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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팬하우어 Aug 13. 2022

#05. 교사이기 이전에 사람입니다.

섬생님의 섬생활 고투기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고통받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인간으로서 '나'와 직장인으로서의 'OO씨'의 자아 사이 말입니다. 물론 직장에서는 직장에서의 자아가, 개인 시간을 보낼 때는 개인 고유의 자아를 강하게 드러내는 게 맞겠지요. 하지만 직장에서도 개인의 자아가 강해질 때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부당한 일을 당하거나, 사회적 자아에 대한 꾸짖음이나 민원이 아닌 개인의 인격과 인권을 걸고 넘어지는 일이 생길 때 그렇더라구요. (사회생활이 이렇게나 무서운 것인지 몸소 깨달아가고 있는 여름입니다. 몸은 덥지만, 마음은 한겨울이네요....)


  최근에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학교폭력 관련 사안이 있었습니다. 섬마을 작은 학교에도 학교폭력이 있냐구요? 네, 있습니다. 학생이 있는 곳 어디에서나 학교폭력은 존재합니다. 생각보다 학교폭력의 범주는 넓습니다. 학교 내외를 구분하지 않고 학생을 대상으로 일어나는 모든 신체적, 정신적, 금전적, 성적 등등의 폭력은 학교 폭력에 해당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요즘 아이들의 개성 또한 워낙 강해져서 서로 잘 맞지 않는 친구와의 사소한 다툼도 학교폭력 사안으로 넘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자세한 설명을 드리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사안 관련 내용은 생략하겠습니다. 어쨌든 아이들 사이에 1년 넘게 이어져 온 사소하고도 해묵은 앙금이 쌓이고 쌓이다가 결국은 터져버려 학교폭력 사안으로 번졌고, 이것이 학부모님들 간의 싸움으로도 번져서, 교육청 학교폭력 심의위원회로 회부되어버리고 말았죠.

  물론 교사로서 아이들을 잘 타이르고 조정하지 못한 저에게도 잘못이 있겠죠. 인정합니다.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미안하구요.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저에게 돌아온 날카로운 화살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특정 학생의 편을 들었다고 생각한 한 학부모님이 저를 교육청에 신고하셨다고 하더라구요. (실제로 하셨는지는 모르겠네요. 3주가 지났는데도 저를 소환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안하시거나, 내부 검토 끝에 불러들일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학부모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당신의 소중한 자녀들이 상처받고,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느끼실 수 있기 떄문입니다. 하지만 누구의 편도 들지 않았고, 해당 학생이 저희 반 학생이었기에 그 아이의 성장 정도와 앞으로 행동 개선을 위해 조금 더 신경 쓴 게 죄가 되는지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미처 살피지 못한 부분들도 있겠지만요.


  이 사건으로 인해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직장에서 갑자기 사회적 자아가 아닌 개인적 자아가 올라올 때가 최근에 너무 많았습니다. 교사로서 지켜야 할 품위도 있고, 공무원으로서 지켜야 할 민원인 응대에 대한 친절함도 알겠지만, 인간 대 인간으로서 저의 인격과 인권을 한낱 파렴치한 인간으로 몰아가려는 그 생각이 저는 솔직히 너무 미웠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하겠습니까. 저는 공무원으로서 '을'인걸요.. 이 사건으로 인해 저의 개인적 자아는 물론, 사회적 자아까지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합니다. 교사로서 (아직 미숙하지만) 최선을 다해 아이들만 생각하며 지내 온 2년이었습니다. 이렇게 사기가 꺾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가 또 교권과 학생의 인권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십년 전만 해도 교권이 학생의 인권보다 강했었죠. '감히 교사의 그림자를 밟으려 하다니!' 이런 풍조가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요즘은 그에 대한 반발력인지 학생의 인권이 엄청 높아졌죠. 체벌은 물론이거니와(물론 저도 체벌은 엄격히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벌점 부과 금지 등등 학생들을 공교육 안에서 통제할 수 있는 장치 자체가 아예 사라져버린 것 같습니다. 이걸 단순히 교권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공교육은 사교육과 다르게 세상을 살아가는 지식뿐만 아니라 '지혜, 예절, 규범을 지키는 것의 중요성' 등등을 배우는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이 학생들이 정도(正道)를 걸어갈 수 있게 이끌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요즘 학교는 어떻습니까? 학생들이 정도를 걸어갈 수 있게 이끌어줄 수 있기는커녕, 최소한의 학생의 비행과 오만불손함을 통제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장치마저 없습니다. 때문에 교사들의 교권이 추락한다고 하는거죠. 아니요, 요즘은 교사들의 인권 그 자체가 침해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는 생명까지요. 연일 올라오는 교사에 대한 폭언, 폭행, 심지어는 흉기까지 휘두르는 그런 모습을 보면 이제는 교권이 문제가 아니라 교사가 개인의 생명권과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이런 멘트들이 고객센터 등에 전화를 걸면 많이 나오더라고요. "지금 전화를 받는 분은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입니다." 이런 멘트요. 저희 교사들이라고 다른가요? 교사도 '교사'라는 직업인이기 이전에 '사람'입니다.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입니다. 저희를 교사로서만이 아닌 동등한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 대해주는 그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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