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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지부지 Sep 01. 2021

[시즌2] 우주인 이점순을 만나다♡

2021년 우주인 7호


이점순 님, 안녕하세요! 시즌2 우주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해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이점순입니다. 여기서는 우리 조카를 땅 님이라 불러야 하나요? 벌써 저희 관계가 드러난 것 같은데… 땅 님과는 이모와 조카 관계랍니다. 하여튼 인터뷰를 한다고 하니 너무 생소하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하네요. 이것 참, 막걸리를 한 병 마셔야 하나. (웃음) 잘 부탁드려요.


저도 점순 님을 이 자리에 모시게 돼 너무 떨려요. 지금 흐지 님만 긴장 안 한 것 같은데… 저는 우선 물 다섯 모금만 마시겠습니다.


저도 지금 매우 긴장했답니다. 티가 안 나지만요. (웃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평소에 땅 님이 너무 좋아하는 이모님이라고 ‘수십 번’이나 말해서 꼭 만나 뵙고 싶었거든요.


정말요? 저도 오늘 그만큼 열심히 임해야겠네요.


땅 님이 인터뷰를 제안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처음엔 조카가 저를 인터뷰하고 싶다 해서, ‘왜 나같이 평범한 사람을 인터뷰하고 싶다는 거지, 인터뷰는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게 아닌가? 게다가 우주인이라 하는 거 보니 지구인보다 더 특별해야 하는 것 같은데 내가 달나라라도 다녀와야 하나?’ 생각했어요. 또 저는 지구인도 아니고 지하인이라 생각했는데… 지구 밑에 있는 지하 말이에요. (웃음)


제가 설명을 잘 해 드리지 못했나 봐요. (눈물)


아니에요. (웃음) 그런데 흐지 님에게 ‘우주인터뷰는 우리 주변의 인간을 인터뷰하는 콘셉트다. 우리 주변의 인간은 모두 각자의 우주를 가지고 있으니 각자의 우주를 발견하는 시간을 가져보자’라는 우주인터뷰의 취지를 듣고 너무 이해하고 공감했어요. 그래서 자신감을 가지고 인터뷰에 응하게 되었답니다.


우주인터뷰의 가치에 공감해 주셔서 감사해요. 오늘 점순 님이 자신만의 우주를 발견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럼 우주인터뷰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요?


<우주인터뷰>는 크게 2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모든 인터뷰이에게 공통으로 드릴 ‘시그니처 질문’과 인터뷰이마다 달라지는 ‘우쥬 질문’이에요.


시그니처 질문


응답하라, 우주인! 한 문장으로 나를 표현한다면?


저는 물음표라 표현하고 싶어요. 저도 스스로를 잘 모르니까요.


왜 스스로를 잘 모른다고 생각하시나요?


음, 저뿐만 아니라 인간이란 그런 것 같아요. 상황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그때, 그 순간의 나를 진정한 나라고 정의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물음표라 표현했어요.


제가 방금 점순 님 말씀을 듣고 너무 놀랐는데, 저도 같은 질문에 ‘물음표, 정의할 수 없는 사람’이라 대답했거든요. 역시 가족인가 봐요. (웃음) 그런데 저는 그 이유가 ‘사람마다 저에 대해 생각하는 게 많이 달라서’였어요. 점순 님과 답변은 같지만 이유는 조금 다른데, 구체적인 상황을 예시로 들어줄 수 있을까요?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 있다고 예시를 들기는 어렵네요. 그냥 제가 어떤 것을 결정해야 할 순간이 올 때, 즉 매 순간 판단할 때 제가 다 다르게 느껴져요. 그래서 사람은 정의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두 분이 같은 대답을 하다니 신기하네요. 저 또한 사람은 상황에 따라 변하고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그 모든 게 ‘진정한 나’라 생각했거든요. 어떻게 보면 점순 님은 저와 반대로 생각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럼 ‘진정한 나’라는 게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다른 사람이 보기에 저는 흔들리는 갈대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웃음) 그렇다고 진정한 내가 없다거나 남들과 비교해서 그런 면이 있다는 게 아니라, 그냥 제 자신을 생각해 보면 상황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그렇게 대답했어요.


