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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택 Mar 17. 2023

[하이 파이 러쉬] 새로운 리듬 액션 게임

  게임의 난이도는 유저의 경험에 따라 달라지곤 합니다. 같은 장르라면 다른 게임이라도 비슷한 요소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작품의 진행 방식에 익숙해지면 설명을 생략해도 눈치껏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각 장르 자체의 난이도는 유저의 재능에 따라 달라집니다. 대표적으로 조작 능력이 뛰어나면 액션 게임을, 머리가 좋으면 퍼즐 게임을, 박자 감각이 좋으면 리듬 게임을 잘 하는 편입니다.


대전 게임이라면 심리전 능력도 중요하다


  리듬 액션 게임처럼 여러 장르가 뒤섞이면 그만큼 필요한 재능도 많아지는 편입니다. [하이 파이 러쉬](이하 하파러)는 그 많은 재능을 적절히 요구하는 게임입니다. 여타 다른 리듬 게임처럼 상대의 박자를 따라 하거나 액션 게임처럼 전체적인 상황과 상대의 동세를 파악해야 하고, 퍼즐 게임처럼 기믹이 요구하는 바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하파러]는 언뜻 봤을 때 최소한 박치는 도전도 못할 것처럼 생긴 작품입니다. 이번 게임이 박자 감각을 분명 요구하긴 하지만 의외로 재능까지 필요로 하지는 않습니다. 유저가 어떻게든 박자를 익힐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했고, 이에 부응했을 때 스스로 잘했다는 기분도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그리고 리듬만 맞출 수 있다면 액션 본연의 재미도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이번엔 [하파러]가 어떤 리듬 액션 게임인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비트를 잘 듣고 공격하면 끝




  문제 제시와 풀이

  게임의 재미는 유저 스스로가 잘한다고 생각할 때 느껴집니다. 그러기 위해선 문제가 명확해야 하고, 답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기대감이 있어야 하며, 정답을 맞혔을 때 칭찬이 있어야 합니다.


게임 속 칭찬은 클리어했다는 문구나 점수일 때도 있다


  [하파러]에서 던지는 문제는 대체로 명확한 편입니다. 적을 쓰러트리려면 공격해야 하고, 자기가 당할 땐 회피나 패링을, 특정 상황에선 특정 캐릭터가 필요하다고 알려줍니다. 이는 액션 게임의 기본이기도 합니다. 이걸 어디에 숨겨두기는커녕 거의 동시에 알려주고 튜토리얼도 진행합니다. 마치 자물쇠와 열쇠를 같이 쥐여주고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유저가 살펴볼 틈도 없이 해결법을 알려준다


  과잉 친절처럼 부담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하파러]는 그렇게 보이지 않도록 풀이 과정이 명확한 문제를 천천히 추가했습니다. 정확히는 정답 풀이에 충분히 숙달되었을 때 새로운 시련을 던져줬습니다. 이를 작품 후반부까지 반복하여 새로운 무언가를 계속 제시하고, 기존 문제 풀이도 버리지 않고 꾸준히 쓰게 했습니다. 특히 동료의 도움은 대체할 수 없는 열쇠이기 때문에 숙달이 매우 필요합니다. 이렇게 다소 난잡해 보일 수 있을 정도로 구성이 다양하지만 차근차근 설명해주니 유저가 이해하기 좋은 편입니다. 그리고 게임이 명확해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이 모든 게 같은 박자 아래서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동료의 교체, 새로운 해결법은 다다음 스테이지에서 알려줬다




  환경

  [하파러]는 이득을 자주 얻기 위해 박자를 잘 타야 하는 게임입니다. 그 리듬도 유저가 익숙해지기 쉽도록 대부분 곡의 비트가 동일한 채로 작품이 진행됩니다. 그래서 게임은 유저에게 핵심 리듬을 계속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리듬 액션 게임인 [크립트 오브 더 네크로댄서](이하네크로댄서)의 경우 화면 하단에 박자를 보여줍니다. [하파러]에도 같은 기능이 있지만 필자는 끄고 했으며, 오히려 그게 더 편했습니다. 그 이유는 박자를 오로지 그것으로만 보여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트를 맞추면 PERFECT!라는 문구도 뜬다


  유저가 집중해서 보는 주인공은 가만히 서 있거나 걸어 다닐 때도 리듬에 맞춰 움직이고, 그 주변에 있는 808이란 오브젝트도 반짝임으로 박자를 알려줍니다. UI에선 체력 게이지, 맵 오브젝트인 파이프나 컨베이어 벨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치 맵 곳곳에 메트로놈이 있는 거나 다름 없을 정도로 온갖 요소로 비트를 가르쳐줍니다.


