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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꼭또 Jan 21. 2024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미친 나라에서 살아남기(3)

 “여기 있는 우린 모두 미쳤거든. 나도 미쳤고 너도 미쳤고.”  (체셔 고양이)

      

    엘리스는 숲속을 걷던 중 (6장: 돼지와 후추) 나무 위에 앉아 웃고 있는 체셔 고양이(체셔는 영국지역이름)를 만납니다. 길을 물어보는 엘리스에게 고양이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오른쪽으로 가면 모자장수가 살고 그 반대쪽으로 가면 3 월의 토끼가 살아.

     가고 싶은 데로 가. 그들은 다 미쳤어.“  

     “난 미친 사람들하고 엮이기 싫은데요.” 엘리스가 말했습니다.

     “아니, 그럴 수 없어.” 고양이가 말했습니다. “여기 있는 우린 모두 미쳤거든.

     나도 미쳤고, 너도 미쳤고.“  

     “아니 내가 미친 줄 어떻게 알아요?” 엘리스가 말합니다.

     “틀림없어.” 고양이가 말했습니다. “미치지 않았으면 여기 올 리가 없지.”  (90)



미쳤는지 안 미쳤는지 그 판단기준을 물어보는 엘리스에게 고양이는 이렇게 답변합니다.  


     “우선 말이야. 개는 안 미쳤어. 인정하지?” “개는 화나면 짖고 좋으면 꼬리를

     흔들지. 그런데 나는 좋으면 짖고 화나면 꼬리를 흔들어. 그러니까 난 미친거지.“  

      (90-91)


이상한 나라에서 “미쳤다”는 의미는 자신의 감정을 속이고 정반대로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상한 나라가 어른들이 사는 사회라는 증거입니다. 어른들은 때론 싫어도 좋은 척하고 또 좋아도 싫은척합니다. 부당한 지시를 받고도 좋은 척(진급이 걸려있을 때)하기도 하고 남기고 팔면서도 (속으론 쾌재를 부르지만) 마치 손해보는 듯 실망하는 표정을 짓기도 합니다. (고양이가 보기에) 미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동입니다. 그러니 미친 사람들 사이에 들어가면 똑 같이 미쳐야 합니다. 고양이가 “미치지 않았으면 여기 올 리가 없어” 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엘리스는 체셔 고양이가 말한 방향으로 걷다가 3 월의 토끼가 사는 집 (7장: 미친 티 파티)을 발견합니다. 엘리스는 생각합니다. “아마 모두들 완전히 미쳤을거야.” 집 앞에 놓인 기다란 테이블 위에 모자 장수와 3 월의 토끼가 앉아 있었고 그 사이에 끼어 겨울잠쥐가 자고 있었습니다. 긴 테이블에 앉은 엘리스는 모자장수와 3 월의 토끼가 대화를 나눕니다.     


  

    “자 우리 재미있는 놀이를 해요. 수수께끼를 내면 내가 맞힐 수 있을 것 같은데.”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3 월의 토끼가 말합니다.

     “그럼요.” 엘리스가 대답했습니다.

     “그럼 너의 뜻(what you mean)을 말해야만(say)해.”  3월의 토끼가 덧붙입니다.

      “네. 최소한도 내가 말하는 게(what I say) 내 뜻(mean)이죠.”

      “그러니까 둘(say와 mean)은 같다는 말입니다.“

     “그건 똑같지 않아.” 모자장수가 말합니다. “내가 먹는 걸 본다와 내가 보는   걸            먹는다가 같다고 말하는 격이지.” 3월의 토끼도 한마디 합니다. “내가 얻은 걸            좋아 한다와 내가 좋아하는 걸 얻었다라고 말하는 거나 다름없어.” 자고 있던 겨울         잠쥐도 잠결에 끼어듭니다. “잠자면서 숨 쉬는거나 숨 쉬면서 자는 거나 같은 거         라고  말하는 격이지.”  (97-98)


이상한 나라 (사회)에서는 소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내 말이 곧 내 뜻을 의미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는 “검소한 사람”이란 의미로 “그 사람 돈을 얼마나 아끼는데요.” 라고 말했지만 상대방은 “그 사람 야박하네 혹은 쪼잔하네”라고 받아드립니다. (미국에서) 군대 간 친구에게 “계급이 뭐야?” 라고 물어보았더니 “프라이빗이야 (It is private.)라고 대답합니다. 프라이빗은 “사적인,” “일병” 둘 다 되기 때문에 친구간 오해의 여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수도승은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아” (A monk got none)라는 의미로 말했지만 “뭐라고? 수도승이 수녀와 그 짓 했다고?” (What? A monk got nun?)라고 말하며 웃습니다. 인간사회에서 언어소통의 어려움을 다룬 『어린왕자』의 저자인 생텍쥐페리의 말처럼 “말은 오해의 근원”입니다. 약점이 많은 인간의 언어는 우리에게 조크를 선사하기도 하지만  소통의 문제를 만들어 고통을 주기도 합니다.     

