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니 리 Feb 04. 2023

마음 나누기

"마음을 나눈다."는 것은 참 아름다운 일이다.


가끔씩 책이나 신문을 보다가 좋은 문구나 살림살이에 도움이 될만한 정보,

아니면 기분전환을 시켜줄 우스갯소리 같은 것을 발견하면 얼른 SNS로 주변에 전달한다.

물론 받아줄 만한 대상을 골라서.

그런데 그 대상의 기준은 순전히 내 주관적 판단에 의한 것이기에 

가끔씩은 공연한 짓을 했나 하는 불안, 내지는 후회도 따른다.

참 좋다고 느끼는 글도 그 글을 읽을 때의 내 마음이 그 글을 쓴 사람과 

하나가 되었을 때 좋은 느낌을 갖는 것처럼

일상에서 느끼는 모든 희로애락이 나와 상대가 한마음이 되었을 때 전달해야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던가.

내가 열심히 내 마음을 전하려 해도 상대방이 자신의 기분대로 각색해서 

해석을 달리하면 거기서 사고가 나고 만다.


타고난 성정 탓이기도 하지만  매번 남편에게도, 자식에게도

내 마음 전달이 오해를 불러와 느닷없는 섭섭한 얘기를 듣곤 한다.

그래서 깨달은 것이 지나친 걱정과 관심이 오히려 상대에게 부담을 주고, 

더 크게는 마음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

그런데 그 적정한 정도의 마음 나누기 기술을 어떻게 가질 수 있는 것일까?

참 어려운 일이 마음 전달이라는 것인 듯하다.


어느 뇌수술 전문 의사에게 친구가 뇌를 수술하는 것이 참 힘들겠다고 위로했더니

그 의사는 뇌를 수술하는 것보다 환자를 상담하는 것이 더 힘들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머릿속을 열어서 안 좋은 곳을 눈으로 확인하고 수술하는 것이

보이지 않는 환자의 생각과 마음을 붙잡고 씨름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할 수도 있겠다 싶다.


많은 사람들은 어떤 생각이든 이것을 전달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다 

그냥 접어버리고, 속으로 삭이고 또 잊어버리기도 하고 

적당히 자신과 타협하여 큰 상처를 받지 않도록 애쓰며 살아간다.

때론 화도 나고, 슬프기도 하고, 억울해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하면서 삶의 늦은 오후 시간이 되도록 살았으면 

이제는 웬만한 것은 걸리지 않고 상처받지 않을 수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나이가 들수록 마음 그릇이 비슷하게 생긴 상대를 만나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기가 정말 쉽지 않다.

그래서 자신을 한번 더 돌아보게 된다. 

나의 마음 그릇은 얼마만큼 다른 사람을 담을 수 있는지.

가만히 자신을 지켜보니 아직도 자잘하게 던져지는 마음 조각들에 

파문이 크게 이는 작은 연못에 불과한 스스로를 알게 된다.

그러하니 죽을 때까지 마음그릇 넓히는 것이 내게 주어진 큰 숙제인 것은 틀림없다.


'마음을 나눈다.'는 것은 참 아름다운 일이다.

그런데 그것은 또한 참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어떠한 내 생각도 한마음으로  받아주는 친구가 딱 하나 있다면 그것은 큰 복이 아닐 수 없다.






작가의 이전글 부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