비트는 우리 곁에 있다


  그러나 그 환경 요소가 아무리 많아도 급박한 전투 상황에선 눈으로 파악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상대방의 패턴도 박자에 맞춰 정직하게 움직입니다. 적이 공격하기 직전 행동과 공격 판정이 일어나는 동작이 1박자에 걸쳐 진행되고, 유저가 이를 보고 회피나 패링을 하면 흘러가는 리듬을 파악하기 쉬워집니다. 그래서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주인공의 공격뿐 아니라 회피도 리듬을 따라갑니다.


유저가 눈치껏 알 수 있는 것도 정확하게 말해준다


  특히 회피가 특이한데, 주인공은 이를 이용해 빠르게 이동할 수 있지만 최대 3번만 가능하고 한 번은 꼭 쉬어야 합니다. 버튼을 계속 눌러도 회피가 끊어지는 건 똑같습니다. 회피 횟수가 제한적이다 보니 유저는 박자를 매번 다시 타야합니다. 필자가 추측건데 개발진은 유저가 리듬을 이어가는 능력보다 다시 시작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의도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네크로댄서]는 계속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한번 탄 리듬을 계속 붙잡아야 합니다. 그러나 [하파러]에는 3D 플랫폼 게임이기도 해서 주인공이 가만히 서서 주위를 둘러보는 구간도 있고, 전투를 진행할 때도 긴박한 상황에서 빠져나와 숨을 고를 수 있는 여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몇몇 유저가 회피를 계속하지 못해서 답답함을 느끼더라도 개발자가 유저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리듬 게임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함도 있습니다


비트를 잘 타라고 계속 강조하고 있다




  박자 중심 리듬

  리듬 게임이 숙련자들만의 장르가 된 이유는 새로운 방향성을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위 장르가 만들어질 수는 있지만, 기존 장르는 보조 시스템이나 난이도 말고는 건드리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리듬 게임은 박자 맞추기 힘들다는 인상이 있습니다.


리듬 게임은 깊이 파고들수록 어렵다


  [하파러]는 이에 탈피하기 위해 판정이 넉넉하고, 한 박자마다 손익을 거의 하나만 넣었습니다. [네크로댄서]처럼 행동을 취할 때마다 최선의 수를 계산하지 않아도 돼서 부담감은 덜한 편입니다. 주목할 부분은 손해를 줄이거나 이익을 얻을 땐 확실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유저가 정답을 선택했을 때의 보답이기도 합니다.


이득이 있다고 직접 명시했다


  [하파러]에서 손해를 확실하게 줄이는 건 회피나 패링입니다. 그걸 실패하면 피해가 고스란히 들어오기 때문에 비트에 더욱 집중해야 합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수비적인 동작은 원래 상대의 패턴에 맞춰 움직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상대의 패턴은 게임 핵심 리듬에 맞춰 진행됩니다. 결국 리듬 게임에 자신이 없는 사람도 액션 게임에서 자주 하던 걸 그대로 따라 해도 자동으로 비트를 타게 됩니다.


적은 엇박자를 거의 타지 않는다


  공격적인 동작에선 오히려 이득이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콤보에 박자를 맞추면 마지막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지만, 그걸 하지 않았다고 진행에 무리가 갈 정도로 치명적이진 않습니다. [스페이스 채널5]처럼 상대의 비트를 따라 해야 하는 구간이 몇 있지만, 완벽하지 않아도 진행은 가능합니다. 그래도 유저는 자기도 모르게 계속 리듬을 타면서 공격합니다. 그 이유는 플레이어가 박자를 얼마나 잘 타는지 게임이 직접 표기해주기 때문입니다.