   

 엘리스는 평생 최고의 멍청한 티 파티라고 말하면서 3월의 토끼 집 마당을 떠나 숲으로 갑니다. 그때 문이 달린 나무를 발견하곤 그 안으로 들어갑니다. 엘리스는 다시 한 번 기다란 홀에 있는 작은 유리 책상 앞에 가까이 서게 되었습니다. “매번 가는 곳마다 실망한 엘리스. 그러나 이번에는 좀 더 잘할 수 있을 거야.”라고 기대합니다. 황금열쇠로 문을 열고 정원으로 나갔습니다.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버섯 조각을 몸이 30 센티 정도로 자랄 때까지  조금씩 씹어 먹었습니다. 그리고 작은 통로를 통과해서 아름다운 정원으로 나갔습니다. 정원에는 눈부신 화단과 시원한 연못이 있었습니다. 그 곳은 바로 그녀가 찾던 바로 그 사랑스러운 정원 바로 8 장에 등장하는 여왕의 크로켓 정원입니다.

  

   정원입구에 커다란 장미나무가 심어져 있었고 나무에는 백장미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3 명의 정원사들이 흰 장미꽃을 빨간색 페인트로 부지런히 칠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이상히 여긴 엘리스는 가까이 가서 정원사들에게 물어봅니다. “왜 장미에 페인트칠을 하세요?” 그러나 한 명이 “이 장미들은 빨간색이었어야 하는데 실수로 하얀색을 칠했어. 그래서 다시 빨간색으로 칠하고 있는 중이야. 이 사실을 여왕님이 아시면 우리는 모두 참수를 당하지.” 라고 말합니다.  이때 “여왕님! 여왕님!” 하고 외치는 소리와 함께 이상한 나라의 지배자 여왕이 왕을 포함 많은 일행을 거느리고 등장합니다. 모두들 엎드려 있는데 엘리스만 똑바로 서서 여왕을 응시하자 여왕은 엘리스에게 누구냐고 물어봅니다. 엘리스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곤 “아니 전부 카드 쪼가리들 아니야? 내가 무서워할 필요가 없네.” 라고 생각합니다. 여왕이 엘리스에게 엎드려있는 정원사들을 향해 이들은 누구냐고 물어보자 그녀는 “내가 어떻게 알아요? 그리고 내 알바도 아니죠.” 라고 당당하게 대답합니다. 이 대답에 여왕은 격노하며  “저 년의 머리를 참수하라.” 소리를 지르고 이어 장미를 살펴보던 여왕은 (자신의 지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음을 발견하고) 또 격노하여 정원사들도 참수하라 명령을 내립니다.  이후 여왕은 엘리스에게 크로켓(게이트볼과 비슷)게임을 할 것을 명령합니다. 공은 고슴도치이고 공을 치는 망치처럼 생긴 도구는 플라밍고 새입니다. 그리고 골대는 카드처럼 생긴 병사가 서로 스크럼을 짜서 만든 이동식입니다. 움직이는 골대라 엘리스는 공을 한 번도 넣지 못합니다. 시합은 무질서 그자체이며 모두들 소리만 고래고래 지르며 게임의 규칙도 없고 공정하지도 않습니다.

   

  

 여왕의 정원은 이상한 나라의 궁전(혹은 이상한 회장님의 정원)으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이상함의 정수를 보여주는 장소입니다. 이곳은 누구나 공감하는 규칙과 질서도 없고 오로지 제일 위에 있는 한 사람이 엿장수처럼 운영합니다. 자연(장미색)도 제일 윗사람의 심기에 따라 인위적으로 (페인트칠을 해서) 바꿉니다.  규칙도 없고 공정성 일도 없는 크로켓 게임은 비상식적으로 진행되다가 게임과는 전혀 무관한 참수에 대한 논쟁으로 빠집니다. 이곳 지배자의 특징은 “격노”와 “참수”입니다. 과거의 전제 국가를 연상시킵니다. 요즘도 이렇게 운영되는 나라 (혹은 회사)들도 있습니다. 21세기이지만 자신을 왕으로 착각하고 또 주변에서 마치 왕처럼 모십니다. 왕의 특징은 여왕처럼 격노도 잘하고 공개처형도 서슴지 않고 또 (군사)퍼레이드도 무척 좋아합니다. 누구인지 말 한해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미친 놈이 운영(경영)하는 나라에서 살려면 모두들 미치지 않고는 살수가 없습니다.      

   

   매번 가는 곳마다 실망하는 엘리스. 혹시나 하며 갔던 여왕의 정원도 역시나입니다. 오히려 엘리스가 배웠던 질서, 규칙, 그리고 공정과 상식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이상함의 최고봉입니다. 이상한 나라(우리사회)에 가나안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우선 내가 변화해야 합니다. 변화는 먼저 자신감을 찾는 일로 시작합니다. 바로 엘리스가 보여주기 시작한 행동입니다. 여왕의 질문에 “내가 어떻게 알아요?” “니들이 그래봤자 카드 쪼가리들이야.”라는 엘리스의 대답은 여주인공이 이젠 더 이상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해지기 시작했음을 나타내는 사인입니다. 엘리스가 이상한 나라(사회)에 적응했음을 보여줍니다. 왕(회장) 앞에서도 쫄지 않는 자세 사회생활에 필요한 정신적인 자세입니다. 오래전 작고하신 우리 아버님은 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잘난척하지마. 너나 나나 하루 세끼 먹는 건 똑 같아.” 우리도 엘리스처럼 스스로 자신감을 불어 넣는 셀프 응원가가 필요합니다. 우리 스스로 자신에게 힘을 준다면 그건 우리가 그만큼 성장했다는 증거입니다. 이제 자신감이 충만한 엘리스에게 일어난 마지막 에피소드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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