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는 가을인가 싶다가도 아침저녁으로는 겨울 같은 날씨가 되었다. 제법 쌀쌀한 날씨에 콧물이 찔끔 나올 것 같아 훌쩍거렸다. 지금처럼 계절이 바뀔 때면 아빠의 옷장을 열어 옷을 정리했다. 시시때때로 지난 계절 옷은 차곡차곡 개어서 넣고, 지금 입을 옷은 손 잘 가는 곳에 꺼내 두어 옷을 위치를 계절에 맞는 옷으로 바꿔놓았다.
그날도 다른 때와 다름없이 옷을 정리하려고 옷장 문을 열었다. 이곳저곳을 살펴보는데 한쪽 모퉁이에 과자봉지가 보였다. 지난번에 궁금할 때 드시라고 간식으로 사다 드린 옥수수뻥튀기가 뜯지도 않은 채로 옷장 안쪽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옥수수뻥튀기는 아빠가 좋아하시는 과자 중에 하나였다. 과자봉지를 꺼내 보였다.
"아빠, 이게 여기에 들어가 있네? 왜 여기 있을까?"
"딸이 맛있는 것을 많이 사다 줘서 먹을 게 하도 많으니까 거기에 넣어뒀지. 내가 나중에 먹으려고 거기다 넣어 놨어. 거기 그냥 놔둬. 먹고 싶으면 내가 다 알아서 먹을거여."
다시 넣어두었다. 이상하지만 그렇다고 잘못했다고 할 수는 없으니 그대로 넣어두려다 다시 꺼냈다. 봉지를 들어 보이며 다시 여쭤봤다.
"지금 같이 먹을까? 나도 먹고 싶은데요."
"그래, 그럼 그러든가. 먹고 싶으면 먹어야지."
봉지를 뜯으며 같이 먹자고 웃어 보였다. 할 수 없이 그러자고 하시며 뻥튀기를 드셨다. 집안을 정리하다 보면 어딘가에서 숨바꼭질을 하듯이 물건들이 곳곳에 있을 때가 있다. 중요한 것 같은 물건은 잘 보관한다는 생각에 어딘가에 잘 두었다고 생각하셨다.
언제나 안방에 들어서면 자리 위에는 우편물이 가지런하게 자리 잡고 있다. 언뜻 보면 정리를 아주 잘해 놓은 모양이었다. 깔끔하게 정리를 한 모양으로 우편물과 공책과 돋보기안경집, 휴대폰이 나란히 줄을 맞춰 질서 있는 모양이다.
항상 노트에 메모를 하시던 습관이 있었던 터라 해마다 공책 몇 권은 기록에 사용되었다. 요즘은 특히나 기억이 가물거린다며 노트에 빼곡히 무언가를 기록해 놓으셨다. 그 노트는 아버지의 소중한 보물인양 항상 머리맡에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돋보기와 휴대폰이 놓여 있다. 얘기 중에 갑자기 노트를 펼쳐 보였다.
"내가 이렇게 다 적어놨는디, 중요한 것은 싹 다 기록을 하고 있어. 여기 있잖어."
이야기를 나누다가 무엇인가 기억이 날락 말락 하면 노트를 들고 열어 보이며 확인을 시켜주었다. 기록 내용은 자세히 볼 수는 없지만 중요한 것부터 사소한 것까지 빽빽하게 적혀있다. 예전부터 하던 습관이기도 하지만 조금 다른 면이 있었다. 받아들이기에 항상 같은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정도의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매번 뵈러 갈 때마다 조금씩 변화하는 아빠의 모습이 낯설고 어색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다가올 일이지만 지금은 아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