그렇다면 삶에서 무언가를 선택하실 때 기준이 되는 게 있으실까요? 상황에 따라 결정은 달라질 수 있지만, 선택의 중심을 잡아주는 게 있지 않을까 궁금합니다.


중심을 잡아주는 기준이라….


점순 님의 가치관이라던가, 아니면 아이들을 키우시니까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자녀분이 꼭 가졌으면 하는 덕목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음, 우리 아이들은 인생에 기회가 있다면 그걸 얻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보통의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에 인생을 살아오면서 엄청나게 특별한 경험을 한 적은 없거든요.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그런 기회를 얻었으면 좋겠네요.


오, 기회가 왔을 때 잡아라는 말씀이군요. 좋은데요?


그리고 자신을 너무 힘들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삶은 이래도 흘러가고 저래도 흘러가는데, 안 되는 거 하나 붙잡고 늘어지면 그건 스스로를 괴롭히는 거거든요. 그렇게 살지 않았으면 해요. 한마디로 즐거운 삶을 살았으면 좋겠네요. (웃음)


맞아요, 본인이 자신을 괴롭히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이런 생각을 하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아무래도 일을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을 만나니까 감정적이 될 때가 있어요. 하지만 이제는 웬만하면 반응하지 않으려 해요. 예를 들어 누군가가 제게 좋지 않은 말을 한다면, 그냥 ‘저 사람은 저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러면 그 사람이 이해가 돼요. 내가 이해를 해야 그 사람 마음을 받아 줄 수 있는 거고, 내가 이해를 못하면 그 사람에게 마음의 벽을 치는 거죠. 그래서 우리 아이들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자신을 너무 힘들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거고요.

아! 마지막으로 우리 애들은 정직, 신뢰 이런 걸 다 떠나서 진짜 딱 기본 마인드만 지키고 살면 좋겠어요.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들이 자신과 먼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 같지만, 천만에! 결국 내 사람, 내 식구에게 피해를 입히는 거거든요. 그래서 기본 마인드만 지키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단순하지만 굉장히 어려운 거죠.


나쁜 짓 하지 말고 착하게 살자, 기본이지만 참 지키기 어렵죠. 저도 기본 마인드를 지키며 살도록 노력할게요. (웃음)



가장 좋아하는 사진 3장을 소개해 주세요!



겨울에 저희 집 앞에 있던 곰 눈사람(?)이에요.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날 밤, 저녁 12시에 퇴근하고 몸과 마음이 지쳐 집에 돌아오는데, 집 앞에 눈으로 만든 곰이 있는 거예요. 이걸 보자마자 왠지 모르게 마음이 너무 따뜻해졌어요.


와, 너무 예쁘네요. 누가 만든 거예요?


아마 저희 집 아래층에 사는 꼬마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걸 거예요. 빨간 리본도 그 아이들이 해 줬을 거고요. 아무튼 그때 엄청 피곤하고 지치고 스트레스받은 날이었는데, 이 곰 눈사람을 딱 보는 순간 가슴이 너무 따뜻해지고 피로가 다 풀렸어요. 그냥 캄캄한 밤에 이게 딱! 드러나니까 보자마자 ‘아 너무 예쁘다’ 하는 생각이 들었죠. 한마디로 마치 '보석' 같았어요.


이 사진을 꽤 오랜 시간 카카오톡 프로필로 해 놓으셨잖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그 기분을 기억하고 싶어서요. 이 사진을 보면 그때의 기분이 떠올라서 보기만 해도 피로가 풀려요. (웃음)


평소에 점순 님 프로필 사진을 보면서 ‘이 사진은 뭘까, 친척 동생들이 만든 걸까?’ 되게 궁금했는데, 오늘에서야 궁금증이 해소됐어요. 기분을 바로 전환시켜 주는 사진이 있다는 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두 번째 사진은 아들이랑 강원도에 놀러 갔을 때 찍은 바다 사진이에요.


