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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 사무장 Oct 28. 2021

나쁜 놈이 아니라서 더 나쁜 놈이다

이 아이러니함

즐겨보는 TV프로 중에 유퀴즈 온 더 블럭이라는 인터뷰 프로그램이 있다. 이곳에 등장하는 국민 MC 유재석 씨와 개그맨 조세호 씨는 출연자들에게 공통된 질문을 던진다.



관심과 오지랖의 차이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제법 어려운 질문이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자신만의 의견이 있다면 답글로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이에 대한 확고한 나만의 답을 가지고 있다.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하면 관심,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하면 오지랖이다.



이 말인 즉, 듣는 사람이 원치도 않는데 말하는 사람이 계속해서 떠들어대면 무조건 오지랖이다. 하지만 말하는 사람이 스스로 오바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상대방이 그것을 반갑게 받아들인다면 관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오직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판단해야 한다. 그것이 진짜 배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쁜 놈이 아니라서 더 나쁜 놈이다."



이 문장은 평소에 주변 사람의 성향과 특성을 면밀히 관찰하던 내가 친했던 지인에게 상처를 받으면서 문득 머릿속에서 반짝하고 떠오른 문장이다. 이 문장을 읽자마자 무슨 뜻인지 감이 오는 사람들은 나쁜 녀석(오지랖 부리는 녀석)에게 크게 한번 데인 적이 있는 사람일 것이라 장담한다. 이 문장이 떠오르게 된 배경을 이해하려면 먼저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나치리만큼 서로에게 오지랖을 부린다. 사실 내버려 두면 어떻게든 알아서 살길을 찾아가는 것이 인간이란 존재인데, 당장 가시적인 결과가 없거나 자기가 보기에 못마땅하면 타인에게 지나칠 정도로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강요한다. 이들이 가장 자주 쓰는 말을 압축해보면 다음과 같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건데?


"그럴 바엔 차라리 ~하는 게 낫지"


"네가 너무 안타까워서 해주는 말이야"



정말 짜증 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정말 우리를 위해서 도움을 주고 싶다면 돈을 주든지 고기를 사주면 될 텐데 절대 그런 멋진 행위(?)는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렇게 까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를 걱정해주는 듯 하지만, 막상 내가 본인보다 잘나가거 일이 잘 풀리면 은근히 깎아내리거나 질투를 한다. 이들은 철저하게 말로만 우리들의 여린 마음을 조져놓는다(참고로 '조진다'는 비속어가 아닌 표준어다).



나의 친한 지인 중에도 이런 사람이 있었다. 녀석은 내가 무엇을 하든 측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어보지도 않은 말을 자기 만족에 취해 떠들어댄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글쓰기가 돈이 되냐? 그쪽 계열은 승자독식일텐데."

"프로필 사진은 그렇게 하는 게 아냐. 여자들이 별로 안 좋아할 걸?"

"헤어스타일은 그게 뭐야? 차라리 나처럼 해. 이게 훨씬 깔끔하지."



하지만 내가 글쓰기로 수상하여 상금을 타거나, 외적으로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면 녀석은 맞춤법이 틀렸다느니 그런 패션은 요즘엔 먹히지 않는다느니 등 꼭 꼬투리를 잡고는 절대 인정하지 않았다.



사실, 녀석이 하는 말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을 수도 있다. 수많은 장점 속에도 보이지 않는 단점은 있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괴로운 사실은 나를 위한답시고 하는 그 말들이 나에게 큰 상처를 입힌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녀석들은 범죄를 저지를 정도로 그렇게 나쁜 인간은 아니라는 점이다.



대놓고 나쁜 사람은 법적으로 처벌하거나 응징을 하면 되지만 분명 내 마음을 어지럽게는 하는데 법적 대응을 할 수 없는 사람은 답이 없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나쁜 놈이 아니지만 나쁜 놈인 것이다. 이럴 때는 방법이 없다. "멈춰!"를 외친다고 그 나불거리는 입을 멈출리는 없을테니 깔끔하게 손절하는 편이 좋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손절하고 나니 여러모로 나의 인간관계가 참 편해졌다. 좋은 것만 보고 좋은 사람만 만나 살기에도 짧은 인생, 불필요한 인간관계와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나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일 만들지 않도록 노력하자. 오지랖으로 얼룩진 관계는 나쁜 관계가 아닌 것처럼 보여서, 더 나쁜 관계가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혹여 내가 오지랖을 부리는 인간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보자. 만약 그래왔다면 이제는 관심을 주는 사람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부질없이 오지랖을 부리는 사람보다 진심으로 우리를 향한 관심을 보여주는 사람이 많을수록 우리들의 인생은 한결 안하고 수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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