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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 사무장 Nov 05. 2021

음식 절제의 중요성(feat. 관상)

알면서도 실천하기 너무 어려운 절제

비교적 최근에 감명 깊게 읽은 <마음 습관이 운명이다>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저자 미즈노 남보쿠는 18~19세기 일본 최고의 관상가로 이름을 떨친 인물이다. 그는 어느 날 길을 가다 우연히 만난 관상가에게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된다.



"당신의 관상을 보아하니 조만간 강도의 칼에 찔려 죽을 상이로군요."


정신이 번쩍 든 남보쿠는 어떻게 해야 자기가 살 수 있는지 관상가에게 물어보았다. 관상가는 그에게 절에 들어가 평생을 스님으로 살면 칼에 맞을 운명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당장 절에 들어가 자신을 받아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하지만 그 절의 스님들은 굉장히 엄격하기로 소문이 난 곳이었다. 그들은 이곳에 들어오고 싶다면 매일 밥을 굶고 오직 보리 한 홉으로 1년을 버텨내는 수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보쿠는 어떻게든 살고 싶어 그들의 말대로 하루에 한 끼만 먹으며 스님이 되기 위해 고행을 견뎠다.



마침내 1년이 되던 날, 정식으로 스님이 되기 위해 절을 다시 찾아가던 중 우연히 지난번에 만났던 관상가를 만나게 되었다. 남보쿠의 관상을 본 관상가는 깜짝 놀라 그에게 말한다.



"아니? 칼에 맞아 죽을 상이 없어졌군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그때 스님이 된다면 목숨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셔서 곧바로 절을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먼저 수행을 한 뒤에 스님이 될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1년 동안 하루에 한 끼만 먹으며 독하게 음식을 절제했습니다."


"그렇군요. 음식을 절제한 행위로 큰 음덕을 쌓으셨네요. 그 음덕이 지금 당신의 관상에 선명하게 나타나 있습니다."



남보쿠는 1년 간 독하게 음식을 절제했던 것이 자신의 관상과 미래를 바꾸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충격을 받는다. 더 이상 스님이 될 필요가 없음을 느낀 그는 자신도 관상가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관상 공부를 시작한다. 그리고 훗날 남보쿠는 일본 왕실의 인정을 받아 당대 최고의 관상가가 되었고, 천수를 누리며 살다 세상을 떠났다.



타 관상가와는 다르게 미즈노 남보쿠는 음식 절제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한다. 그는 아무리 관상과 사주팔자가 좋게 태어난 사람이라도 음식을 절제하지 않고 불규칙적으로 먹는 사람은 좋은 관상처럼 행복하게 살지 못하고, 아무리 나쁜 관상을 가진 사람이라도 꾸준히 음식을 절제하며 살아간다면 빈곤을 면하고 출세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쓴 책을 읽으며 인상 깊은 구절이 여러 군데 있어 이것을 소개하려 한다.



젊어서부터 규칙적인 식사를 한 사람은 평생 병에 걸릴 일이 없고 고생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입신양명할 수 있다. 비록 관상이 좋지 않더라도 그 운세가 흉(凶)이라 할 수 없으며 노후에도 길(吉)하다.

설령 관상이 선하다 하여도 욕심부려 대식하고 불규칙한 식사를 하는 자는 반드시 좋지 않은 일을 행한다. '귀인은 식(食)이 없고 소인은 식(食)이 있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귀인은 과식하지 않으며 소인은 욕심부려 많이 먹고 절제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귀인은 음식을 통해 천명을 알고 소인은 음식에서 병을 얻어 고통 속에 살아간다'라고도 한다. 적게 먹는 사람은 스스로 귀인이 되는 것이다.