바닷가 근처에 있는 빨간 정자가 되게 인상 깊네요.


그렇죠? 그런데 전 정자보단 바다 때문에 이 사진을 좋아해요. 사람의 무의식이 ‘물’ 같다 하잖아요. 이때 파도가 출렁출렁 매우 거칠게 치는데, 무의식이 출렁거리는 것처럼 보여서 마치 ‘죽음’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너무 멋있었어요.


와, 정말 색다른 감상인데요? 그렇다면 바다를 찍은 사진은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왜 하필 이 사진을 고르셨나요?


제가 생각하는 바다를 가장 잘 보여 주기도 하고, 아들이랑 같이 가서 기억에도 남아요. 아들이랑 이 바다를 같이 바라본 순간의 그 강렬한 느낌을 잊을 수 없어요.


그 순간이 강렬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는 거군요. 바다와 파도에서 사람의 무의식, 죽음으로 이어지는 사고의 흐름이 인상 깊어요. 세 번째 사진은 무엇인가요?




두 딸이랑 유럽 여행을 갔을 때 이탈리아 로마 판치오 언덕에서 바라본 야경이에요. 여행 마지막 날 저녁을 먹고 언덕에 올라갔는데, 비눗방울이 야경과 어우러져서 너무 예뻤어요.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이군요. 그런데 사진 두 장의 느낌이 굉장히 달라요.


하하, 핵심을 잘 짚으셨네요. 왼쪽 사진은 제가, 오른쪽 사진은 둘째 딸이 찍은 사진이에요. 사실 저는 이상하게 이 순간이 유난히 무서웠어요. 그래서 저는 빨리 언덕을 내려가고 싶은데, 우리 아이들은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고 즐기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오히려 이 순간이 선명히 기억나요. 누군가는 즐거워하는데, 저는 가슴이 떨리고 두렵고.


헛, 정말 그 감정이 사진에 담긴 것 같아요. 실제로 처음 봤을 때 왼쪽 사진이 더 차가운 느낌이 들었거든요! 감정이 다른 사진 두 장을 가져오셨군요.


네, 나름 의미가 있었답니다. (웃음)


이야기를 쭉 듣다 보니 점순 님은 일반적으로 ‘부정적’이라고 여겨지는 감정들을 소중하게 잘 간직하고 계신 것 같아요. 두 번째 사진과 세 번째 사진은 죽음, 무서움과 관련된 생각이 들면서도 좋아하는 사진으로 꼽으셨으니까요.


하하, 반전이죠? 사진은 되게 아름다운데 저는 부정적인 말을 하고… 근데 제가 그 순간 느낀 감정이 그런 거라서… 참, 사람이란 게 알 수 없네요. (웃음)


그러게요. (웃음) 점순 님은 어쩌면 사소하게 여길 수 있는 소소한 기억을 굉장히 특별하게 여기시는 것 같아요.


저는 그래요. 예쁜 옷 하나 사면서 행복해하고, 맛있는 거 하나 먹으면서 행복해하고, 이런 게 행복이죠, 뭐, 큰 행복이 따로 있나요.


맞아요. 행복은 자신이 생각하기 나름이죠. (웃음)




우주인의 특별한 능력 세 가지는 무엇인가요?


첫 번째 능력은 ‘묵묵부답’이에요.


‘묵묵부답’이라니, 굉장히 궁금한 능력인데요?


사람들에게 공감하고 싶지 않을 때, 동조하고 싶지 않을 때,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싶지 않을 때, 한 발짝 떨어져서 가만히 있어요.


묵묵부답을 특별히 잘하시는 건가요?


잘하는 건 아니고 편하니까 자주 사용해요. (웃음) 그래서 능력으로 뽑았어요. 아! 그런데 두 번째 능력은 첫 번째 능력이랑 이율배반적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들어주기’ 예요. 상대의 말을 가만히 들어주고 있으면 제가 상대의 말에 반박할 이유가 없고 그냥 수긍해 주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트러블이 생길 일이 없어요. 즉,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문제가 없어지는 거죠.


