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팬하우어 Aug 08. 2022

#01. 제한선발 교사를 아시나요?

섬생님의 섬생활 고투기

  저는 사범대학 졸업생이라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부러워할 만한(저도 저보다 먼저 합격한 선배, 동기들을 무척이나 부러워했거든요!) 무려 임용고사 합격자입니다. 합격까지 걸린 기간은 학부시절 2년에, 재수기간까지 포함하여 총 4년이라는 제 소중한 시간을 오로지 이 시험에만 퍼부었습니다. 그래서 합격 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죠. 하지만 저는 독자 여러분이 생각하는 평범한 교사는 아닙니다. 왜냐고요? 저는 제한선발 교사이거든요!


  여러분은 제한선발 교사를 아시나요? 제한선발 교사는 8년간 각 시도교육청에서 지정하는 근무지에서 의무복무를 해야 다른 근무지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교사를 말합니다. 마치 군대 21개월 복무를 하면서 위수지역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아니 오히려 그것보다 훨씬 더 오랜 기간과 바깥 세상에 대한 절박함을 느낄 수 있는 극한(?)의 환경에서 근무하는 교사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교사가 됐으면 됐지, 배부른 소리하고 있군!"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배부른 소리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다 그렇잖아요.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고... 저도 처음에는 '어디든 합격만 하면 격오지는 내가 다 가서 근무해주겠어!'라는 각오로 생각 없이 이 전형에 덜컥 지원을 해버렸습니다. 하지만 웬걸...... 첫출근을 위해 입도한 순간(아, 저의 근무지는 인천에 있는 모 섬입니다.) 경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냐고요? 마트, 병원, 이발소는 커녕 변변한 가로등 시설마저 터무니없이 부족했거든요. 이런 섬들을 8년이나 돌면서 제가 교사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솔직히 너무 자신이 없었습니다.


  입도하자마자 드는 이런 부정적인 생각에 잠겨 있다가, 결국 감정이 터진 것은 자기 직전에 제가 배정받은 관사에 들어가서 보일러를 켜는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입도했을 당시는 2월 마지막 주, 칼바람이 몰아치는 엄청 추운 겨울(섬에서 맞이하는 겨울은 몸도, 마음도 더 춥더군요...)이었습니다. 마음은 착잡하지만 얼른 씻고 자야겠다는 마음에 보일러를 틀었는데....세상에 보일러가 고장나 있는 겁니다. 잠은 패딩을 꾸역꾸역 덮고서라도 자겠는데, 도저히 씻을 엄두가 나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염치 불구하고 교무부장님, 교감선생님, 주사님께 전화를 드려 상황을 설명드리니 오늘은 고칠 수 없다고 하는 겁니다. 그 와중에 (기억은 자세히 나지 않지만)누군가가 저에게 그냥 오늘은 학교 화장실에서 간단히 세면을 하고, 패딩을 덮고 자라는 겁니다. 당시 저는 아직 신규 새싹이었기 때문에(물론 지금은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당당하게 말합니다.) 알겠다고 대답했고, 그 분들을 떠나보냈습니다. 그러고 멍하니 앉아 있는데 눈물이 나더라구요. '정말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를 8년동안 할 수 있을까?', '내가 상상하던 교사 생활이 이런 것인가?' 이런 오만가지 생각과 함께요... 그렇게 엉엉 울고 있는 순간 다행히 구세주 같은 분이 자신의 관사를 하루 빌려주셔서 따뜻한 물에 샤워도 하고, 따뜻한 온돌 바닥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조금은 달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저의 제한선발 교사로서의 본격적인 섬생활 8년이 시작되었습니다. 글을 쓰는 현 시점 저는 그 여리여리하던 마음을 벗어 던지고, 섬 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해 점점 억센 2년차 교사가 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6년의 섬 생활을 해야 하지만, 값진 경험을 하고 성숙한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사랑스러운 아이들과의 섬생활 하면서의 소소한 일상을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이곳에서 만난 소중한 저의 짝꿍과 준비하는 결혼 준비 스토리도 간간히 올려보고자 합니다.

마음이 답답할 때 나와서 한참을 멍때리고 있는 학교 뒤 바닷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