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집, 그리고 아들에게 전하는 진심.
아들과 아들여자친구는
결혼을 결정하였고,
상견례가 내년 초에 있기에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마음은 이미 분주하다.
성인이 될 때까지
아들을 혼자 키워왔다.
이제는 새로운 가정을
꾸린다고 하니, 기쁨보다 먼저
뭉클한 마음이 앞선다
아들에게 선물을 주고싶었다.
뭐가 괜챦을까?
생각을 하게 된 우리는 이 집을
아들에게 넘겨주기로 하였다.
50년이 넘은 세월을
함께한 나의 집이다.
아버지와 어머니, 오빠와
함께 살던 곳.
내가 두 살 때부터 살아온,
내 삶의 절반이 깃든
집이기도 하다.
이 집은 내가 아들을
키워낸 곳이기도 하다.
아니다.
나의 부모님과 오빠와 함께
아들을 키워온 곳이다.
울고 웃던 시간,
고단하게 버티던 나날,
그리고 함께 차린 밥상 위의
온기까지 스며 있다.
그 모든 흔적을 품은 채,
이 집을 아들에게 넘겨주었다.
아들은 일본에서 직장을 다닌다.
결혼 후에도, 최종적으로
한국으로 돌아와
직장을 이어간다고 하여도
이 집에서
살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을 내어준 건
단순히 공간 때문이 아니다.
아들이 언젠가 꾸려갈
새로운 가정에 보내는,
부모의 작은 축복이자
응원의 마음이다.
'언젠가는 네 것이 될 집,
이제는 네가 살아갈 길에
힘이 되기를.'
바람을 담은
미리 주는 선물이다.
아들은 이곳에서
살지 않겠지만,
나는 이 집이 언제나
아들의 마음속에서
언제나 돌아올 수 있는 고향
으로 남아주기를 바란다.
기쁠 때도, 지칠 때도,
문득 떠올리면 마음이
쉬어가는 그러한 집으로
말이다.
집을 내어준 것이 아니라,
내 마음 한 켠과 함께
살아온 시간을 아들에게
건네준 것인지도 모른다.
그저 바라는 건 단 하나.
이 집처럼, 햇살이 스며드는
따뜻한 가정을 꾸려가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