어떻게 보면, 점순 님의 그런 성향이 역술가라는 직업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잘 몰랐는데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네요. (웃음) 갑자기 생각났는데, 예전에는 내성적이어서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었고, 사람과 관계를 잘 맺지 못했어요. 그래서 자연과 교감하는 걸 좋아했고, 공상과 우주, 전래 동화, 귀신 이런 거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들어주기를 잘하게 된 게 아닌가 싶어요.


제가 아는 점순 님은 정말 외향적이고, 말도 정말 잘하고, 인간관계도 부러울 만큼 수월한데 그런 어린 시절이 있는지 몰랐어요. 


정말요. 지금도 말씀을 너무 잘하시거든요. 개인적으로 저는 사람의 말을 잘 들어준다는 걸 큰 장점이라 생각하는데, 혹시 잘 들어주기 위한 꿀팁이 있을까요?


상대의 이야기에 재미를 느끼려 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어느새 공감하면서 같이 슬퍼하고 화내고, 기뻐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되어요.

아! 두 번째 능력을 말하다 보니 생각났는데, 세 번째 능력은 ‘관찰하기’로 하고 싶네요. 잘하지도 못하고 특별한 능력도 아니지만… 어렸을 때 사람에게 무관심했다면 이젠 사람을 관찰하고 싶어졌어요.


약간 바라는 능력 같은 거네요. (웃음) 근데 제가 아는 점순 님은 이미 사람을 잘 관찰하고 잘 파악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요?


네, 정말요. 사람의 심리나 상태를 굉장히 잘 파악하세요. 도대체 어떻게 관찰을 하시는 건가요?


사람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어떤 것이 기반이 되어서 저런 행동을 했을까, 왜 저런 생각을 했을까, 왜 저런 말을 했을까, 계속 고민하는 거죠. 즉, 순간순간 상대방의 감정과 맥락 이런 걸 파악한다 생각해요.


엄청난 능력이네요. 개발한 능력이라 볼 수도 있을까요?


음, 개발한 건 아니고 예민하다 보니 사람의 감정을 빨리 읽는 것 같아요. 다시 말해, 저와 상대방 사이에 오고 가는 기류를 빨리 느껴요. 한마디로 상대방의 짜증, 슬픔, 기쁨, 우울 이런 감정을 잘 느끼는 거죠. 


어떻게 보면 본인이 힘들 수도 있는 능력인데, 좋은 쪽으로 활용하시는 것 같아 너무 다행이에요. 



우주인의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경험을 공유해 주세요.


가장 특별한 경험이라… 세 번째 질문처럼 세 가지를 꼽아도 되나요? (웃음)


네! 물론이죠. 특별한 경험을 다양하게 꼽을 수 있다는 것도 멋진 능력 같습니다. (웃음)


첫 번째는 유치원 때, 그니까 6살 정도로 기억하는데, 시골에선 가을걷이가 끝난 후에 논에 있는 벼를 다 자르고 볏단을 높게 쌓아 놓잖아요. 근데 어느 날 밤에 제가 어른들이 다 집에 돌아갔는지 모르고 혼자 볏단 위에서 잠이 들었어요. 그런데 밤새 아무도 절 찾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새벽에 혼자 잠에서 깨서 새벽 별을 보고 집에 왔어요. 이상하게 그 순간이 너무 선명해요.


6살이면 아주 어릴 때인데, 그 순간이 무섭지는 않으셨어요?


네. 그 순간이 너무 신비하고 강렬해서 기억에 남아요.


신비하고 강렬했다니, 그 순간을 저도 공유받고 싶네요. 그렇다면 두 번째는 무엇인가요?


두 번째는 중학교 수학여행 때예요. 그전까지 동네 밖으로 한 번도 나가지 못했는데, 수학여행 때 처음 4~5시간 고속버스를 타고 설악산에 간 거죠. 버스 창 밖으로 보이는 숲과 나무가 가슴에 콱 박혀 들어왔어요. 처음으로 ‘아, 이런 세상이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점순 님이 느꼈던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요?


