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동요 발표회

재롱잔치가 아니라 발표회닷!

by 치키차

D.O.의 유치원 동요 발표회가 얼마전 있었다.
일단 네이밍에서 격세지감을 느겼는데, 내가 아는 버전은 학예회라던가 재롱잔치 벗뜨 그러나 요즘에는 발표회라니… 뭔가 세련되고 있어보이는 느낌이다. 약간 D.O.도 시티보이가 된 것 같고 말이지

발표회는 일차적으로 선생님과 아이들이 가장 많은 연습과 준비를 하겠지만(그중에서도 5살짜리 아이들을 케어해야 하는 선생님들 대단하십니다) 부모들에게도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선생님과 아이들이 전방에서 싸우는 딜러나 탱커라면 부모는 뒤에서 받쳐주는 힐러의 역할이랄까??
유치원의 공지에 따라 와이프는 드레스코드에 맞춰 입힐 옷을 준비하고, 유치원 연습에 빠지지 않도록 아이 컨디션 관리에 더 철저해졌다. 나 역시 바쁜 시즌에 연차를 내야하기 때문에 미리 일정과 업무를 조율해야 했다. 간만에 카메라도 꺼내서 잘 되는지, 괜히 렌즈도 한번 닦아주고… 평생에 한번인 5살의 발표회는 두번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우리도 만반의 준비는 필요했다.
마치 전정에 나가는 군인처럼 비장함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늘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우리 인생, 발표회 일주일전부터 D.O.가 아프기 시작했다. 열이 꽤 높아서 유치원도 못갈 정도였다. 아픈것도 문제지만 아이에게 큰 추억이 될 동요발표회에 참여를 못하는건 아닐지 걱정했는데 다행이 이틀정도 지나고나니 어느정도 컨디션이 회복되었다.
건강이 제일 중요하지만, 두번다시 오지 않을 이 시기를 우리 아이만 놓치지는 않을지, 나름 큰 무대에 서보는 큰 경험을 못하게 되는건 아닐지 걱정했던 이틀이었다.

발표회 당일, 유치원 강당에는 10시반부터 입장이 가능했지만 좋은 자리를 잡기위해 한시간정도 먼저 도착했다. 이정도면 여유있겠지 하고 도착한 유치원… 하지만 이게 웬걸, 입장시간이 한시간이나 남았음에도 이미 앞에는 10가족 정도가 먼저 와있었고, 우리뒤에도 갑자기 밀물처럼 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5분정도만 늦게 도착했으면 중간으로 자리가 밀릴 수 있는 상황, 이게 무슨 성심당 줄서기도 아니고 유치원 발표회도 오픈런을 해야 하는지… 아이의 모습을 가까이서 담고싶은 마음은 아마 모든 부모 마음이 똑같지 않을까 싶었다.
일찍 도착한 덕분에 아이가 잘 보이는 앞쪽에 자리를 잡았는데 이때만큼은 임영웅 콘서트 S석이 부럽지 않은 느낌이었다. 우리 아이 발표회를 그래도 예쁘게 담을 수 있겠구나 하는 일종의 안도감을 느꼈다. 동시에 내 뒤에 있을 부모님들께는 죄송한 마음이(큰머리 죄송합니다. 클레임은 우리 엄마에게 해주세요)

발표회는 너무나 즐거웠다. D.O.도 귀엽고, 다른 아이도 귀엽고 전부 다 사랑스러웠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동질감이랄까? 누구의 아이이건 상관없이 박수치고 환호해주고, 그 순간 만큼은 깊은 공감대가 형성된 전우같은 느낌이었다.
D.O.를 포함한 아이들은 긴장한 모습 하나 없이 즐겁게 북을 치고 노래를 했다. 그 모습을 보니 기쁜마음과 뿌듯함 그리고 안도감도 동시에 들었다. 돌아다니는 짤들을 보면 대성통곡을 하거나 입도 뻥긋 못하고 얼음이 되는 아이들도 있던데(물론 그 나름대로의 귀여움이 있다) 원생들은 하나같이 전부 웃으며 신이난다는게 온몸에서 느껴질 정도였다.

’전우’라는 게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포인트가 하나 더 있었는데, 자기 아이의 무대가 아닐경우 뒷사람의 촬영에 방해되지 않도록 살짝 비켜주거나 어깨를 빼주는 경우도 많았다. 나 역시 D.O.가 나오지 않을때는 뒷사람의 앵글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했다.
내 아이의 가장 귀엽고 빛나는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은 부모의 마음을 알기에 서로서로 이해하고 양보하고 배려하는 모습은 구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부모들이 느끼는 전우애였다.

그날 하원을 마친 D.O.
뿌듯한 표정으로 발표회 썰(?)을 푸는 모습을 보며 한번 더 아이의 자람을 느꼈다.
입장했을때 엄마와 아빠가 보여서 좋았다는둥, 자기 옆 친구가 이렇게 이렇게 했다는 둥 재잘재잘 떠드는 모습을 보니 자존감도 많이 올라간 것 간다.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은 정말 좋은 경험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가장 고생했을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리고 싶다. 아이와 부모들 모두 즐길 수 있던건 전적으로 모두 수고해주신 선생님들 덕분이라 생각한다.
아이들이 커가는건 정말 여러사람의 노력과 정성의 결과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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