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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하 Nov 12. 2023

초대받은 집밥 만찬

멘티의 초대

지난 9월에 23년에 기약했던 10번에 걸친 서클멘토링 상담 일정을 마치며 종결을 해야 했다. 이번 서클멘토링은 멘토 5명이 1명의 멘티를 만나게 됐다. 5월부터 시작해서 9월까지 총 10번으로 약속했다. 9월 초의 9번째 만남에서 종결에 대한 설명을 하며 같이 했던 멘토 4명과 함께 멘티에게 마지막 일정을 안내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항상 상담을 처음 시작할 때와 마지막 종결할 때의 마음의 준비가 가장 컸다. 어떤 사람을 만나서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가 준비하는 마음이 기대감과 떨림이 공존하고 있고, 이제는 더 이상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좋아하며 받아들일 멘티의 마음을 이해하며 마지막임을 설명하고 지내왔던 일정들을 뒤돌아 떠올리는 시간을 가져보기도 했다. 


이번 모임은 조금 달랐다. 항상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멘티는 한 명씩 도착하며 인사하는 멘토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매번 이날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과 함께 누구라도 반겨주며 맞이해 주었다. 9번째 모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늘 있어왔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멘티는 속속들이 도착하는 멘토에게 인사를 건네며 웃는 얼굴로 반가움을 표현했다. 오늘은 다음 모임이 마지막임을 설명하고 종결을 하게 되어 더 이상의 공식적인 만남은 없을 것임을 설명했다.


"아니, 시작을 했으면 끝까지 만나줘야지 그만 두면 어떻게 해요. 나는 이제 누구랑 만나서 이야기 나눌지 걱정인데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이걸 어쩐다.' 갑자기 멘티의 한마디에 멘토들은 술렁였다. 이 자리를 빨리 정리해야 하는데 머릿속이 복잡했다. 


"다음번 모임이 마지막인데 계속 멘토링을 하시길 원하시니 저희 멘토들이 상의해 보고 일정이 가능하다면 지속하는 방향으로 의논해 볼게요."


이 자리를 빨리 정리하고 어떻게 할지 차후 일정에 대해서는 다시 멘토들이 각각 개인 일정을 확인하고 상의해서 결정해야 할 상황이었다. 상담을 마무리하고 멘티와 헤어진 후 5명의 멘토들은 서클멘토링을 지속할 수 있을지 마지막 회기를 마무리하며 종결을 해야 할지 결정해야 했다. 각자 개인 일정을 확인하니 어찌 된 일인지 아무도 반대하지 않고 모두 연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10번째 모임에서 연속하기로 하고 이번 상담인 서클멘토링의 운영자에게 연속 가능여부를 알려줬다. 


4년째 이어지고 있는 서클멘토링에서 종결이 아닌 연속적 멘토링을 원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전에도 멘토링을 즐거워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멘티도 지속하고 싶다는 말은 하지 않았었다. 매 년 멘티와의 만남에서 종결까지 정해진 일정대로 진행되었다. 


결국 서클멘토링은 이어졌다. 11번째 만남이 지난 10월에 이루어졌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편안하게 차와 디저트를 먹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다음 일정을 안내하며 장소는 다시 안내하겠다고 말을 하는 순간 멘티는 생각지도 못한 초대를 제안했다. 


"이번에 이사를 했는데 우리 집에 와서 점심 같이 먹어요. 내가 집밥 차려서 대접할게요. 매번 귀한 시간 내서 나를 만나주는 것만도 고마운데 밥 한 번 대접하고 싶었어요."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리며 다른 멘토의 얼굴을 바라볼 뿐이었다. 속으로만 웅얼거리며 '이걸 어쩐다. 좋다고 해야 하나?. 아님 그건 아니라고 거절해야 하나?'라며 고민을 했다.


"그려, 그럼 다음에는 00 씨 집에서 만나지 뭐. 이사도 했다고 하니까 한 번 가보는 것도 괜찮겠어."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나를 대신해서 제일 연장자인 멘토 한 명이 상황을 대신 정리하는 듯 흔쾌히 승낙했다. 복잡한 내 마음을 알아차린 걸까. 서클멘토링 일정이 그렇게 집들이 겸해서 멘티의 집으로 결정됐다.

당일이 되어 커피와 컵과일을 준비해서 출발했다. 아파트 입구에서 다른 멘토들을 만나니 모두 손에 무언가가 들려있다. 화장지, 화분 등등 집들이 선물을 각각 준비해 왔다.


거실에 들어가니 이미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직접 만들었다는 꽃게장, 민어찜, 계란말이, 버섯시래기된장국, 잡곡밥이 있었고, 육회와 광어회까지 준비했다. 여기에 김치, 파김치, 호두조림, 멸치조림, 고추장아찌 등 골고루 준비한 정성이 가득 담겨있음이 느껴지는 밥상이었다. 모두가 너무도 깜짝 놀랐다. 

우리의 멘티는 중년을 훌쩍 넘겨 노년으로 가고 있는 남성분이었기에 더더욱 감동적인 밥상이었다.



초대받은 집밥 만찬 


잡곡밥과 버섯시래기된장국, 육회
광어회와 꽃게장
민어찜과 계란말이


성대한 진수성찬에 디저트로 가져간 커피와 과일까지 먹고 나니 배는 어딘가로 도망갈 기세로 뚠뚠 해졌다. 모두들 과식했다며 '너무 잘 먹었다.'라고 입을 모아 인사했다. 


"만나는 것도 너무 반갑고 행복해요. 바쁘신 분들이 나를 만나주는 것만도 고맙고 어떻게 인사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이렇게 집밥으로 대접하게 돼서 정말 기뻐요."


멘티는 누군가를 초대해서 밥을 해서 같이 먹는 것이 행복하다고 했다. 혼자 사는 것이 가끔은 외로움이 들 때가 있는 걸까. 반려견인 강아지와 함께 살고 있어서 덜 외롭다고, 그래도 사람이 제일이라고 했다.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무언가 이용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아무 거리낌 없이 이해타산 따지지 않고 누군가를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지 모른다며 함께 만나주는 것만도 감사하다고 표현했다. 매번 멘토링을 가는 것이 바쁜 일정에 조장으로 이끌어가야 하는 역할이기에 지켜야 하는 의무가 되기도 하고, 보고서를 써야 하는 일들이 주어졌기에 항상 같은 마음이 아닐  때도 있었다. 그런 내 마음을 들킨 것처럼 조금 부끄러워졌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모두 선한 마음을 갖고 태어난다고 누구나 선한 마음이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이분도 선한 마음이 가득했다. 어쩌다 서클멘토링을 받아야 하는 대상이 되었지만. 


12번째의 서클멘토링은 집들이 모임 같은 멘토링이 되었다. 다음 모임에서는 어떤 만남이 될지 조금은 기대가 되었다. 다음 일정을 정할 시기가 왔다. 이번에는 어디가 좋을까. 가을을 보내는 요즘에 딱 맞는 괜찮은 곳을 찾았으면 한다.


#서클멘토링 #상담 #멘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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