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향마담 안젤라 Jul 17. 2021

향마담 안젤라의 조금은 진지한 첫 글

선택된 기억, 그리고 향

 실존하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시간과 공간의 결합을 통해 그 존재를 드러낸다.

 그것이 바로 ‘향’이다.

 특정한 시공간에 자리한 기억들, 그 영역에 자리한 향은 현재 눈앞에 펼쳐진 시야로부터 멀어진 채,

오히려 우리가 두 눈을 감고 조용한 숨을 들이마실 때, 특정 기억의 시공간을 떠올릴 때야 그 존재를 드러내는 법이다.


 나에게 ‘기억’이란 시간에 지배되는 것. 물리적인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은 무의식에 의해 잘리고 또 잘려나간, ‘점(Dot)’ 또는 ‘순간(Moment)과 같은 단편으로 흩어지는 것이다. 과거를 찾으려 할 때, 온도와 빛, 모양과 움직임에 의해 인지된 순간의 단편들은 (과거로부터 미래인) 현재의 자아가 더함 감각들이 덧 입혀 하나의 추상화처럼 새로이 기록된다.


 때문에, 향과 회상(Recall)은 상호적이다.


2019 온수공간 개관전 초대작, 향작 '파커스피스' - 여수정


무의식 VS 재해석된 의지


조향사로서의 나의 작업은 이와 같은 회상, 즉 기억을 뿌리로 한다.  크게는 두 가지 영역이다.

 

 첫 번째는 단편화.

 무의식에 의해 잘려나간 기억의 일부, 즉 그 ‘점’들을 하나하나의 단편으로 표현하는 작업이다. 기억에 집중할수록 향이란 단순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향은 자연 그대로이 거칠고, 단순하다. 새로운 아름다움을 부여하거나 재해석할 필요가 없다. 향을 맡는 그 순간은 거창한 미사여구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노력도 필요치 않다. 다년이라는 씨앗이 움터 한 송이의 꽃을 피우는 것과 같다.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이란 그런 것이다.


 두 번째는 추상화.

 기억의 단편 위에 ‘아름답게 기억하고 싶다.’는 의지를 더해 한 편의 추상화를 그리는 것처럼 향을 미화시키는 작업이다. 형형색색의 꽃을 한데 모은 정원처럼 현재의 내 오감이 조합한 새로운 의지에 집중할수록 향은 새로운 이야기를 덧입는다.

 회상으로부터, 새로운 기억은 또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오덴세 매거진 'DANCE' 인터뷰 중 - DSTL 여수정 대표/조향사


안젤라가 향을 대하는 자세는 2019년 온수공간 개관전 초대작으로 '파커스피스' 향 전시를 준비하면서 정리한 내용 중 일부이다. <디테일은 아래 링크 >





첫 글이라 조금은 진지하게 향을 대하는 자세를 고백해 보았다. 향마담 안젤라라는 다소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름처럼 앞으로는 조금 편안한 글로, 나의 취향이 묻어나는 방법으로 향을 소개하고 싶다. 그리고 향을 직업으로 갖는 생활 비하인드와 넘쳐나는 꿀팁 대방출까지!


그러니 구독해야겠어요 안 해야겠어요!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