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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라떼 Dec 12. 2022

남편의 출장

가면 아쉽고 돌아와도 아쉬운,


"음.. 그냥 가만히 있지?"



휴대폰 너머에서 날 바라보는 남편의 얼굴에 '못마땅하다'라고 쓰여있다. 표정과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사람. 지금 이 순간 그런 표정은 좀 넣어두지. 어련히 알아서 잘할까, 하는 믿음이 필요하단 걸 아직도 모르나. 하여간 여기서나 거기에서나 눈치 없는 건 한결같다.



남편은 지금 출장 중이다. 남편이 없는 나의 일상은 똑같다. 아침에 아이들을 깨워 밥을 챙겨 먹인 후 학교에 보내고 매일 운동을 했다. 새로 시작한 작은 독서모임을 위해 책을 읽었다. 아이들이 하교하면 병원이나 학원, 그리고 소소한 볼일들을 챙겼다. 그러다 생각지 못한 아이들 문제가 생기면 이벤트라 생각하고 최대한 이성적이고 현명하게 처리하고자 노력했다. 저녁이면 돌아와야 할 남편이 오질 않아 어색하면서도 남편이 없는 일상은 또 그런대로 굴러갔다. 





"아빠는 지금 일어났을까?"


"엄마, 지금 독일은 몇 시지?"


"아빠는 뭘 먹었을까?"



무덤덤한 나와는 달리 아이들은 일상의 곳곳에서, 순간순간 아빠의 부재를 표현했다. 돌아서면 훅하고 지나가버리는 일주일이었는데 아이들에게는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었다. 그게 고마워서 나는 울컥하기도 했고, 아이들 덕분에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보기도 했다.



아이들이 지금보다 더 어릴 때 남편은 출장을 자주 다녔다. 작은아이 출산을 한 달 남겨두고도, 생후 50일이 채 되지 않았을 때도 남편은 비행기에 올랐다. 2주에서 길면 한 달이 넘는 기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참 더디게 갔던 시간들이었다. 고만고만한 녀석들 둘을 혼자 케어하면서 힘들다고 울기도 많이 울었던 시절. 남편이 언제나 돌아오나 목이 빠져라 기다리던 시절. 내게도 그런 때가 있었다. 



내가 하는 게 못마땅하다고 온 얼굴로 말하고 있는 남편아. 근데 그거 아니? 그때나 지금이나 나 참 잘하고 있다는걸. 자기 없이도 어떤 일이든 알아서 잘 처리하고 있다는걸. 



일주일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간다. 내일이면 남편이 돌아온다. 반가움과 아쉬움(?)이 뒤섞인 이 감정, 남편에겐 비밀이다. 나는 절대 들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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