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한정 마법주문

산타할이버지가 보고 계실텐데....

by 치키차

11월 말부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는 절대무적 마법 주문이 생긴다.


”산타할아버지가 보고 계실텐데…. ”


11월 말부터 요맘때까지 쓸 수 있는 최고의 치트키(약간 말 끝을 흐려주는게 포인트다)

저 한마디면 밥 한그릇 뚝닥 먹일수도 있고, 스스로 양치질을 위해 화장실에 들어간다.

뿐만 아니라 울던 울음도 1초만에 그치게 만들 수 있고, 아이의 그 어떤 공격(?)에도 절대무적 방어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의 문장이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그분은 이 시기만큼은 모든 종교나 사상을 넘어 그 어떤 존재보다 전지전능한 능력을 보여준다.


D.O. 역시 11월 말부터 마법의 주문에 홀린듯 착한일 마일리지를 계속 적립하고 있다.

두세번 얘기할거 한번만 얘기해도 알아서 척척 하고, 심지어 미리 해버리는 신기한 일이 생길때도 있다. 단적인 예로 외출하고 들어오면 손씻기 전쟁이 벌어지곤 했다. 피곤하다, 손이 아프다, 물이 차갑다 뜨겁다, 화장실이 멀다. 깜깜해서 무섭다(불 켜면 되잖아!!) 별의별 핑계를 대고 꼼지락 거렸는데 요즘에는 유치원에 갔다오면 시키지 않아도 손을 씻는다.

물론 자발적 행동 뒤에는 산타할아버지에게 얘기를 해달라고 하거나 사진을 찍어서 보내라고 하는 등 추가옵션이 따라오지만 아무튼 이것도 요 시즌에만 볼 수 있는 특이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한편으로는 벌써부터 벼락치기를 하는 모습과 생색을 내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앞일이 걱정이긴한데, 그건 미래의 얘기니까 미래의 우리가 알아서 하겠지




문득 내 어린시절의 크리스마스가 떠오른다. 깡촌에서 어렵게 살았기 때문에 사실 별 기억이 없다. 집에서 트리따위는 구경해본적도 없고 선물은 개척교회에서 나눠주는 공책과 연필이 전부였다. 겨울방학중의 하루, 일요일처럼 하루종일 TV에서 뭔가 나오는 날… 딱 그정도였다. 그래서 이맘때가 되면 추억할 거리가 없다는게 좀 아쉬울때가 있다.


적어도 D.O.는 어린시절의 크리스마스를 생각하면 즐거운 기억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러길 바라며 이제 슬슬 D.O.의 자는척 하는 아이의 귓가에 주문을 외운다.

”안일어날꺼야? 아빠말 안듣는거지? 흠… 산타할아버지가 보고 계실텐데……”

매거진의 이전글int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