패링 후 마무리를 잘 하지 못했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이때 작품은 보상이나 화려함을 지급합니다. 보상은 스테이지가 끝났을 때 랭크에 따라 공급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스킬 획득이나 캐릭터 강화를 할 수 있습니다. 화려함은 콤보 랭크나 비트를 맞춰 공격했을 때 들리는 환호성과 악기 소리입니다. 겨우 게임 플레이 점수와 소리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유저가 잘하고 있고, 성장하고 있다는 지표가 되어줍니다. 보상은 유저가 그것들은 처음에 신경 쓰게 하기 위한 구실일 뿐, 재미만 있다면 뭘 얼마나 주든 상관없이 박자를 탔을 것입니다. 콤보 랭크에는 보상도 주어지지만, 굳이 화려함이라고 표현한 건 이 이유 때문입니다.


느긋하게, 비트를 맞춰, 환호성을 들어보자




  퍼즐 플랫폼 장르로는?

  지금까지는 좋은 말만 했지만, 아쉬운 점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리듬 게임은 특정 유저들에게 분명 진입장벽이 됩니다. 그래서 전투를 진행할 때 박자가 꼭 정확하지 않아도 큰 무리가 없고, 자연스럽게 리듬을 탈 수 있도록 배려도 했습니다. 그러나 퍼즐 플랫폼 구간에선 얘기가 다릅니다. 판정이 넉넉하긴 하지만 일정한 비트를 꼭 연속으로 맞춰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재도전이 쉬워서 그럴 수도 있지만, 퍼즐마다 비트 UI가 달라서 리듬 액션에 쥐약인 사람들에겐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양해서 좋다는 유저도 분명 있을 것이다


  점프도 좀 아쉬웠습니다. 원래 플랫폼 장르에서 점프는 아주 중요한 동작이라서 중력가속도를 신경 쓰는 편입니다. 쉽게 얘기하면 점프하는 순간엔 빠르지만 정상에 도달할수록 0에 도달하고, 다시 빠르게 착지하는 거입니다. 개인적으로 [하파러]에선 정상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다소 짧고, 플랫폼의 높이도 애매하게 높은 것 같습니다. 유저마다 다르게 느낄 수는 있지만, 적어도 필자는 점프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낙사도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분명 넘어갈 만큼 점프했는데 못 넘어갔다


  물론 그렇다고 이번 작품이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리듬 게임이 워낙 유저 손을 많이 타는 장르라서 주의하라는 것뿐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게임은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습니다.


신난다




  추천

  [하파러]는 발표 직후 출시되었고, 공포 게임을 주로 개발한 스튜디오에서 만든 작품입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채 직접 플레이하면서 파악해야 했는데, 꽤 좋은 결과물임이 밝혀져 입소문을 탄 게임이기도 합니다. 비트를 되도록 맞춰야 하지만 리듬 게임 초반 곡 수준으로 난이도가 낮습니다. 액션 게임으로도 나쁘지 않고, 연출과 음악도 훌륭합니다. 그래서 [하파러]는 액션 게임을 좋아하고, 리듬 게임 초반부는 무난하게 진행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만약 엑스박스 게임 패스를 가지신 분들이라면 맛보기라도 권하고 싶습니다. [하파러] 개발사가 베데스다에 넘어갔고, 베데스다는 엑스박스에 넘어갔으니 게임 패스에 오래 남아있을 겁니다.


엔딩 이후 콘텐츠도 있다




  다음편 예고

  [하파러]의 분위기는 어릴 때 본 미국 애니메이션을 연상케 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생각보다 잔인합니다. 적은 주인공을 불량품이라며 죽이려들고, 해치운 보스는 공식적으로 사망하였습니다. 밝고 경쾌한 리듬 속에 어두운 현실이 숨어있는 겁니다. 이처럼 상반된 것들을 동시에 품고 이야기를 진행하는 IP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 환상적인 마법 세계에서 주인공은 친구와 함께 모험을 떠나고 있고, 어딘가에선 진심으로 살의를 품은 마법이 사람을 죽이기도 합니다. 게임으로서는 준수할 뿐이지만 누군가에겐 마법 학교 입학 신청서가 되는 게임, 다음에 다룰 작품은 [호그와트 레거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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