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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렉싱턴 Apr 20. 2016

글쓰기 수업을 들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의 생활 글쓰기, 이야기나무, 안정희 선생님

지난 5주 동안, 글쓰기를 배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두었던 것들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피아노 배우기, 클래식 음악이랑 친해지기, 일본어 공부, 이런저런 운동.


그리고 글쓰기.


누군가는 순간을 기록해 두기 위해 사진을 찍습니다. 예전 음악을 듣다 보면 그때로 돌아간듯한 기분이 들지요. 어느 땐가 열심히 쓰던 향수를 맡으면 그때의 내가 떠올라서 기분이 묘해지기도 합니다.


제 경우엔 기록하는 데에는 글쓰기가 제일 적합하다고 느꼈습니다. 싸이월드 다이어리를 보면, 최근에서야 배웠거나 깨닫게 되었다고 생각된 것들이, 실은 이미 진작부터 제가 갖고 있던 생각들인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동안 제 머릿속만 맴돌다가 놓쳐버린 것들이 무척이나 많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삶의 순간순간들이 끊어져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순간을 기록해 둠으로써 삶을 잇고 싶었고, 그런 의미에서 이렇게 작은 글쓰기 공간도 열었습니다.


몇 편 안 되는 글이라도 쓰다 보니 잘 쓰고 싶어 지고, 제가 쓴 글이 어떤지 평가도 받고 싶고, 글 쓰는 사람들을 만나 보고 싶게 되더군요. 책을 읽고 쓰는 것 외에 다른 글쓰기도 해보고 싶었고요. 그래서 글쓰기 강좌를 찾아다녔습니다. 어떤 강좌는 담당자가 좀 까칠해서 신청하려다가 말았고, 다른 강좌는 그날따라 신청자가 저밖에 없어서 폐강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이야기나무 출판사에서 안정희 선생님을 모시고 시작한 '보통 사람들의 생활 글쓰기' 강좌를 신청했습니다. 신청하고서도, 지금 내가 한가하게 글쓰기를 배울 때인지 좀 자책도 했습니다. 지금 와서는 좋은 타이밍에 잘 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장소는 합정동이었습니다. 사실 홍대, 신촌, 합정, 상수동 뭐 이쪽 동네에 추억은 전무합니다. 서울의 직장생활을 하며 꾸역꾸역 돌아다닌 곳이라고는 강남, 잠실, 조금 멀리 가면 종로, 정도. 지난 다섯 번의 월요일은 지하철을 타고 오랫동안 가서 홍대입구역이나 합정역에 내렸습니다. 땡스북스라는 서점에 임경선 작가의 독립출판물이 있대서 들러 보기도 했어요. 제가 사는 곳과는 다르게 예쁜 카페가 많아서 커피 한 잔 놓고 일찍부터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다가 갔습니다.



강의는 좋았습니다. 강의실도 좋았고요. 책상이 조그맣게 모여 있었고 모두들 진솔하게 글을 쓰고 선생님의 이야기에 집중했습니다. 훌륭한 간식도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글쓰기 수업, 하면 각자 떠오르는 게 다르겠지만, 저의 경우에는 뭔가 대입 논술 첨삭이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제가 겪어본 글쓰기를 배움, 이라는 게 그것 뿐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얼기설기 글을 써서 드리면, 선생님은 매의 눈으로 제 글을 보시고 온통 빨간 색연필로 고쳐야 할 부분을 표시해서 주시고, 저는 너덜너덜해진 종이를 받아 들고 돌아서는 그림이요. 그런 수업도 필요하겠습니다만 이번 수업은 그렇진 않았으면 했고, 그렇지 않았습니다. 작가 선생님, 출판사 대표님, 편집자 선생님 그리고 강좌를 수강하시는 다른 분들 모두가 제가 쓴 글을 응원해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글쓰기를 배워 본 적이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매주 수업시간마다 많은 것들을 배운 것 같은 느낌입니다. 나만의 단어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 신문 기사를 보고 글을 써 보기도 했습니다. 현대사의 장면과 내 삶의 어느 부분이 겹치는지 대어 봤습니다. 사진이나 그림을 보고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책을 쓴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시는 것이 참 흥미로웠습니다. 소개하신 책 중에 제가 읽은 책은 한 권도 없었는데 뭐, 부끄럽지는 않았고, 나중에 꼭 읽어보고 싶네요.


일주일에 두 시간, 다섯 번의 강의에 다 담지 못한 선생님의 가르침이 있을 것이고, 학생들도 미처 자신의 글이나 말에 담아내지 못한 것들도 물론 있겠습니다. 그래도 열 시간 동안은 알뜰하게 글쓰기를 배우고, 글을 써 보고,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을 놓고 이야기했습니다. 다른 분들이 쓴 글을 보면서 느끼는 게 많았습니다. 저보다 훨씬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명료하게 표현하셨고, 특히 제목 짓기는 저는 너무 어렵던데. 다른 분들의 센스가 부러웠습니다.


느릿느릿하더라도 끈질기게, 조금씩 글을 쓰다가 언젠가 뒤를 돌아보면 그동안 써둔 것에 깜짝 놀라게 될 날이 올 테지요. 저는 이번 강의로 조금씩이라도 계속 끄적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 제가 쓰고 있는 이 글도, 훗날의 제가 읽게 되겠죠? 그때의 저는 글을 썩 잘 쓰고, 많이 쓰고, 좀 더 깊은 감동을 주는 사람이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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