA 시리즈]가 게임이 악이라는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가 된 것처럼, 사회적 관습을 위협할 여지가 사소하게라도 있다면 예상치 못한 질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하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유저들의 플레이 로그를 분석해서 찾아낸 대다수의 성향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분명한 건 이 숙제를 해결하면 게임 속 자유에 새로운 의미가 추가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이런 시스템이 들어가지 않은 오픈 월드 게임도 많다




  추천

  게임은 개발진이 갈려나가거나 시간을 많이 들여야 재미있어지는 매체가 아닙니다. 그래서 필자는 작품의 가치를 추구하되 개발 인원에게 가해지는 부담은 적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보면 [오디세이]는 다소 효율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보이지만, 기본적인 콘텐츠 종류마저 너무 적은 게 단점이었습니다. 어찌보면 오픈 월드를 처음 시도하거나 한국식 게임에서 막 벗어난 사람에게 좋은 작품이란 뜻이기도 합니다. 전투만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도 [오디세이]를 추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외라면 추천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번 작품은 오픈 월드나 기존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에 대한 기대치를 충족하기 어려운 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초보자 배려로써 좋다고 생각한다




  다음 편 예고

  사실 필자는 오픈 월드가 장르보단 유행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각 작품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정의도 다르며, 맵이 뻥 뚫려있다는 것 말고는 어드벤쳐 장르와 유사점도 많습니다. 게다가 오픈 월드만 붙으면 유저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도 있어서 몇년간 한번도 빠짐없이 나온 것도 사실입니다. 옛날부터 시리즈로 이어온 작품에 그 장르가 결합된 적도 많습니다. 기존 형태를 나름 잘 유지한 것도 있지만, 다음에 다룰 작품은 새로운 장르에 맞춰 구성을 크게 바꾼 게임입니다. 이동과 퍼즐 플랫폼이라는 기본은 지키면서 다른 게임의 장점을 잘 취합한 작품, 바로 [소닉 프론티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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