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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팬하우어 Oct 01. 2023

#07. 동거와 결혼 사이

  너무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되네요.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큰 일은 결혼이었습니다. 직장에서 만난 너무 사랑스러운 사람과 한 가정을 이루었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비록 주말부부이지만 말이지요.


  결혼하기 전에는 결혼만 하면 모든 것이 행복할 줄만 알았습니다. 마치 이상 세계에 대한 동경이랄까요. 아름다운 것만 상상했나 봅니다. 결혼하기 전에는 주말부부도 감당할 수 있을 줄 알았고, 명절에 시댁이나 처가에 다녀오는 것도 원만하게 갈등 없이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부부 사이에는 사랑이 있다고 믿었고, 그 사랑이라면 무엇이든지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거든요.

  그런데 어느날 저녁에 갑자기 아내가 주말부부로 당분간 살아야 하고, 아이 계획도 없는데 결혼을 왜 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동거할 때와 달라진 것이 없지 않느냐. 오히려 양가 부모님들 챙겨야 하는 부담만 늘어난 것 같다며 속마음을 털어놨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오히려 결혼하지 않았을 때는 단지 우리 두 사람만 생각하면 되었는데, 결혼을 하고 나니 생각해야 할 것도, 챙겨야 할 것도 너무 많아진 게 맞기는 합니다. 게다가 각자의 일상은 너무 바쁘고 힘든 일들의 연속이라서 스트레스는 심해지는데, 제가 또 평일에는 함께 있을 수 없으니 아내가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 아내는 저에게 계속 물어봅니다. "자기 나 정말 사랑해?", "자기 나랑 계속 살거야?" 이런 질문을 말입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항상 "사랑한다, 계속 같이 살 거다, 내가 더 잘하고 노력할게."와 같은 말로 아내를 달래보려고 하지만, 아내의 마음에는 크게 와닿지 않나 봅니다. 아내가 결혼이라는 제도적 속박 속에서 구속받는 여러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남편으로서 마땅히 해줄 수 있는 게 당장은 없어서 너무 슬픕니다. 일을 그만 두고 아내 옆에 있자니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워지고, 주말부부를 앞으로 5년이나 더 하자니, 그 사이에 아내가 저를 두고 훌쩍 떠나버릴 것 같거든요. 이런 일들이 반복될 때마다 저도 그냥 아내 말처럼 동거로 계속 만남을 이어왔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 괴롭습니다. 이제 제 세계는 온통 아내뿐인데 아내가 떠나버린 삶은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어요.


  섬에서 8년 동안 근무해야 하는 저에게 결혼은 너무 사치였나봅니다. 행복하자고 한 결혼이었지만, 아내가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같이 우울해지고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아내만 생각하면 아내를 놓아주어야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직은 제가 아내를 놓아줄 자신이 없습니다. 참 이기적인 생각이죠. 이기적이지만 이기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제가 한심하기도 하고, 처량하기도 합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평일에 제가 좀 더 부지런히 육지로 왔다갔다 하는 것과, 주말에 나왔을 때는 온전히 아내와 시간을 보내는 일 정도입니다. 이 정도에서라도 최선을 다해보려고 합니다.


  과연 우리 부부의 결혼 생활은 계속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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