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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Oct 16. 2024

내 멋대로 육아.

유럽에서의 육아일기 3 - 나라마다 다른 육아방법.

아기 3개월 때쯤 쓴 글.


아기를 프랑스에서 낳기로 했지만 임신은 독일에서 하고 육아법이나 관련 자료들은 한국에서 찾아보았으니 아기를 임신한 그 순간부터 나는 대 혼란에 빠졌다. 프랑스와 독일마저도 여러 방법들이 달랐는데, 그래도 프랑스는 한국식 육아방법과 꽤나 비슷한 부분이 많은 것 같았다. 독일보다는 말이다.




산후조리


산후조리원이란 문화 자체가 한국에 있는 기이한 문화라는 것을 접하게 되었다. "그래, 산후조리 그거 안 해도 여기 엄마들은 잘만 지내네, "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출산 후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서있지도, 앉아있지도 못하는 나의 몸뚱이. 자고로 몸이 아프면 쉬어야 낫는 법인데, 아픈 몸으로 신생아 모유수유를 하며 밤이나 낮이나 잠을 못 자니 회복이 빨리 될 수가 없었다. 아마 친정 엄마와 동생이 와서 한 달 동안 아기를 같이 봐주지 않았다면 내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남편은 뭐 했나? 나름 열심히 한다지만 초보 아빠인 그에게 신생아 육아는 벅찰 뿐이었다. 물론 아기와 처음부터 모든 것을 같이 하게 되니 아기의 패턴파악이 쉬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만약 나에게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산후조리원을 꼭 택할 것 같다.




속싸개와 이불


신생아 속싸개를 하지 않는 이곳. 신생아가 태어나면 3일 정도 계절에 상관없이 두꺼운 옷 위주를 입히고 모자를 씌운 뒤 수면조끼를 입힌다. 신생아는 양말보다 발싸개를 한다던데, 기껏 한국에서 아는 언니 통해 사들여온 아기 발싸개는 아기 발을 차갑게만 한다며 양말을 신겨야 한다던 소아과 의사.


속싸개나 스와들은 프랑스인 남편의 반대로 몇 번 시도하다가 말았다. 남편 말로는 아기 모로반사에는 효과가 있겠지만 아기 뼈 발달이나 돌연사 방지에는 좋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계속 아기를 재우겠다고 스와들을 입힐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퇴원 시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아기 침대 관리. 침대에는 수면조끼를 입은 아기 이외에는 베개, 이불, 인형 그 어떤 것도 두지 말 것을 강조했다. 아기가 모로반사 때문에 깰까 봐 인형이나 베개들을 사방에 두고, 아기가 다칠까 봐 쿠션 같은 안전장치도 해놓은 한국 아기 침대들과 침대에 덩그러니 썰렁해 보이기까지 하는 우리 아기의 침대가 조금 비교되기는 했다. 뭐가 맞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인형 하나라도 두면 질색하는 남편 때문에라도 우리는 아기 침대에 그 어떤 것도 두고 있지 않다.


물론 낮잠 잘 때, 내가 옆에 있을 때 빼고.




아기 목욕시키기


프랑스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그다음 날에 목욕을 시키는 반면, 독일에서는 2주 동안 아기 목욕을 시키지 말라고 한단다. 그리고 아기 전용 바스제품을 당연히 쓰는 프랑스와 한국과는 달리 독일에서는 엄마 모유를 물에 짜서 아기 목욕을 시키라고 한다. 그리고 아기로션 같은 제품을 신생아 때는 전혀 쓰지 않는 것 같다.


엄마 모유가 좋은 것도 알겠고, 아기 탯줄 때문에 목욕을 자주 안 시키는 것도 알겠다. 다만 신생아는 어마어마한 양의 되직하고 끈적이는 응가를 매일, 그것도 여러 번 보는데 이런 아기를 물티슈로만 닦이라는 건 내가 싫었다.


이곳에서는 보통 아기들을 3일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씩 씻긴다는데 우리 아기는 3일에 한 번씩 하다가 요즘은 이틀에 한 번, 혹은 거의 매일 시키는 중이다. 뽀송하고 따뜻하게 목욕시키고 바디로션을 바르며 마사지해주고 잠재우는 것이 일종의 수면의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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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육아는 내 멋대로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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