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인택 Nov 29. 2023

[젤다의 전설 스카이워드 소드] 옛날 시리즈의 특징

  필자는 옛날 [젤다의 전설 시리즈](이하 고전 젤다)에 영향을 받은 게임으로 [데스 도어]와 [튜닉] 등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튜닉]의 개발자에게 그런 의도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튜닉]같은 게임이 나온 이유는 아마 개발 과정에서 게임을 즐겼던 순간을 떠올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그걸 즐긴 세대가 개발자로 성장하였다는 겁니다.


인터뷰 출저 - https://www.stuff.tv/features/stuff-meets-bafta-winning-indie-developer-andrew-shouldice/


  어쨌든 현세대 게임에도 영향을 줄 정도로 [고전 젤다]가 뛰어나긴 했지만, 그게 인디 게임에서만 국한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이하 젤다 왕눈)을 보면 심지어 본가에서도 [고전 젤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고전 젤다]가 잊혀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을 분석한다면 이후에 나온 게임을 살펴볼 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젤다의 전설 스카이워드 소드](이하 젤다 스소)를 통해 어떤 특징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현재 닌텐도 스위치로 즐길 수 있는 [고전 젤다]




  답답함과 해소

  게임을 처음 실행했을 때 주인공은 가장 기본인 동시에 가장 궁핍한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유저에게 펼쳐진 세계는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한 장애물이 배치된 공간입니다. 캐릭터는 힘든 순간을 겪어도 새로운 힘을 얻으며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특정 시련을 바로 타개하지 못하고 멈춰 설 경우 답답함에서 벗어나기 힘들 수 있습니다. 이때 유저가 흥미를 잃어버린다면 게임을 종료할 수 있기 때문에 개발자는 그들의 니즈가 드러날 타이밍을 계산하여 새로운 무언가를 직접 소개하곤 합니다. 시련이 발생하여 답답해져도 바로 해소시키는 방법을 알려주는 겁니다.


[하이 파이 러쉬]를 다룰 때에도 이 방식을 언급했다)


  이와 반대로 답답함을 문제가 아닌 기회로 이용하여 플레이어를 유도하는 방식도 있는데, [고전 젤다]에서 그게 자주 드러납니다. 거기서는 문제가 발생하면 유저가 불완전한 해결법을 찾도록 만들고, 제대로 충족시키는 방법을 나중에 알려줘서 더 큰 해소를 안겨줍니다. 예를 들어 [젤다 스소]에서 주인공은 검을 얻고 마물이 본격적으로 존재하는 곳에 도착하지만, 계속되는 위협을 모두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데크바바라는 식물과 스탈튤라라는 거미를 해치우려면 칼을 특정 방향으로 휘둘러야 하는데, 공략을 깨우쳐도 특유의 컨트롤 때문에 쉽게 처치하기 힘듭니다.


[젤다 스소]에서 주인공의 공격은 유저의 몸짓을 따라간다


데크바바는 세로나 가로 베기를 요구한다


  이때 유저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 빠지고, 후에 비틀이란 도구를 얻으면서 새로운 상황을 맞이합니다. 비틀은 드론처럼 조종하여 줄을 끊거나 아이템을 회수할 수 있는 벌레 로봇입니다. 이를 이용하면 데크바바의 줄기나 스탈튤라의 거미줄을 자르는 등 쉬운 공략법을 터득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비틀을 사용하면 벽 너머나 구멍 속 스위치도 건드릴 수 있어서 공간을 더욱 넓게 인지하게 됩니다.


줄도 끊고, 수정 모양 스위치도 건드릴 수 있다


  문제도 해결해 주고, 입장한 던전에서 탐험할 때 많이 쓰이는 아이템이지만, 이런 도구를 [젤다 스소]에서는 그냥 주지 않습니다. 일단 주인공을 방에 가둔 후 보스를 쓰러트려야 얻을 수 있는 보상으로 지급합니다. 그 이유는 유저가 아이템을 힘들게 얻을수록, 혹은 특별한 순간에 획득할수록 그것을 더 많이 파헤치려고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게임 속 플레이에선 먼저 조력자가 비틀을 직접 설명해 줍니다. 이후 처음 사용할 때엔 스탈튤라의 거미줄을 자르고 벽에 난 구멍으로 들어갈 기회가 바로 주어집니다.