- 미즈노 남보쿠 <마음 습관이 운명이다> p.28



음식으로 인해 관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은 참 신박하다. 이 말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 지금 시대에는 음식을 많이 먹어서 병에 걸리는 사람은 많아도 음식을 적게 먹어서 병이 걸리는 사람은 없다. 현대인이 앓고 있는 병은 대부분 인스턴트, 기름진 음식, 과식, 폭식 등이 원인이다. 음식만 절제해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관상의 길흉을 논하지 않고 입신출세하길 원한다면 먼저 식사를 줄이고 이것을 매일 엄중히 지켜야 한다. 이것을 쉽게 잘 지켜내면 반드시 성공한다. 만약 잘 지키지 못한다면 평생 출세는 없다. 음식을 절제하고 삼가고자 하는 것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몸을 지키는 근본이다. 이것을 모르는 사람은 음식을 절제하려고 해도 좀처럼 지키기 어렵다. 음식에 마음이 끌리고 집착하는 사람은 금수와 같이, 될 대로 되는 삶을 살게 된다.

- 미즈노 남보쿠 <마음 습관이 운명이다> p.53



참 신기한 현상은 음식을 절제할 줄 아는 사람은 다른 방면에서도 절제를 할 줄 아는 반면, 음식에 집착하고 절제할 줄 모르는 사람은 다른 것들도 절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대단한 성공을 해낸 사람이라도 절제하지 못하면 나락으로 가는 것은 순식간이다.



음식뿐만 아니라 성욕, 수면욕 기타 욕구를 잘 절제하는 사람이 인생을 잘 경영해 나가는 것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 중에 가장 근본이 '음식 절제'임을 남보쿠는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빈궁한 상을 가지고 단명할 운세라 하여도 절제하고 적량보다 소식한다면 단명하지 않고 빈곤도 면할 수 있다. 식사에 대해 아주 신중한 사람은 식사 외에 모든 일에 대해서도 신중하고 소홀히 하지 않기 때문에 그 사람에 배당된 만물이 천지를 돌면서 연장하게 된다. 그러므로 수명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빈궁하고 단명할 상이라도 절제하고 검소한 식생활을 지키면 그에 걸맞은 복이 있어 장수하게 된다.

크게 될 상이라도 게으르고 술과 고기를 즐기고 본업에 충실하지 못한 자는 성공하지 못한다. 이런 사람은 한량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자신의 재산과 생명을 먹어치우는 인물이다. 크게 발전할 상이 아니라도 성공하고자 한다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식사를 매일 엄중히 절제해야 한다. 또 뜻을 이룰 때까지 미식을 삼가면 자연히 발전하고 성공할 수 있다. 음식을 즐기고자 하는 마음으로는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음식은 발전과 성공의 근본이다. 먹는 데 시간을 헛되이 보내면 발전의 기본 또한 잃게 된다. 음식은 무서울 정도로 중요한 것이므로 절대 경시해서는 안 된다.

- 미즈노 남보쿠 <마음 습관이 운명이다> p.35



음식은 발전과 성공의 근본. 나 역시 이 말에 동의한다. 최근에 거의 매번 저녁을 배불리 먹어서 아침에 속이 좋지 않았는데, 어제는 평소에 먹던 양을 줄여 절제해서 먹었더니 오늘 속이 이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이런 속편함과 맑은 정신은 발전을 하는 데 있어 더할 나위 없는 컨디션일 것이다.



미즈노 남보쿠는 이 책 외에도 음식 절제를 강조하는 여러 권의 책을 썼는데 대중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절제의 성공학>이 그의 대표적인 저서라 할 수 있다. 월드스타 비(rain)도 그의 책을 읽고 강력 추천했다고 하니 관심이 있다면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요즘은 먹방, 쿡방, 맛집 등으로 음식을 즐기려는 흐름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 그래서 절제가 더더욱 어려워진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맛있는 음식을 즐기려는 마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그는 말한다. 음식을 즐기려는 마음보다는 매일 발전하고 성취하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성취하는 즐거움도 매우 큰 것은 사실이지만, 솔직히 오늘 저녁은 치킨이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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