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 밖은 유럽을 시리즈별로 유튜브에서 뜨는 대로 보고 있다. 태교에도 딱히 나쁘지 않고, 전반적인 흐름이 다른 한국 프로그램처럼 시끄럽지 않고 잔잔해서 보다가 잠이 들기도 한다. 노르웨이 편, 이탈리아편, 스위스 편, 남프랑스 편까지 방송을 보는데 텐트 안만 보면 라면에, 김치에, 부대찌개를 끓이지 않나, 삼겹살에, 감태에, 각종 집에서 가져온 밑반찬들의 행렬, 한국이 따로 없다. 현지 재료를 사다가 한국식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유럽 생활 초기의 나를 보는 것 같아 웃음이 났다.
남프랑스 여름, 차 타면서 발견한 프로방스의 라벤더 밭.
텐트 밖은 유럽 남프랑스 편에도 나온 베르동 협곡.
텐트 밖은 유럽에서 누군가 드러눕던 무스티에생트마리.
남프랑스 편은 중간중간 프랑스어도 들리고, 우리가 갔던 곳이 자주 나오다 보니 프렌치 남편이 지나가면서 한 마디씩 거들곤 한다. 기껏해야 10일, 아니면 더 짧게 여행을 오는 것일 텐데, 거의 매일같이 텐트에서 한식을 해 먹는 화면 속의 그들을 보며 "한국인들의 한국음식 사랑은 진짜 어나더 레벨, "이라고 했다.
사실 나만 해도 베를린 맛집들이 다 거기서 거기인지라, 집밥이 최고다 생각하며 한식요리 외길인생을 걸어왔다. 물론 지금이야 베를린의 트렌디하고 맛있는 집들이 정말 많아졌지만, 한식 재료를 프랑스보다 손수 구하기 쉬운 독일이라 그런지 꾸준히 한식을 해 먹어 왔다. 오죽하면 한식 요리 인스타그램까지 하게 되었을까.
그래도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 있을 때만큼은 프랑스 음식의 다양함과 섬세한 맛표현에 항상 현지 식당을 찾는 편이다. 이제 애 낳으면 잘 못 간다고, 마르세유 오고 나서는 거의 매주 미슐랭 가이드를 찾아다니기까지 했는데, 정말이지 프랑스는 음식을 참 맛깔나게 잘한다.
이렇다 보니, 저들이 미식의 나라 프랑스, 이탈리아까지 와서 그 짧은 기간 동안 라면을 끓여 먹고, 김치볶음밥을 해 먹는 콘셉트가 조금 안타깝긴 하다. 근데 또 보고 있자니 너무 맛있게 먹으니까... 나도 비빔면 물 올렸잖아.생각해 보니 지난번 캐나다에서 야외 캠핑 할 때도 우리도 라면을 끓여 먹었다.
10년 전의 나는 외국음식만 먹고 평생 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나이가 드니 한식이 최고인 것은 어쩔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