의도적인 배치


  또한 꼭 지나가야 할 길에 데크바바가 무더기로 있어서 비틀을 꼭 사용해야 합니다. 결핍을 주었으니 충족도 책임감 있게 주고, 더 큰 해소를 안겨주는 겁니다. 그리고 그 충족이 클수록 그간 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라 더 큰 만족이 오고, 특별한 순간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수많은 도구를 얻을 때까지 계속 반복합니다. 다르게 얘기하면, 각 아이템이 담당하는 구역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데크바바를 쉽게 처치했을 때의 희열이 생각보다 크다




  퍼즐 속 퍼즐

  퍼즐에 사용되는 오브젝트는 기믹을 최소 하나씩 가지고 있는 편입니다. 개발자는 그 오브젝트와 기믹을 활용하여 퍼즐을 만들고, 유저는 이를 풀어가며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단순히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게임이라면 이걸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이번 게임 시리즈는 탐험 중 경이로운 걸 발견할 때의 재미가 모티브라서 유저가 직접 움직이며 계획을 수립하고 탐색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마치 아이가 보물을 찾는다는 상상을 하며 숲을 탐험할 때의 재미처럼 말입니다.


던전을 어느 정도 탐험해야 지도를 준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개발자는 던전도 기믹에 지배당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젤다 스소]에서 가장 대표적인 건 라넬 지역에서 등장하는 시공석입니다. 시공석을 건드리면 주변 구역이 과거로 돌아갑니다. 예를 들어 시공석이 작동하면 주변 시체가 몬스터로 부활하거나 풍화된 바위가 복구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주변 퍼즐 요소의 규칙이 시공석에 의해 달라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문을 과거로 되돌려야 퍼즐 기믹이 활성화된다


  이를 가장 심도 있게 다룬 건 '사막 위의 배'라는 던전입니다. 수많은 방과 층을 지나가며 퍼즐을 풀어가야 하는데, 배 전체에 영향을 줄 정도로 영향력이 강한 시공석이 가장 큰 돛대에 단 하나만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돛대가 보이는 곳을 매번 찾아내야 했습니다. 창문이나 쇠창살은 물론이고, 야외 사다리 등도 동원해야 해서 공간 이해도와 구체적인 계획 수립을 다른 게임보다 더 자연스럽게 요구합니다.


시공석의 영향력이 배 전체를 뒤덮는다


과거로 가자 문을 막던 전기가 사라졌다


  필로네 지역의 '고대의 대석굴'도 좋은 던전입니다. 주인공은 그 던전에서 열쇠가 담긴 보물 상자를 찾아야 합니다. 엘리베이터 기능을 하는 석상으로 지하에 도달하면 상자의 위치를 가르쳐주는데, 그때 석상이 내려가면서 보물상자를 깔고 앉습니다. 열쇠를 얻으려면 석상를 올려야 하지만 지하에서 그럴 수 있는 수단이 없습니다. 던전의 구조에 따라 A가 가능하지만 B를 포기해야 하는, 혹은 그 반대의 상황도 만들어지는 겁니다. 결국 유저는 탐험을 계속하면서 석상을 올려둔 채 지하로 들어갈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스위치로 석상을 내리면


지하로는 내려갈 수 있지만 보물 상자로 갈 수 없다


  이 때문에 퍼즐 규칙은 물론, 그걸 지배하는 환경 요소도 유저가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고전 젤다]의 퍼즐은 어렵다기보단 고차원적이란 표현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던전이 달라지면 익숙해졌던 퍼즐이 달라지면서 완성도도 올라간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게임 시리즈의 모티브를 고려했을 때 개인적으로 다른 이유도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아이가 낯선 숲을 탐험하며 새로운 길을 찾고 비밀 장소를 만드는, 공간을 지배하고 나만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추측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늘의 탑에선 방 배열을 바꿔서 원하는 곳으로 가야한다




  탐험인 듯 하지만 사실 일자형 구성

  [젤다 스소]에서는 그런 던전이 각 지역에 숨어있습니다. 유저는 필로네 지역이나 올딘 지역에 다시 방문해야 하고, 혹여나 순서가 꼬이지 않도록 개발자는 특정 아이템이 있어야 통과할 수 있는 장애물을 준비했습니다. 이전 문단에서 아이템이 담당하는 구역, 혹은 던전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건 그런 의미입니다. 그래서 [젤다 스소]가 탐험하는 게임처럼 보여도 실상은 일자형 구성입니다.


이미 지나간 구역을 확장시켜주는 아이템


  주인공은 하늘섬인 스카이로프트에서 시작하고, 특정 지역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으면 다시 돌아옵니다. 이 과정을 끝날 때까지 계속 반복합니다. 이런 레일 로드식 구성을 탐험처럼 느끼도록 만든 이유는 맵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되기 때문입니다.


