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플 때 몸에 일어나는 일

스트레스가 만드는 악순환

by Dr 예담
배는 안 고픈데 자꾸 뭔가 먹고 싶어요.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이를 '감정적 과식' 또는 '정서적 섭식'이라고 부르는 이러한 현상은 실제 배고픔이 아니라 마음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 음식을 찾는 것이에요.


슬플 때, 화가 날 때, 외로울 때, 심지어 너무 기쁠 때도 우리는 음식으로 그 감정을 해소하려고 합니다. 음식을 먹는 순간만큼은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 실제 배고픔과 감정적 배고픔을 구분하기 어려워집니다.


감정적 과식의 특징은 갑작스럽게 찾아온다는 점입니다. 진짜 배고픔은 서서히 느껴지고 다양한 음식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감정적 배고픔은 순식간에 몰려오며 특정 음식만을 원하게 됩니다. 대부분 자극적이고 칼로리가 높은 음식들이죠. 그리고 먹고 난 후에는 만족감보다 죄책감이 밀려옵니다. 이 죄책감이 다시 스트레스가 되고, 또다시 음식을 찾게 되는 악순환이 만들어지는 거예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뇌에서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기분 조절 물질의 수치가 낮아집니다. 반대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높아지고요. 이런 불균형이 식욕을 자극하고, 특히 단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을 먹고 싶게 만듭니다. 이런 음식들이 일시적으로나마 기분을 나아지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에요.


퇴근길에 자꾸 편의점에 들러 과자를 사게 되거나, 야식이 당기는 건 단순한 의지 부족이 아닐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섭취한 칼로리는 특히 복부에 지방으로 축적되기 쉬워요. 몸이 스트레스 상황에 대비해 에너지를 저장하려는 본능적인 반응이거든요.



우울증을 겪고 있다면 체중 증가의 위험은 더욱 높아집니다. 우울증은 단순히 기분이 가라앉는 것을 넘어 전반적인 신체 기능에 영향을 미치거든요. 무기력함 때문에 움직이기 싫어지고, 활동량이 줄어들면 당연히 소비하는 칼로리도 감소합니다. 동시에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음식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우울증의 증상 중 하나가 식욕의 변화입니다. 어떤 분들은 식욕이 완전히 사라져서 체중이 감소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오히려 식욕이 증가하고 특히 단 음식이나 탄수화물에 대한 욕구가 커집니다. 이는 우울증으로 인해 떨어진 세로토닌 수치를 무의식적으로 올리려는 신체의 반응일 수 있어요.


그리고 체중 증가가 만드는 악순환이 체중 감소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복잡합니다. 식욕을 잃어 체중이 빠지면서 발생하는 영양 결핍과 면역력 저하도 문제지만, 체중이 늘면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 질환, 지방간 같은 여러 질환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대사 증후군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체중 증가가 호르몬 불균형을 일으켜 생리불순이나 다낭성 난소 증후군 같은 부인과 문제로 직결되기도 해요. 그리고 이런 건강 문제들이 다시 스트레스가 되어 또다시 체중을 늘리는 악순환이 만들어집니다.



만약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고 계신다면,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많은 항우울제가 체중 증가를 부작용으로 일으키거든요.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의 약 3분의 2가 바로 이 체중 증가 때문에 약물 복용을 시작한 지 6개월도 안 돼서 치료를 중단한다고 합니다.


이건 정말 아이러니한 상황이에요. 우울증을 치료하려고 약을 먹는데, 그 약 때문에 살이 쪄서 자존감이 떨어지고 또 다른 우울증이 생기는 거죠. 특히 여성의 경우 체중 증가로 인한 호르몬 불균형까지 더해지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집니다. 생리불순이 생기고, 이것이 다시 스트레스가 되고, 우울증은 더 심해지고... 끝없는 악순환입니다.


물론 모든 항우울제가 체중을 늘리는 건 아닙니다. 부프로피온 같은 약은 오히려 체중 증가가 적은 편이고, 일부 항우울제는 체중 감소 효과가 있어서 폭식증 치료에 사용되기도 해요. 하지만 선택지가 제한적이고, 모든 사람에게 같은 약이 효과를 보이는 것도 아니라서 담당 의사와 충분히 상의하는 게 중요합니다. "살이 찔까 봐 두려워요"라고 솔직하게 말씀하시면, 체중 증가 위험이 낮은 약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주실 거예요.



체중 증가를 더 힘들게 만드는 건 우리 사회의 시선입니다. "살이 빠졌네"라는 말은 걱정의 표현이지만, "살이 쪘네"라는 말은 때로 비난처럼 들리죠. 거기다가 SNS에는 완벽한 몸매를 가진 사람들만 보이고, 체중 증가는 마치 자기 관리 실패의 증거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런 사회적 낙인이 스트레스를 더하고, 그 스트레스가 다시 체중을 늘리는 악순환을 만듭니다. 반면 체중 감소에 대한 낙인은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이런 비대칭적인 시선이 체중이 늘어난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만듭니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데에 가장 중요한 건 내 마음 상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왜 이렇게 의지가 약할까", "나만 이러는 걸까" 하며 자책하지 마세요. 스트레스와 감정적 어려움 속에서 체중이 증가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신체 반응입니다.


그리고 체중 변화는 결과일 뿐입니다. 진짜 문제는 그 뒤에 숨어있는 마음의 상처나 스트레스예요. 특히 체중이 늘어난 경우, 그것이 만드는 악순환과 건강 문제가 더 복잡하고 광범위하기 때문에 더욱 주의 깊게 관리해야 합니다.


체중계의 숫자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지금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무엇이 나를 힘들게 하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몸과 마음은 따로 떨어진 게 아니에요. 마음이 건강해지면 그 과정에서 체중은 자연스럽게 내 몸이 원하는 적절한 수준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무리한 다이어트로 단기간에 살을 빼는 것보다, 마음을 돌보고 몸을 아끼는 습관을 들이는 게 훨씬 더 중요해요.



그래서 앞으로 이곳에서는 체중계 숫자를 줄이는 방법이 아니라, 진짜 건강한 몸을 만드는 이야기를 차근차근 나눠보려고 합니다.


우리 몸이 진짜 필요로 하는 영양소는 무엇인지, 감정적 과식을 막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들은 어떤 게 있는지. 하나씩 함께 알아가다 보면, 어느새 건강한 식습관이 자리 잡고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