그때 처음으로 세상이 넓다는 걸 알았어요.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려 풍경을 본 순간 자연이 제 품으로 들어오는 줄 알았거든요. (웃음)


표현이 너무 멋있어요! 그 순간이 놀라웠을 것 같아요. 마지막 경험은 무엇일까요? 


이건 비교적 최근 경험인데, 두 딸이랑 유럽 여행 갔을 때예요. 웃기지만, 외국어를 한마디도 못해서 길을 잃어버릴까 봐 매우 겁났거든요. (웃음) 그래도 아름다운 자연도 보고 다양한 사람도 만나고 너무 행복했답니다.


점순 님이 가진 특별한 능력이나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로 ‘자연’으로부터 감성을 풍부하게 느끼시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제가 자연, 우주, 이런 걸 좋아하다 보니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어렸을 때 시골에서 살기도 했지만, 아까 말했듯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보다 자연과 교감하는 걸 좋아해서, 혼자 논두렁에 앉아 소꿉놀이하고 혼자 꽃 따고 놀고 이랬거든요. 그래서 자연과 관련된 꿈도 굉장히 많이 꿨어요. 


어떤 꿈이에요?


뱀이 방 안까지 들어오고 호랑이가 밤마다 찾아오고 달빛과 나무가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고 (웃음) 어렸을 땐 그런 꿈을 꾸면 무서워 울면서 깨기도 했죠.

아, 갑자기 생각났는데 정말 특별한 경험이 하나 있어요. 제가 어렸을 때 꿈을 많이 꿨는데 특히 꿈에 무당이 굉장히 많이 나왔거든요. 한 번은 꿈속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제게 보자기를 줬는데, 보자기를 풀어 보니 무당 모자와 방울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다 싫다고 밀어내고 거절했어요.


앗, 그거 흔히 말하는 신꿈 아닌가요? 그런 꿈을 자주 꾸시나요?


종종 꿨어요. 색동저고리 입은 동자가 조랑말을 타고 돌산을 올라가는데, 저를 끌고 올라가는 꿈도 꾼 적이 있고요.


그런 꿈을 꿀 때마다 무섭지는 않으셨나요?


저도 그런 꿈을 꾸면 놀라서 벌떡 일어나고 그러긴 하죠. 하지만 특별히 무섭다거나 이러진 않았어요. 이젠 그런 꿈을 잘 꾸지도 않고요.


정말요? 저는 그 분야에 대해 잘 모르지만 보통 그런 건 신내림을 받아야 끝난다고 말하기도 하잖아요.


음, 저는 모든 사람들이 신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어떤 사람에게는 그 기회가 강하게 오고 어떤 사람에게는 약하게 오는 거죠. 저에겐 비교적 약하게 왔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제가 다른 공부를 하면서 다른 쪽으로 이런 영향을 풀어가니까 신의 영역하고 멀어졌다고 생각해요. 또 저는 아무것도 잘 모르는 어렸을 때 그런 꿈을 꿨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영향에서 벗어난 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만약 2~30대에 그런 꿈을 많이 꿨으면 아무래도 그쪽으로 가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그렇군요. 점순 님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점순 님이 더 궁금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인터뷰를 하다 보니 갑자기 든 생각인데, 점순 님은 모든 기억을 강렬한 순간으로 기억하는 것 같아요. 중간중간에 '순간'이란 말을 굉장히 많이 쓰셨거든요.


엇 그러네요.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네, 점순 님께서 ‘순간’ ‘강렬함’ ‘기억’ 이런 단어를 굉장히 많이 쓰셨어요. 


신기하네요. 전 그런 게 중요한 사람인가 봐요.


바로 이게 우주인터뷰의 묘미예요. 인터뷰를 하면서 자신의 우주에 대해 알아갈 수 있어요. (웃음)


네, 너무 즐겁네요. 계속 잘 부탁드려요.



★우주인 이점순의 두 번째 인터뷰는 9월 15일에 공개됩니다. 많은 기대 바랍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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