전체 지도를 보면 스카이로프트를 중심으로 넓어진다


  [젤다 스소]의 전체적인 진행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인공은 스카이로프트라는 협소한 공간에서 시작하여 할 수 있는 걸 다 끝내야 합니다. 대지로 내려가는 구멍은 그걸 다 하고 나서야 딱 하나 생깁니다. 이후 대지로 내려가 필로네 지역에 도착한 후 탐험을 시작합니다. 가지고 있는 아이템으로 열심히 헤쳐 나가지만 막히는 구간은 분명 발생합니다. 이때 열쇠 조각이나 친구 찾기 등 일정 구역을 계속 탐색하는 콘텐츠가 등장합니다. 그 후 새로운 도구도 얻고 보스도 물리치며 필로네 구역을 완료하면 다른 구역이 열리고, 나중에 모든 구역이 열리면 지나갔던 곳으로 다시 가서 새로운 문을 찾아갑니다. 이렇듯 지역이 순차적으로 개방되지만 스테이지처럼 길이 이어지지 않고, 거점에서 바깥으로 넓어지는 형식을 가집니다.


석판을 가져와야 다음 지역이 열린다


  요즘은 유저를 이미 지나간 곳으로 보내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플레이어의 흥미가 떨어지기 쉽고, 새로운 길을 찾지 못해 헤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익숙한 곳에서 새로움을 찾았을 때의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기도 합니다. 단점도 분명히 있지만 이를 잘 무마해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든 만큼 탐험의 재미를 잘 전달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도구의 성능 구분

  지금까지의 내용을 전부 가능하게 만들려면 각 도구가 확실하게 구분되어야 합니다. 물론 당연한 얘기일 수 있습니다. 이걸 해온 게임은 무수히 많습니다. 다만 [젤다 스소]에선 이를 위해 2가지 과정을 거칩니다.


수룡의 비늘과 내열 귀걸이는 상시 발동이라서 제외


  첫째는 도구의 기믹보다 능력을 이해시키는 것에 더 집중하는 것입니다. 아이템은 새총이나 비틀 등 총 8가지가 있으며, 쏘거나 터트리거나 날리는 등 각자 쓰임새가 다 다릅니다. 무언가를 쏜다는 건 멀리 있는 물체를 맞춘다는 것입니다. 그걸로 눈에 띄는 무언가를 노릴 수 있으며, 그 대상은 언제나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시공석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무기 자체가 몬스터의 약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기믹만 가르친다는 건 특정 오브젝트가 어떤 도구에만 반응한다고 알려주는 것이지만 [젤다 스소]는 그 기믹이 어떤 능력에서 나왔는지를 이해시켰기 때문에 다른 목표물이 등장해도 유저는 능동적으로 해결하고자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채찍으로 열쇠도 뺏을 수 있다


  여기서 나오는 두번째 과정은 그 시행착오가 보스전에서 마무리된다는 것입니다. 전부는 아니지만 폭탄 주머니, 마법의 항아리, 채찍, 활 등은 특정 몬스터에게 특별한 성능을 보여주는 도구인데, 보스전에서 키 아이템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가령 마법의 항아리는 바람을 내뿜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걸로 프로펠러를 돌리거나 모래를 걷어내고, 아모스나 몰드가트라는 몬스터를 쓰러트릴 수 있습니다.


아모스의 프로팰러를 돌려서 약점을 드러낼 수 있고, 몰드카트가 숨은 모래를 날려버릴 수 있다


  해당 도구의 활용법은 모두 한 지역에서 이루어지며, 다른 지역에서 활용처가 추가되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다른 곳에선 다른 도구가 활약해야 하는 걸 생각하면 깔끔한 마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예외로 비틀은 추후 성능이 추가되는 도구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도 잘 쓰인다




  추천

  지금까지 언급한 [고전 젤다]의 특징은 [젤다 스소]를 토대로 한 것들입니다. 모든 [고전 젤다]가 이러한 요소를 가졌다고 보기는 힘들고, 대체적으로 이러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런 요소들을 [젤다 왕눈]은 벗어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요즘 유저는 게임을 빨리 진행하기를 원하지만, [고전 젤다]는 그와 반대로 진득한 플레이를 요구합니다. 집중력과 공간 이해도도 높아야 하고, 한번 시작했을 때 필요한 시간도 많습니다. 그래서 [젤다 스소]는 느긋하게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분들에게 우선적으로 추천합니다.  2011년도에 처음 발매한 게임이라서 호불호 요소가 많은 것도 감안해야 하지만 [젤다의 전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겨낼 거라 믿습니다.




  다음편 예고

  [고전 젤다]를 그리워하는 사람은 앞으로도 더 나올 것입니다. 그 이유는 강렬한 경험이 창작자에게 추억으로 쌓였다면 무의식적으로라도 표현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비단 [고전 젤다]뿐만 아니라 다른 게임을 닮아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로그라이크와 소울라이크는 유사 장르로까지 발전했고, 여기저기서 도전하는 중이기도 합니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입니다. 올해 출시하여 의미있는 발자취를 남긴, 다음에 다룰 작품은 [p의 거짓]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 현실을 게임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