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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사라 Jul 04. 2024

한번 해보자! 자연치유(1)

자연과 친해지기

한번 해보자! 자연치유

-자연과 친해지기


 아무리 자연치유를 결정했다고 해도 명색이 암 환자인데 이렇다 할 치료도 하지 않은 채 산만 다니고 채식만 하면서 사는 게 맞나 싶었다. 괜한 두려움이 엄습한 날이었다. 그래서 엄마와 암요양병원에서 혹시 자연 친화적으로 받을 만한 케어가 있는지 상담을 간 적이 있다. 

 공부는 딱히 하지 않지만 불안함에 책은 손에서 놓지 못하는 시험 기간의 상태와 엇비슷한 마음이다. 대학병원 근처에 있던 암 요양병원은 사실상 나와 같은 자연치유 암 환자보다는 항암치료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요양하러 오는 곳이었다. 

 사실 사지 멀쩡한 내가 거기 누워있는 건 자발적 감금과 비슷했다. 특별한 치료라 하면 고용량 비타민 주사와 면역 주사 같은 것들인데 다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었다. 2주 병원비는 그 당시 내 월급 정도였다. 물론 돈 때문에 고민한 건 아니다. 그때만 해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 궁상떨지 말고 맘껏 누리며 살자는 마인드로 꽤 전투적이었기 때문이다. 



 진료 대기실에 앉아 요양병원 홍보 책자를 훑어봤다. 문장 하나가 눈에 띄었다. ‘우리 병원은 천혜의 땅 평창에서 공수한 식재료로 병원식을 제공합니다.’ 속으로 난 생각했다. ‘평창에서 난 작물이 그렇게 좋은 건가? 난 그 평창 채소 맨날 가져올 수 있는데.’ 당시 시부모님은 평창에 세컨드 하우스를 짓고 주말마다 오가는 5도2촌(닷새는 도시, 이틀은 시골) 생활을 10여 년째하고 계셨다. 평일에는 비어 있는 그 집에 내가 생활하면 요양병원보다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번뜩 든 것이다. 그날 난 요양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시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앞으로 평창에서 생활을 좀 해보겠다고 말했다. 

 

 평창은 정말 천혜의 땅이 맞았다. 고도가 높아 유난히 공기가 맑았고 오직 새소리, 바람이 스치는 나뭇잎 소리, 내 숨소리뿐이었다. 새벽은 고요했고 밤은 칠흑 같았다. 평창에서 시부모님과 같이 오고 가며 일주일에 며칠씩 시골 생활을 시작했다. 텃밭 농사를 도우며 흙을 만지고 햇빛을 쏘이고 땅에서 한 생명 한 생명이 움트는 것을 보았다. 수확한 것을 가져다 다듬고 데치고, 볶아 나물 찬을 한 상 가득 차려 먹는 한 끼란 힐링 그 자체이다. 그중 가장 감사한 것은 시부모님의 사랑과 내가 낫길 바라는 간절한 염원이 나에게 고스란히 느껴진다는 것이다. 

 어느 날엔가 시아버지께서 술에 조금 취하셔서는 나에게 말했다. 


“내가 너 낫게 해 줄게.”


아직도 그때 그날 아버님의 목소리, 눈빛, 따뜻함이 생각난다. 많이 지쳤고 많이 두려웠던 나에게 버틸 힘을 가득 담아 말 한마디로 선물해 주셨다. 



자연치유를 한다고 하면 다들 묻는다. “그건 어떻게 하는 건데?” 나는 답한다. 자연이랑 가장 비슷하게 사는 것. 해가 뜨면 눈을 뜨고 해가 지면 생각 스위치를 끄는 거야. 하루 종일 몸을 움직여 부지런히 보내고 일과를 무사히 마쳤음에 감사하고 잠자리에 드는 거지. 

작은 씨앗은 땅속에서 따사로운 햇살, 알맞은 비, 시원한 바람을 부지런히 맞으며 생명을 안고 소생한다. 


내가 좋아하는 박광수 시인의 <앗싸라비아> 속 시 한구절이다.


씨앗, 너무 애쓰지마. 너는 본디 꽃이될 운명일지니.


크게 애쓰지 않아도 나올 것은 나오고 질 것은 진다. 이전에 매사 전전긍긍하던 내가 자연의 섭리에 모든 걸 맡겨보려 한다. 내가 잘되길 바라는 사람이 너무나 많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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