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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팬하우어 May 14. 2024

#15. 이석원, <어떤 섬세함> 리뷰

세상을 바라보는 섬세한 시선




"<보통의 존재>가 작가님이 30대 끝자락에 쓰신 에세이라면, <어떤 섬세함>이란 그로부터 약 10여 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작가님의 더 깊은, 책 제목 그대로 조금 더 섬세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담긴 에세이."


  <보통의 존재>에서는 작가님 자신 내부의 어떤 내밀한 것들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 책 <어떤 섬세함>에서는 작가님이 바라보는 외부의 것들에 대한 시선이 주된 제재로 등장한다. 이러한 변화가 음.. 글쓰기 기술적이라는 것으로도 설명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젊은 시절의 작가님이 자신을 바라보는 데 조금 더 치중했다면, 시간이 흘러 50대에 이른 작가님의 성숙한 마음가짐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한다.


  작가님이 마지막 맺음말에서 "결국 이해라는 게 우리 인간에게 그렇게나 산소처럼 중요하기에. 그 중요하고 어려운 일을 해내는 데 있어서 섬세함이란 덕목이 꼭 필요하기에."라고 쓰시며 글을 마무리 지으셨다. 이 책에 다양한 글감이 나오지만 결국 작가님은 인간에게 있어서 필요한 그 '이해'라는 개념에 대해서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들려주신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해라는 건 참 이해하기 어렵다.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내가 처한 여건에 따라 이해의 방법과 정도는 달라지게 된다. 그야말로 섬세함이 필요한 기술이라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섬세함이란 무엇일까. 나는 개인적으로 그 사람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관심이 없는 대상에게는 섬세함이라는 것이 절대 발휘될 수 없다. 섬세함이라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다. 말 그대로 미세하고, 아주 미묘하다. 내 일도 대충대충 해서 후다닥 넘기기 바쁜 나에게 있어 미묘하고 미세하게 다른 사람에게 섬세하게 행동하는 것은 말 그대로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게 한다. 그렇기에 내가 관심 없는 사람에게는 절대 보일 수 없는 것이 섬세함이다.


  작가님은 인간관계가 그렇게 넓지 않으신 것 같다. 또 그것에 그렇게 큰 의미를 두지 않으시는 것 같다. 언젠가 다른 글에서도 말한 적이 있지만, 휴대폰 전화번호부에, 카카오톡 친구 목록에 몇 백명 씩 저장되어 있는 친구 목록이 있으면 뭐하는가. 그 사람들이랑 매일 다 연락을 할 수 있을까? 사실은 그 중 절반 이상은 그냥 한번 정도 인사만 나눈 사이, 다시는 연락 하지 않을 사이도 많을 것이다. 즉 빈 껍데기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관계는 양이 아니고 질이 중요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쓰고 달콤한 시간을 함께 공유하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몇 년 안 만나다가도 어제 만난 것처럼 자연스럽게 인사하며 바로 일상 얘기를 할 수 있는 그런 사람 몇 명이면 족하다. 그런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써서 이해의 섬세함을 보여야 한다.


그렇다면 많지는 않더라도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어느 정도의 보람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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